배움/시

시)아인슈타인 시집 – 속빛, 너, 신발

올드코난 2010. 7. 28.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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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3      너와 나

속빛          

 

 그대 내 속에 들어와 떠나지 않네

 꽃 속에도 들어가 웃고 흐르는 물 속 하늘 속 빛되어

 이 세상 어디라도 까르르 까르르 석류는 터지네

 바람 불어오는 그대 흔들려도 나는 촛불 들고 가네

 그대 촛불되어 타오르고 밤되어 나를 지키네

 나는 조용히 그대 속에 앉아

 새벽되어 다시 열리는 그대 바라보네

 

  

 너의 이름을 부르는 동안 너는 오리라

 비안개 숲 푸르른 빗방울들 뚝뚝 듣는 속에서

 콸콸 구르는 물소리로 부르는 너의 이름

 온 계곡의 물이 되어 나를 덮치고

 아아 나는 한개 말뚝이 되어

 그 물의 힘 다 이겨내며 버티어 서서

 등이 휘는데

 온몸에 감기인 너 부르는 소리

 온몸이 멍멍하여 너를 꿈꾸다

 차라리 네가 되어 서는데

 멀리 바다로까지 간 너 부르는 물소리

 다시 하늘에서부터 휘감기어 와

 온 천지에서 나 부르는 소리!

 나는 무엇에 기대어 저 소리를 들어야 하나

 여전히 비안개는 숲 속을 두드리고

 이 푸르른 빛방울 속에서 나 부르는 소리

 콸콸콸 넘치는 저 물 속에서 내 안에서

 다시금 너 부르는 소리 네가 외치는 소리

 아 너는 어디에 있기에 이다지 불러오는가

 그러나 나는 믿는다 내 안을 넘치는 물로서

 너의 이름을 부르는 동안 너는 오리라


 

신발

 

신발도 짝이 있다는데……

 마루에 걸터앉아서 신발을 내려다보다

 지금 세상 어딘가를 돌고 있을 나의 한 짝을 생각해 본다

 신발도 이렇게 짝을 이루고 나란히 댓돌 위에 놓여 있는데

 너는 어디쯤에서 나를 향해 굽이치고 있는가

 멀리 들판 너머에서 네가 다른 한발에 신겨져

 먼저 앞서 나아가고 있는 게 보이는 듯하다

 나는 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누가 뛰고 있는 것을 느낀다

 우리를 신고 엄청난 힘으로 누르며 내달리고 있는 그

 높은 곳에서부터 나를 누르며 뒤축을 닳게 하고

 그러나 한번도 너와 나를 하나로 만나게 해 준 적이 없는

 그는 지금 어디를 분주히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

 하늘을 올려다보아도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이따금 그의 땀방울이 떨어지는 듯하고

 숨결이 바람되어 떨어지는 듯하건만

 앞서거니 뒤서는 짝의 모습도 보이지 않으니

 너와 나를 누가 신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있으랴

 우리를 신고 가는 그가 어느 곳에 도착하여

 얌전히 어느 집 문간에 우리를 벗어 놓을 때까지

 서로를 스치기만 할 뿐 만날 수는 없으리라

 그때 신발을 벗는 그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게도 되리

 너와 나를 가즈런히 놓아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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