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 詩
제 1 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의 별
지도 위를 걸으며
저 네거리와 광장을 줄여서 말 밑에 깔고
굽이치는 개천과 산들도 성큼성큼 걸어서
웬만한 바다쯤은 그냥 건너리
하여 마음에 드는 땅에 이르면
나를 줄여서
그 거리와 집들 사이에 서 있으리
오늘 여기가 그 거리인가 싶다
이제 막 길모퉁이를 돌아간
어떤 여자를 놓친 채
툭툭 걷어차 버리는 담벼락들
나는 찾아야만 할 그 무엇들이 정녕 잡히지는 않고
그저 꿈틀거리며 빠져나가기만 하는
수도 없이 떠났다가 다시 돌아 온 이곳 이 사람들
다시 몸을 키워 대동강변에 나가 앉아 볼까
아니면 만주벌 광개토대왕 비나 만져 보러 갈까
60만년 전 검은모루에 가서 소꿉장난이나 해볼까
한번도 떠난 적 없이 떠나는 걸리버여!
아인슈타인의 시
아인슈타인이 시를 썼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내게로 시를 보낸다
두루말이 휴지를 마구 뜯어서
눈이 내린다고 온방안에 뿌려대고
눈을 허옇게 뒤집어 쓴 아이녀석처럼
빛의 속도로 날으는 우주선에서
그는 초상화 속의 영원한 얼굴로
안드로메다의 별들의 풍경을
물컵에 빨대를 넣고 비누방울로 불어댄다
비누방울들이 자신의 등에 무지개를 얹고
안에는 아득한 방을 차리고
펑펑펑 쏟아져 내린다
밤하늘 가득히 내리는 저건
눈인가 별인가 꽃송이인가
땅에 떨어져서는 동동동 구르며
투명한 속을 보이며 잦아든다
아인슈타인은 말한다
저 많은 은하의 별들에서도
상대성원리는 있고 이미 그것을 발견한
수천명의 아인슈타인을 만났다고
하지만 땅에 잦아들면서 저의 방을 꾸리는
시에는 수천명의 아인슈타인은 없다고
그는 내게로 시를 보낸다
하여 나는 아인슈타인의 시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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