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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인슈타인 시집 – 투명한 벽화, 투명한 나무, 투명한 터널

올드코난 2010. 7. 28.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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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4      투명 연구

 

투명한 벽화

 

 빛기둥!

 하나 서 있다 그리고 그 옆에 나란히……

 환하디 환하다

 나는 수없이 서 있는 그들을 본다

 전철 안에 수없이 많은 빛기둥들

 차창으로 고대의 벽화처럼 흘러가는

 빛의 나무 나무 나무들

 바퀴 구르는 레일 밑으로 내려져 있는 그들의 뿌리

 천정으로 뚫고 오르는 그들의 줄기며 잎새들

 나는 전철 창에 얼굴을 묻고 흐르는 벽화를 본다

 구석기 시대에서 솟아 온 아저씨와 31세기에서 내려온

 아가씨와 빙하 속에서 기어나온 꼬마와 함께

 구겨진 와이샤스 밟혀진 구두 땀내 나는 옷에서

 뿜어내는 빛

 그걸 다 땅 속에 끌어 들여서 뿜어내는 빛

 마침내 원을 그리고 돌고 도는

 수천 억 바퀴의 나선의 빛의 기둥!

 무엇인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기 시작한다

 커다란 폭음과 불꽃을 남기며 로겡이 되어

 땅 속의 모든 것들을 모아 솟아오른다

 머나 먼 우주를 향하여

 거대한 빛기둥되어

 

투명한 나무

 

 땅 끝에 내가 닿아 있는 뿌리로부터

 물이 물밀어 올라온다 수천 길 솟아오르는 힘으로

 나를 키우고

 내 발을 지나 머리 끝을 지나

 하늘에 투명한 물방울 잎새를 하나 둘 틔운다

 

 걸어가거나 누워서 잠을 자다가도

 나를 통하여 흐르는 투명한 물을 느낀다

 몸을 둥글게 구부려 5천년 전 뿌리를 몇 가닥 만져보고

 거문고 자리까지 뻗어 있는 잎새를 흔들어도 보지만

 그 물은 어디에서부터 오는가

 어디로 가는가 알 수는 없다

 

 저 깊고 깊은 땅 속 어딘가에서부터

 저 하늘 끝까지에 이르는

 물이 되어 흐르는 거대한 물줄기

 나는 그것의 통로일 뿐

 텅 비인 나무일뿐!

 

투명한 터널

 

 네가 지나 간 자리에

 투명한 터널이 뚫리고 있었다

 네가 내 앞을 지나 광화문 길을 가는데

 네 몸 부피만큼 터널이 안개꽃보라치며

 노랗게 타오르는 은행나무 사이로 이어져

 한 마리 뱀이 되어 어디론가로 가고 있었다

 나는 허리를 굽히고 그 속으로 들어간다

 재빨리 터널은 투명하게 메워지고

 다시 너의 향기로 가득해 진다

 거기엔 바람도 불지 않는다

 비도 내리지 않는다

 나는 마구 달린다

 마구 달려서 너를 붙잡는다

 네가 나를 돌아다본다

 아 환하디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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