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 詩
제 3 부 너와 나
내가 꿈꾸는 나라
―내가 꿈꾸는 나라
그게 무언지도 모르고 사람들은
떠들고 마시고 풍선을 띄워올리는데
그해 여름
나는 동해 바다에 빠져서 둥근 해를 건져올리며
내가 꿈꾸는 나라가 도래했음을 알았다
거듭 화투패를 돌리며 상대방을 곁눈질하며
그 소읍 스텐드 빠에서 미친 사랑의 노래를 불러재끼면서
참으로 오랫동안 삶이 이토록 전율하는 사소한 것들로 가득차서
기나긴 강물을 이루고 흘러가는 물방울이고 모래인 것을
그리하여 그 몸들이 해로 떠오르는 것을
아직은 그게 무언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나라
내가 꿈꾸는 나라
돌아오는 봉고차 안에서 다시 화투패를 돌리며
붉은 해가 나를 따라 서족으로 흘러옴을 보았다
가다가 굴러떨어져 강물에 잠길지라도
―내가 꿈꾸는 나라
사랑할 때는 잠도 빛나고
사랑할 때는
어둠 속에 누워도
가볍다 몸이
보송보송하고
날아오를 것 같은
세상이 떠오른다
어둠 속에서 빛나며
반짝이는 하늘이
가볍게 열린다
별을 가득 안고 있는
깨어 있는 잠 깊이
깊이 안겨드는 꿈
가볍다 사랑할 때는
잠이 온통 꿈으로
날아올라 하늘로
별로 빛난다
가볍게
가볍게
날아다닌다
깃털처럼
내 영혼
뻐꾹새
일요일
공장도 쉬는데
안개비 맞으며 정씨네 모를 내주고
허리가 끊어질 듯 하지만
뒷집 아주머니 손자 돌이라
자전거 타고 면내에 나가서 반지 하나 사들고 가서
동네 사람들과 거나하게 마시고
돌아와 누워 혼곤한 피로를 느끼며
오락가락하는 빗소리 들으며
TV를 보는데
문득 저 새 우는 소리
뻐꾹뻐꾹 뻐꾹새 우는 소리
문득 고개를 내밀고 추억의 뻐국시계가 운다
쇼 프로가 왁자하게 시작되는데
TV를 끄게 하는 저 소리
느닷없이 깨어 있는 나를 깨우는 소리
이 봄 깊은 낮 세시에
나를 부르는 저 태엽 풀리는 새 소리
30년 전 저 뻐꾹새 소리따라
나는 비를 맞으며 돌집을 지나
양계장 지나 목장도 지나
미친 선사가 살았다는 움막도 지나
방죽 가래실* 언덕을 넘어
내 뻐꾹새 시계를 찾아서 간다
뻐꾹뻐꾹
저 숲 속에서 오래도 참고 살았구나
고개를 내밀고 나올 것 같다
30년 동안 그 집 벽에 걸려 있다가
이제야 머리를 풀고 우는 새
나무나무마다 그 집을 이루고
한 점 박히는 너 있는 허공
거기는 블랙홀보다 어둡고 깊으리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너
나는 마침내 길을 잃고 돌아오는 길마저 잃고
하염없이 빨려들어간다
네 소리에 귀를 기울여도
뻐꾸뻐국 안 들리는 소리
산 너머로 구름이 가고 마침내 네가 또 울고
자꾸만 멀리서 울고
나는그래도 너를 찾아서 자꾸 안으로 안으로
숲 속을 간다
*충북 음성군 삼성면에 있는 작은 마을.
문 위에 놓아둔 열쇠
문 위에 열쇠를 놓아두네
쉬고 싶은 이들은 쉬어가라고
그러나 아무나는 말고 나를 알고
열쇠를 찾을 수 있는 이들만 애용하시게
누구나 밥을 먹고 자고 갈 수 있네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하고 어질러 놓지만 않는다면
술을 마셔도 좋고 비디오를 보고 연애를 해도 좋네
시인 가수들 처음 보는 이들도 오네
방마다 토론하고 피아노를 치고 노래하고 춤을 추네
그러나 35평 아파트가 너무 비좁지는 않게스리
이웃에서 쫓겨나지도 않게스리 애용하시게
내가 남해의 어느 우체국에서 엽서를 부치면
그들 중 누구라도 답장을 보내주네
한달 후에 내가 돌아와도 변한 것은 없네
방이 필요한 젊은 남녀들은 놀다 가시게
우린 한두 달 쉬다가 다시 떠나려네
다만 열쇠는 제자리에 놓아두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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