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 詩
제 3 부 너와 나
자전거
나는 그들에게 등을 돌리고
나만이 가야 할 길이 있는 것처럼 앞으로 나아간다
시가를 벗어나 들판을 지나고 다리를 건너
몇몇 마을이 지나고
이제 사물들은 그들의 이름에서 해방이 되어
또한 나를 자유롭게 풀어놓는다
가다가 배고프면 밥을 사 먹고 목마르면 물을 마시고
언덕에 이르면 내려서 걷고 진창길에선 매고 걷는다
나는 노을보다 앞서가고 어둠보다 멀리 본다
이제는 그들의 세상에 돌아가지 않으련다
통장에는 기천 만원이 있으니 이자만으로도
평생 이렇게 전국을 책처럼 펼칠 수 있으리
세상에 이토록 자유로운 혼이 어디 있을까
달빛 아래 슬리핑백에 누워 자전거 그림자를 올려다본다
두고 온 사람들 웃음소리 들리나 돌아가지 않으리
내게는 내달을 두 개의 바퀴가 있고 가야 할 길이 있네
길 위에 풀어 논 어느 도시에 이르러
마음 맞는 이가 있다면
한 달쯤은 동행을 하여도 좋으리 세상의 끝 어딘가에는
마음에 드는 고장이 하나 남아 있으리
오오 그리운 이여 함께 가사이다
양평
양평에나 갈까
아니 평양에
거기 눈빛 고운 아이를 찾아
시나 읊어 주고
낚시나 할까
구름 그림자가 물로 들어서
싱싱한 물고기로 튀어 오르고
아버지가 물가 저편에서
하하하 웃으시는 웃음이
쩔렁거리며
흔들려 오는
물 많은 동네
란蘭이는 이미 시집가고 없지만
피난 온 아버지와 의형제 맺고
우리를 서로 맺어주기로 했다는
그 애 아버지가 들려주는 옛이야기
어머니가 해주시는 채나물밥
소주 한 잔 걸치는 매운탕이 좋아서
마음이 적적할 때면
버스를 타고 가보는 또 다른 고향
제일 추운 곳이면 어떠냐
평양에나 갈까
아니 양평에
물 그림자는 하늘로 올라서
아버지 얼굴이 되고
뚝뚝 듣는 그이를
내가 듣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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