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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인슈타인 시집 – 자미성, 샛별

올드코난 2010. 7. 2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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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1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의 별

 

자미성

  

 세상에 보이지 않는 별이 있어서

 우리들의 운명을 움직이고 있단다

 그 별에서 이 세상을 내려다보면

 이리저리 난 길들과 방들 비어 있거나

 겹쳐진 가득한 모음과 자음이 보이리

 모음은 팔 벌려 자음을 안고 자음은 달아나며

 하수도로 굴러떨어져 끌어올려 달라 소리를 친다

 그들이 울리는 소리가 보이지 않는 별을 울리고

 보이는 것을 동경하는 이들은 귀기울이리

 하여 세상으로 내려오는 빛이 있으리

 보이지 않게 보이는 가는 빛 그들 중에 누구는

 아무도 없는 새벽 거리를 내려와 쓸기도 하리

 자음을 모음 옆에 놓아주고는 슬그머니 사라지기도 하리

 그의 그림자가 내 몸 속을 지나간다 빛이 되어

 튀어나와서 그대 나의 얼굴로 거울 속에 가득히

 번지는 불길 환상이어라 내 안에 누군가 있다

 누구냐 그는 시방 달아나고 있으니 동구밖 길로

 누가 가는가 그 길을 따라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고

 보라,

 때의 타는 점들이 점점이 날아오른다

 너는 다시 너의 별로 돌아가 내 가는 먼길을

 내려다보며 나 자는 밤에는 노래를 불러주겠지

 나는 이따금 아지랑이를 피워올리며

 내 아지랑이가 보이지 않는 별에 가서 이르기를 빈다

 길 끝에 이르러 나는 너를 다시 만나리라

 그대여 잔을 들어라 건배나 하자

 아아 나는 너를 가득히 채워서 마시리

 

샛별

  

 그 아침에 별 하나 남아 있었다

 내가 야간 작업을 마치고

 으스스 몸을 떨며

 그 시린 문가에 기대어 서서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

 긴긴 겨울 밤 잠 깨어 기계는 욍욍 저 혼자 돌아가고

 나는 기계를 보며 끄덕이다가 으스스 몸이 떨리고

 문득 사람은 다 어디 가고 기계만 살아 있는 것일까 아아

 내게 죽음이 왔다 갔다는 것을 안 것처럼

 스치는 서글픔처럼

 기계는 여전히 저 혼자 돌아가고 고요하고 고요한데

 물건들은 펄쩍펄쩍 튀어나오며 저희들끼리 와글거리는데

 문득 새벽빛이 물 발바닥을 내밀며 내 얼굴을 씻었을 때

 조반장이 내 등을 치며 수고했어 가 쉬어 했을 때

 으스스 몸을 떨며 그 시린 문가에 서서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

 그 아침에 별 하나 남아 있었다

 

 그래 상철아 그 별 너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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