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늦게 친구가 연락이 왔습니다. 친구에게는 자식이 둘이 있는데 첫째가 딸이고 둘째가 아들입니다. 바로 이 둘째 아들이 곧 입대를 한다고 하는 군요.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습니다. 기저기 갈아주던게 엊그제 같은데, 군대를 간답니다. 정말 시간 빠릅니다. 얼굴 본지도 좀 되어서인지 변성기가 지나서 전화로 듣는 조카의 어른스런 목소리가 매우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군대 잘 다녀오라는 그런 예의상 몇마디하고 말려고 했는데 조카 이 녀석이 참 마음 아픈 말을 하네요. “아저씨도 이제는 새출발 하셔야죠.”
웃고 말았습니다. 이 어린녀석에게서 이런 말을 듣게 되다니.
전화를 이어 받은 친구도 한마디 하는 군요.
“너도 이제 다 잊고 더 늦기 전에 좋은 사람 만나야지”
그냥 웃으면서 몇 마디하고 조카 군대 잘 보내라는 인사를 건내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새출발...
제가 혼자사는 이유를 밝혀 볼까 합니다.
20년전 IMF가 있었습니다. 그 즈음 저는 좋은 여자를 만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분은 임신을 하게 되었는데, 1998년 그때는 정말 어려웠던 때였습니다. 수 많은 기업이 부도나고 근로자들은 해고되고 미래가 없을때였습니다. 그 분도 다니던 회사에서도 정리해고를 당했습니다. 이 어려운 시기 직장을 구하는게 정말 어려웠던 그때 여기저기 면접을 보러 다니며 무리를 하다 그만 유산을 하고 말았습니다.
제가 정말 죄송스럽고 후회가 되는 것은 그분이 유산을 했을 때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데에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정말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유산한 산모의 정신적인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지 그때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게 늘 마음에 걸립니다.
아이를 유산한 후 몇 달이 지나 우린 헤어졌습니다.
벌써 20년이 되어갑니다.
이후 그 분은 다른 사람 만나 결혼했는데 이후는 모릅니다.
이후 저는 그냥 혼자삽니다. 그분이 유산을 했을 때 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죄책감이 커져갔고 다른 여자를 사귄다는게 두려움을 느꼈고 결국 지금까지 혼자 살게 되었습니다. 간혹 지인들이 괜찮은 여자를 소개해 준다고 선을 보게 해 준 적도 있지만 마음이 끌리지 않아 여태 혼자 삽니다.
어느덧 20년.
정말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흘렀습니다.
시간을 되돌릴수만 있다면, 그때 그냥 그 분을 쉬게 해주었다면 우리의 아이는 그렇게 유산되지 않았을텐데. 그때 그 아이가 유산되지 않았다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했거나 군대를 갈 나이가 되었을 겁니다. 이 일이 자꾸 저를 괴롭히는 군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친구는 이 일을 잊으라고 하지만 쉽지 않군요. 정말 쉽지 않습니다.
세월호에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은 97년생이고, 20년전 유산된 우리의 아이는 98년생. 한 살차이 비슷한 나이의 아이였습니다. 단원고 학생들이 내 자식처럼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아이를 잃어서 슬픈데, 17년을 키워온 부모들의 자식을 잃은 그 아픔은 얼마나 클까 생각해 보면 지금도 가슴이 미어집니다.
세월호가 인양되었습니다. 이제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세월호 유족분들의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월호 유족분들 힘내시기를 바랍니다. 곧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겁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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