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한용운 37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사랑의 끝판, 꿈이라면, 해당화, 두견새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사랑의 끝판 네 네, 가요, 지금 곧 가요. 에그, 등불을 켜러다가 초를 거꾸로 꽂았습니다그려. 저를 어쩌나, 저 사람들이 흉보겠네. 님이여, 나는 이렇게 바쁩니다. 님은 나를 게으르다고 꾸짖습니다. 에그, 저것 좀 보아,'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하시네. 내가 님의 꾸지람을 듣기로 무엇이 싫겠습니까. 다만 님의 거문고줄이 완급(緩急)을 잃을까 저어합니다. 님이여, 하늘도 없는 바다를 거쳐서, 느릅나무 그늘을 지워버리는 것은 달빛이 아니라 새는 빛입니다. 홰를 탄 닭은 날개를 움직입니다. 마구에 매인 말은 굽을 칩니다. 네 네, 가요, 이제 곧 가요. 꿈이라면 사랑의 속박이 꿈이라면 출세의 해탈도 꿈입니다. 웃음과 눈물이 꿈이라면 무심의 광명도 꿈입니다. 일체 만법이 꿈이라면..

배움/시 2010.07.09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금강산, 낙원은 가시덤불에서, 만족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금강산 만 이천 봉! 무양(無恙)하냐 금강산아. 너는 너의 님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아느냐. 너의 님은 너 때문에 가슴에서 타오르는 불꽃에 온갖 종교. 철학.명예.재산, 그 외에도 있으면 있는 대로 태워버리는 줄 을 너는 모르리라. 너는 꽃이 붉은 것이 너냐 너는 잎이 푸른 것이 너냐 너는 단풍에 취한 것이 너냐 너는 백설(白雪)에 깨인 것이 너냐. 나는 너의 침묵을 잘 안다. 너는 철모르는 아이들에게 종작 없는 찬미를 받으면서 시쁜 웃음을 참고 고요히 있는 줄을 나는 잘 안다. 그러나 너는 천당이나 지옥이나 하나만 가지고 있으려무나, 꿈 없는 잠처럼 깨끗하고 단순하란 말이다. 나도 짧은 갈고리로 강 건너의 꽃을 꺽는다고 큰 말하는 미친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침착하고 단순하..

배움/시 2010.07.09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꽃싸움, 의심하지 마셔요, 당신은

추천 문학, 시, 소설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꽃싸움 당신은 두견화를 심을 때에 '꽃이 피거든 꽃싸움하자'고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꽃은 피어서 시들어 가는데, 당신은 옛 맹세를 잊으시고 아니 오십니다. 나는 한 손에 붉은 꽃수염을 가지고 한 손에는 흰 꽃수염을 가지고, 꽃 싸움을 하여서 이기는 것을 당신이라 하고, 지는 것은 내가 됩니다. 그러나 정말로 당신을 만나서 꽃싸움을 하게 되면, 나는 붉은 꽃수염을 가지고 당신은 흰 꽃수염을 가지게 합니다. 그러면 당신은 나에게 번번이 지십니다. 그것은 내가 이기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나에게 지기를 기뻐하는 까닭입니다. 번번이 이긴 나는 당신에게 우승의 상을 달라도 조르겠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빙긋이 웃으며, 나의 뺨에 입맞추겠습니다. 꽃은 피어..

배움/시 2010.07.09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사랑'을 사랑하여요., 요술, 고대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사랑'을 사랑하여요. 당신의 얼굴은 봄하늘의 고요한 별이어요. 그러나 찢어진 구름 사이로 돌아오는, 반달같은 얼굴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만일 어여쁜 얼굴만을 사랑한다면, 왜 나의 베겟모에 달을 수놓지 않고 별을 수놓아요. 당신의 마음은 티없는 순옥이어요. 그러나 곱기도 밝기도 굳기도, 보석같은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만일 아름다운 마음만을 사랑한다면, 옥으로 만들어요. 당신의 시(詩)는 봄비에 새로 눈트는 금결같은 버들이어요. 그러나 기름같은 검은 바다에 피어오르는 백합같은 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만일 좋은 문장만을 사랑한다면, 왜 내가 꽃을 노래하지 않고 버들을 찬미하여요. 온 세상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아니할 때에, 당신만이 나를 사랑하였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

배움/시 2010.07.09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어디라도, 수의 비밀, 버리지 아니하면, 군말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어디라도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려고 대야에 물을 떠다 놓으면, 당신은 대야 안의 가는 물결이 되어서 나의 얼굴 그림자를 불쌍한 아기처럼 얼려 줍니다. 근심을 잊을까 하고 꽃동산에 거닐 때에 당신은 꽃 사이를 스쳐오는 봄바람이 되어서, 시름없는 나의 마음에 꽃향기를 묻혀 주고 갑니다. 당신을 기다리다 못하여 잠자리에 누웠더니 당신은 고요한 어둔 빛이 되어서 나의 잔부끄럼을 살뜰히도 덮어 줍니다. 어디라도 눈에 보이는 데마다 당신이 계시기에 눈을 감고 구름 위와 바다 밑을 찿아 보았습니다. 당신은 미소가 되어서 나의 마음에 숨었다가, 나의 감은 눈에 입맟추고 '네가 나를 보느냐'고 조롱합니다. 수의 비밀 나는 당신의 옷을 다 지어 놓았습니다. 심의도 짓고, 포도도 짓고, 자리옷도 ..

