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서평

로마인 이야기 (저자 시오노 나나미) 역사가 아니라 소설이다!

올드코난 2017. 7. 1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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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달 동안 로마인 이야기를 모두 다 완독했다. 내가 로마인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가 1996년이었다. 동네 비디오 가게에 만화책과 소설책을 같이 대여를 해주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로마인 이야기 1권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편과 2권 한니발 전쟁 편을 읽은 후 완전히 빠져들어 당시까지 발간된 3권 승자의 혼미, 4권 율리우스 카이사르 (상)까지 다 읽고 이후 출간된 5권 율리우스 카이사르 (하), 그리고 6권 팍스 로마나 편까지 읽었었다. 이후 IMF와 고된 사회 생활이 시작되면서 잊고 있었다. 


이후 로마인 이야기 후속 편들이 출간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바쁘다는 이유 등으로 책들을 읽지 못하고 세월을 보내다 구립도서관에 전집이 다 있어서 무려 20년 만에 이 책을 다시 발견하고 지난 한 달 동안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5권을 모두 다 완독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다 읽고 보니 뒷맛이 영 좋지 않다. 20년전 처음 이 책을 접할 때는 한창 젊을때여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지금 이 책을 모두 다 읽고 보니 이 책은 무척 재미있는 역사소설에 지나지 않는다는 그런 생각을 해 본다. 로마인 이야기에 수록된 내용들이 모두 다 허구라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했겠지만, 저자는 로마 역사를 극우적인 시각으로 편협 되게 썼다는 점에서 역사사료로서의 가치는 많이 희석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사서가 아닌 소설로 본다면 흥미진진하게 잘 만들었다. 삼국지 정사 보다 삼국지연의가 재미있듯이 정사 로마사 보다 로마인이야기가 더 재미있다고 설명하면 될까. 책의 제목에서 보듯이 이 책은 정사가 아니라 ‘이야기’다. 이야기는 재미있으라고 하는 말로 재미를 위해서는 허구가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로마인 이야기를 역사서가 아닌 소설 정도로만 생각해 읽는다면 매우 재미있는 책이지만, 역사서로 참고한다면 특히, 중고생들이 읽는 것에는 반대하고 싶다. 제국의 시대는 끝났지만 여전히 제국주의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저자의 왜곡된 사상에 물들까 걱정이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음에도 추천하지 못해 조금은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어쩌겠는가. 20년만에 완독한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에 대해 추억과 배신감을 동시에 느낀다는 말로 마무리한다.


[참고: 로마인 이야기 15권 주요 내용(출판사 설명)]

1권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로마인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책으로 로마의 건국부터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한 시기인 기원전 270년까지의 500년 정도되는 시기를 다루었다.

2권 한니발 전쟁

고대 로마가 지중해 패권을 갖지 못했다면 대로마 제국은 없었을 것이다. 지중해 패권은 물론 세계적인 대제국이 되기 위해 로마가 반드시 이겨야할 상대는 당시 지중해 대국 카르타고였다. 일명 포에니 전쟁으로 일컬어지는 로마와 카르타고의 2번에 걸친 전쟁에서 최후의 승자는 로마였고, 그 결과 카르타고는 멸망의 길을 걷고 로마는 지중해의 주인이 된다.

3권 승자의 혼미

갑자기 거대한 나라가 되어버린 로마는 새로운 질서의 필요성을 느낀다. 문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기에 느끼는 그 혼란.

4권 율리우스 카이사르(상하) & 5권 율리우스 카이사르(하)

로마 제정의 기반을 다비고 황제의 명칭이 된 ‘카이사르’의 인물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는데, 무려 2권에 걸쳐서 설명했는데, 저자가 카이사르를 매무 흠모하고 있다는게 느껴질 정도로 찬양하는 점이 많아 불편하기도 하지만 매우 흥미있게 기술했다.

6권 팍스 로마나

기원전 1세기 말 아우구스투스가 제정을 수립한 때부터 약 200년간 지속된 로마의 평화의 시기 팍스 로마나에 대해 아우구스투스의 생애와 업적을 중점으로 설명하고 있다.

7권 악명높은 황제들

로마가 흔들리고 있다. 카이사르가 청사진을 그리고, 아우구스투스가 애써 구축한 로마 제정이 '지도자 실종의 위기' 앞에 흔들리고 폭군의 대명사가 된 네 황제들의 업적과 죄과, 권력의 본질을 해부한다.

8권 위기와 극복

네로 황제가 죽은 뒤에 터지는 피로 피를 씻은 내란. 1년 사이에 세 황제가 피살되는 극심한 혼란과 변경에서는 이민족들과의 대결이 계속되는데.... 위기 속에서 로마가 어떻게 탈출하고 다시 번영의 길로 들어서는 가가 주 내용

9권 현제의 세기

로마제국의 판도를 최대로 넓힌 정면돌파형 인물 트라야누스, 제국 전역을 순행하며 통치체제를 재구축한 하드리아누스, 온화한 인품과 덕행으로 개혁을 정착시킨 안토니누스 피우스. 로마제국을 최전성기의 반열에 올려놓은 이들 3현제의 세기는 굳이 역사가 타키투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진정으로 '행복한 시대였다. 시오노의 아홉번쩨 <로마인 이야기>에서는 이들이 후세에 현제라 칭해진 이유와 동시대 로마인들이 이 시기를 황금시대라 부른 이유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시오노 나나미의 도전적 역사 해석과 소설적 상상력으로 되살아나는 세 남자의 리더십 이야기는 한 시대를 이끈 진정한 지도자에 대한 구체적인 상을 갖도록 돕는다.

