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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인슈타인 시집 – 솜공장에서, 잎새, 내가 저 버스를 타고

올드코난 2010. 7. 28.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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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3      너와 나

 

 

솜공장에서

  

 물 흐르듯이 솜이 나간다

 이불만큼의 폭으로

 길이 깔리듯이 솜이 나간다

 이부자리 강

 이부자리 길

 그대들 누워 자라고

 자면서 길을 가고 헤엄치라고

 나는 밤새워 길을 풀어내고

 강물을 흘려보내노니

 이 둥둥 떠다니는 먼지들

 내 몸 속을 들락거리는

 먼지를 따라

 나도 그대들의 잠 속으로

 길의 강 강의 길에 얹혀

 이부자리 속으로 들고 싶다

 내 몸을 가득 채우는 솜이여

 너 어디쯤에 있는가

 아 창밖으로 먼동이 튼다

 

잎새

 

 꽃이여 우리들은 잎이다

 잎 잎이다

 그 이전에 줄기이고 뿌리이고 낙엽이다

 그 이전에 땅이고 물이고 불이다

 마그마이고

 세상의 숨이고

 피어나는 머나 먼 별이다

 별은 언덕 높은 곳에 홀로 있지 않고

 바다는 낮은 곳에만 있지 않다

 물이 아무리 흘러도

 가 다다르는 곳

 별빛이 가 닿아 찌르는

 그 가장 깊은 곳

 한 뼘 가웃한 잠자리 날개의 설레임 속

 저기 저 설레이는 잎새들을 보아라

 꽃이여 잎 잎이여

 어느 곳에 있거나

 종일을 저렇게 흐르고 있구나

 누구에게나 이르러 있는

 바람타는 잎새여

 피어나는 공기여


 

내가 저 버스를 타고

 

 내가 저 버스를 타고

 밤섬에 소풍을 다녀오는 동안

 나는 집에 남아서 수학공부를 하였으면 좋겠다

 모짜르트를 들으며 내가 잠을 자는 동안

 내 영혼은 하늘로 올라가서

 어린 왕자의 먼 별

 몇 군데 노닐다 왔으면 좋겠다

 먼 별의 장미 한송이를 들고 와서

 밤섬에서 따온 듯이

 너에게 꽂아주었으면 좋겠다

 너에게 가기 위하여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이 건물이 나무가 되어

 뿌리 끝에 별을 주렁주렁 달고

 빛나고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먼 별을 다녀오는 동안

 가지 끝에는

 무수한 잎새들 서걱이고

 뿌리인 별들이 빨아올린 열매가 뚝뚝 듣는데

 거기 우리의 집이 있고 잠자는 너를 비추는

 별들이 있어서

 거기에 내려가 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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