배움/시 2010.07.09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당신을 보았습니다., 인과 율, 우는 때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당신을 보았습니다. 당신이 가신 뒤로 나는 당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까닭은 당신을 위하느니보다 나를 위함이 많습니다. 나는 갈고 심을 땅이 없으므로 추수가 없습니다. 저녁거리가 없어서 조나 감자를 꾸러 이웃집에 갔더니, 주인은 '거지는 인격이 없다. 인격이 없는 사람은 생명이 없다. 너를 도와주는 것은 죄악이다'고 말하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돌아나올 때에 쏟아지는 눈물 속에서 당신을 보았 습니다. 나는 집도 없고 다른 까닭을 겸하여 민적(民籍)이 없습니다. '민적 없는 자는 인권이 없다. 인권이 없는 너에게 무슨 정조냐'하고 능욕하려는 장군이 있었습니다. 그를 항거한 뒤에, 남에게 대한 격분이 스스로의 슬픔으로 화(化)하려는 찰나에 당신을 보았습니다. 아아! 온갖 윤리, ..

배움/시 2010.07.08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슬픔의 삼매, 비방, 심은 버들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슬픔의 삼매 하늘의 푸른빛과 같이 깨끗한 죽음은 군동(群動)을 정화(淨化)합니다. 허무의 빛인 고요한 밤은 대지에 군림하였습니다. 힘없는 촛불 아래에 사리뜨리고 외로이 누워 있는 오오, 님이여! 눈물의 바다에 꽃배를 띄웠습니다. 꽃배는 님을 싣고 소리도 없이 가라앉았습니다. 나는 슬픔의 삼매(三昧)에 '아공(我空)'이 되었습니다. 꽃향기의 무르녹은 안개에 취하여 청춘의 광야에 비틀걸음치는 미인이여! 죽음을 기러기 털보다도 가볍게 여기고, 가슴에서 타오르는 불꽃을 얼음처럼 마시는 사랑의 광인이여! 아아, 사랑에 병들어 자기의 사랑에게 자살을 권고하는 사랑의 실패자여! 그대의 만족한 사랑을 받기 위하여 나의 팔에 안겨요. 나의 팔은 그대의 사랑의 분신인 줄을 그대는 왜 모르셔요. ..

배움/시 2010.07.08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눈 물, 꿈과 근심, 차라리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눈물 내가 본 사람 가운데는, 눈물을 진주라고 하는 사람처럼 미친 사람은 없습니다 그 사람은 피를 홍보석이라고 아는 사람보다도, 더 미친 사람입니다. 그것은 연애에 실패하고 흑암의 기로에서 헤메는 늙은 처녀가 아니라면, 신경이 기형적으로 된 시인의 말입니다. 만일 눈물이 진주라면 나는 님의 신물(信物)로 주신 반지를 내놓고는, 세상의 진주라는 진주는 다 티끌 속에 묻어 버리겟습니다. 나는 눈물로 장식한 옥패를 보지 못하였습니다. 나는 평화의 잔치에 눈물의 술을 마시는 것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내가 본 사람 가운데는 눈물을 진주라고 하는 사람처럼 어리석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아니어요. 님이 주신 눈물은 진주 눈물이어요. 나는 나의 그림자가 나의 몸을 떠날 때까지, 님을 위하여 진..

배움/시 2010.07.08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당신의 편지, 예술가, 생명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당신의 편지 당신의 편지가 왔다기에, 꼬밭 매던 호미를 놓고 떼어 보았습니다. 그 편지는 글씨는 가늘고 글줄은 많으나, 사연은 간단합니다. 만일 님이 쓰신 편지이면, 글은 짧을지라도 사연은 길 터인데. 당신의 편지가 왔다기에 바느질 그릇을 치워놓고 떼어보았습니다. 그 편지는 나에게 잘 있느냐고만 묻고, 언제 오신다는 말은 조금도 없었습니다. 만일 님이 쓰신 편지이면 나의 일은 묻지 않더라도, 언제 오신다는 말은 먼저 썼을 터인데. 당신의 편지가 왔다기에 약을 달이다 말고 떼어 보았습니다. 그 편지는 당신의 주소는 다른 나라의 군함입니다. 만일 님이 쓰신 편지이면 남의 군함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 할 지 라도 편지에는 군함에서 떠났다고 하였을 터인데. 예술가 나는 서투른 화가(畵家..

배움/시 2010.07.08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쾌 락, 거문고 탈 때, 밤은 고요하고, 꽃이 먼저 알아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쾌 락 님이여, 당신은 나를 당신 계신 때처럼 잘 있는 줄로 아십니까. 그러면 당신은 나를 아신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당신이 나를 두고 멀리 가신 뒤로는, 나는 기쁨이라고는 달도 없는 가을 하늘에 외기러기의 발자취만치도 없습니다. 거울을 볼 때에 절로 오던 웃음도 나오지 않습니다. 꽃나무를 심고 물 주고 북돋우던 일도 아니합니다. 고요한 달 그림자가 소리없이 걸어와서 엷은 창에 소근거리는 소리도 듣기 싫습니다. 가물고 더운 여름 하늘에 소낙비가 지나간 뒤에, 산모퉁이의 작은 숲에서 나는 서을한 맛도 달지 않습니다. 동무도 없고 노리게도 없습니다. 나는 당신 가신 뒤에 이 세상에서 얻기 어려운 쾌락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이따금 실컷 우는 것입니다. 거문고 탈 ..

배움/시 2010.07.08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