10권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기원전 3세기에 지구의 동쪽과 서쪽에서 대규모 토목사업이 시작되었다. 동쪽에서는 만리장성, 서쪽에서는 로마 가도. 중국과 로마는 왜 국가 규모의 대토목사업을 시작하면서 한쪽은 방벽을 건설했고 또 한쪽은 가도를 건설했을까. 방벽은 사람의 왕래를 차단하지만, 가도는 사람의 왕래를 촉진시킨다. 국가 방위라는 가장 중요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이민족과의 왕래를 차단할 것인가, 아니면 왕래를 촉할 것인가. 두 민족의 이같은 사고방식의 차이는 결국 중국과 로마라는 두 강국의 운명까지 결정했다. 중국의 만리장성과 로마의 도로망, 이 둘의 차이는 분명 지구의 동과 서의 차이보다 훨씬 컸다...

11권 종말의 시작

왜 뛰어난 철인 황제 시대에 제국은 몰락의 길을 걷는가, 생선은 머리부터 썩는다는데 로마 제국도 드디어 '머리'부터 썩어들기 시작한다. 후세 사람들이 오현제 시대라고 부르며 칭송을 아끼지 않는 시대는 서기 96년부터 180년까지 약 1세기. 네르바, 트라야누스, 하드리아누스, 안토니누스 피루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등 다섯 황제가 다스리던 시대이다.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 제국 쇠망사>는 제1장부터 3장까지 제정을 총괄한 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죽고 아들 콤모두스가 즉위한 180년을 기점으로 하는 제4장부터 쇠퇴와 멸망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그려낸다. 즉 로마 제국의 쇠망은 오현제 시대의 종말과 함께 시작되었다는 역사관이다. 이러한 생각은 기번의 시대로부터 20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

12권 위기로 치닫는 제국

융성의 시대는 어느 민족이나 비슷하지만 쇠퇴기에는 저마다 다른 양상을 띠게 된다. 대제국 로마도 위기를 극복하는 힘을 상실하고 마침내 '3세기의 위기'로 돌입한다.

13권 최후의 노력

13권에는 제정 후기 로마 즉 원수정에서 절대군주정으로 이행한 시기의 로마 제국을 다루고 있다. 왜 절대군주정으로 이행했는지, 그 실태는 어떤 것이었는지, 어떤 점이 원수정과 다른지, 그리고 그것은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등의 의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다.

14권 그리스도의 승리

이 책에서는 황제조차 넘볼 수 없을 정도로 비대해진 기독교 세력과의 힘 겨루기 끝에 마침내 국교로 자리 잡는 양상을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정ㆍ교가 분리되지 않고 서로 간여하는 모양이 된 국가체제가 자초하게 되는 위험성을 친기독교적, 반기독교적 대표 인물들의 행동을 통해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기독교 대세라는 흐름을 탈 것인지, 흐름을 거스를 것인지, 흐름에서 발을 뺄 것인지, 여기에 속한 다양한 인간들의 명암을 다채롭게 그려내고 있다. 제1부에는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죽은 뒤, 피비린내나는 친족 숙청의 바람으로 대권을 잡은 둘째 아들 콘스탄티우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제2부에서는 반기독교 정책으로 배교자라는 낙인이 찍힌 율리아누스 황제의 매력적인 행보를 따라간다. 제3부에서는 기독교 쪽에서 보면 군계일학과도 같은 주교 암브로시우스의 활동을 그린다.

15권 로마 세계의 종언

완결편으로 로마 제국이 어떻게 쇠망해갔느냐에 중점을 두어 서술하였다. 국가로서의 로마의 종말이 아니라, 그 문명의 종말을 그리고 있다. 서기 476년의 서로마 제국의 멸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로마 제국의 수평선상에 이슬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7세기까지를 살펴본다


[참고: 저자 시오노 나나미]

1937년 7월 7일 일본 도쿄 출생. 이름 나나미(七生)는 7월7일 생이라 지어졌다고. 1963년 가쿠슈인대학 철학과 졸업. 고교 시절 『일리아드』를 읽고 이탈리아에 심취하기 시작했으며, 도쿄대학 시험에 떨어진 후 가쿠슈인대학을 선택한 것도 ‘그곳에 그리스 로마 시대를 가르치는 교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대학에서 서양철학을 전공, 당시 일본 대학가를 열풍처럼 휩쓸었던 학생운동에 가담했다. 그러나 마키아벨리를 알게 된 후 학생운동에 회의를 느끼고 졸업 후 1964년 일리아드의 고향 이탈리아로 건너가 4년 뒤인 1968년, 『르네상스의 여인들』을 「中央公論」지에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 이탈리아에서 30년이 넘게 독학으로 로마사를 연구한 시오노 나나미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의 모델로 알려진 체사레 보르자의 일대기를 그린 『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으로 1970년 `마이니치 출판문화상`을 받았다. 30여 권에 이르는 저작은 크게 세 분야로 나뉜다. 초기작인 『르네상스의 여인들』을 비롯해, 『바다의 도시 이야기』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등 20여 권의 중세 르네상스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발표했고 15년에 걸쳐서 로마인 이야기를 1년에 한 권씩 발표하겠다고 많은 사람들에게 공표하고 로마 제국 흥망성쇄의 원인과 로마인들의 이야기를 정리한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를 발간해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가 된다.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의 영웅들을 중심으로 글을 쓰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 힘을 숭배하는 보수적인 작가라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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