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사랑의 끝판 네 네, 가요, 지금 곧 가요. 에그, 등불을 켜러다가 초를 거꾸로 꽂았습니다그려. 저를 어쩌나, 저 사람들이 흉보겠네. 님이여, 나는 이렇게 바쁩니다. 님은 나를 게으르다고 꾸짖습니다. 에그, 저것 좀 보아,'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하시네. 내가 님의 꾸지람을 듣기로 무엇이 싫겠습니까. 다만 님의 거문고줄이 완급(緩急)을 잃을까 저어합니다. 님이여, 하늘도 없는 바다를 거쳐서, 느릅나무 그늘을 지워버리는 것은 달빛이 아니라 새는 빛입니다. 홰를 탄 닭은 날개를 움직입니다. 마구에 매인 말은 굽을 칩니다. 네 네, 가요, 이제 곧 가요. 꿈이라면 사랑의 속박이 꿈이라면 출세의 해탈도 꿈입니다. 웃음과 눈물이 꿈이라면 무심의 광명도 꿈입니다. 일체 만법이 꿈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