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 詩
제 2 부 만화경
황달
―두꺼비 2
애보다 배가 커지면서 배보다 배꼽이 커지면서 전체가 뒤집히기 시작
했다 바깥이 안으로 말려들면서 한가운데에 있는 것들이 퍼져나가 저
를 품었다 계란후라이는 노른자위가 터져서 온통 노랗게 변하고 대출
이자가 집값보다 많아지고 청구서며 내용 증명 공시 송달이 우편함을
넘치고 노오란 은행잎이 거리를 뒤덮은 이 가을
어떻게 두꺼비는 배만 커지고 더욱 배가 부풀어오른다 아 누군가 몽둥
이로 배를 두들겨댄다 이대로는 못 살아요 못 살아 터져 버려라 터져
버려 모두들 모여서 두꺼비를 몽둥이로 두들겨 대고 있었다 그러자 배
꼽이 터지면서 오장육부가 터져나오고 그는 그걸 덜러덩거리며 돌아다
닌다 피를 뚝뚝 흘리며 낄낄거리며 지점장님 긴급대월 좀 한 장만 해
주시죠 해주시죠 이 새끼야 이 오장육부 좀 꿰매어 넣게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 두꺼비는 두꺼비를 세 마리나 해치웠다
그러자 두꺼비들은 그 두꺼비를 삼키고
웩웩거리며 노란 똥물을
은행 위에다 쏟아 버렸다
제천
언덕을 오르다가
별들이 전봇줄에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
마을의 노란 불빛들이 전봇줄에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
걔들이 거기서 줄넘기를 하고 있는 것을
멀티포엠
나는 꿈꾼다 시가 벌떡 일어나서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리고 사람들
을 자기의 무대로 끌고 들어가서 한바탕 굿을 벌리는 멀티 포엠*을
VOD**에 국화 옆에서를 누르면 소쩍새가 국화꽃 한송이를 만들며 우
는 영상을 보여주고 천둥과 번개도 국화꽃을 만들며 몸부림쳐 우는 것
을 보여준다 누님은 고즈넉이 앉아 있다
창문 밖에는 여전히 비바람이 거세지만 우리의 방은 동그랗게 견고하
다 시가 우리 안에 있고 우리가 그 안에 있는 아아 가상 현실보다 깊
고 빛나는 은유 현실 상징 현실이 둥둥 울린다 멀티 포엠 시가 둥둥
울리는 멀티 포엠 산에서 우는 적은 새가 우는 데로 우리를 데리고 가
는 멀티 포엠
시인은 시를 쓰면서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과 배우를 만들어야 하고 우
주의 영상을 그래픽해야 한다 보리피리 불며 술익는 마을을 지나가는
나그네를 만든다 아지랑이는 피어오르고 멀티 포엠이 풍악을 울리며
내게로 온다 기차가 터널로부터 햇빛 속으로 나왔다 멀리 자미성이 보
이고 봉황이 날고 용이 푸르른 불을 뿜으며 나를 제 등에 태운다 용의
몸에 실린 방 한 칸이여 아아 까마득한 나락이여 밀실이여 광장이여
나 죽은 후에도 시를 울리는 장비들을 움직이며 나의 뇌파수는 살아서
영원히 시를 살으리
그 방에는 원자로가 있어서 영원에 가까운 시간 속을 살아 표준화된
장비와 (12cm의 CD와 디지탈 영혼들) 저작 도구들 우주 어디에서나 그
것을 쓸 줄 아는 살아 있는 인간들 아니 그 누가 없어도 그 신호들만
있어서 나의 처소에 신호를 보낸다면 항시 나의 정리된 상상과 은유의
우주를 만날 수 있으리 투명한 창이며 화두며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
의 별을 나는 읊으리 오오 영혼이여 기계여 암호여 나는 죽어서도 시
를 읊고 그림을 그리고 너에게 신호를 보낸다
*MULTI-POEM
**VOD:양방향 케이블로 전송되는 주문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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