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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24

시) 정지용 作 - 갑판우, 태극선, 피리

정지용 詩 갑판 우 나지익 한 하늘은 백금빛으로 빛나고 물결은 유리판처럼 부서지며 끓어오른다. 동글동글 굴러오는 짠바람에 뺨마다 고운 피가 고이고 배는 화려한 김승처럼 짓으면 달려나간다. 문득 앞을 가리는 검은 해적 같은 외딴섬이 흩어져 날으는 갈매기떼 날개 뒤로 문짓 문짓 물러나 가고, 어디로 돌아다보든지 하이얀 큰 팔구비에 안기여 지구덩이가 동그랗다는 것이 길겁구나. 넥타이는 시원스럽게 날리고 서로 기대 슨 어깨에 유 월 볕이 스며들고 한없이 나가는 눈ㅅ길은 수평선 저쪽까지 기폭처럼 퍼 덕인다. * 바다 바람이 그대 머리에 아른대는구료, 그대 머리는 슬픈 듯 하늘거리고. 바다 바람이 그대 치마폭에 니치대는구료, 그대 치마는 부끄러운 듯 나부끼고. 그대는 바람보고 꾸짖는구료. * 별안간 뛰여들삼어도 설..

배움/시 2010.07.11

시) 정지용 作 - 가모가와, 슬픈 인상화, 조약돌

정지용 詩 가모가와 가모가와 심리ㅅ벌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날이 날마다 님 보내기 목이 자졌다... 여울 물소리... 찬 모래알 쥐여 짜는 찬 사람의 마음, 쥐여 짜라. 바시여라. 시원치도 않어라. 역구풀 우거진 보금자리 뜸북이 홀어멈 울음 울고, 제비 한 쌍 떠ㅅ다, 비맞이 춤을 추어. 수박 냄새 품어오는 저녁 물바람. 오랑쥬 껍질 씹는 젊은 나그네의 시름. 가모가와 십리ㅅ벌에 해가 저물어... 저물어... 슬픈 인상화 수박냄새 품어 오는 첫여름의 저녁 때... 먼 해안 쪽 길옆 나무에 늘어 슨 전등. 전등. 헤엄쳐 나온 듯이 깜박어리고 빛나노나. 침울하게 울려 오는 축항의 기적소리... 기적소리... 이국정조로 퍼덕이는 세관의 기ㅅ발. 기ㅅ발. 세멘트 깐 인도측으로 사폿사폿 옮기는 하이얀 ..

배움/시 2010.07.11

시) 정지용 作 - 발열, 석류, 향수

정지용 詩 발열 처마 끝에 서린 연기 따러 포도순이 기여 나가는 밤, 소리 없이, 가물음 땅에 스며든 더운 김이 등에 서리나니, 훈훈히, 아아, 이 애 몸이 또 달어 오르노나. 가쁜 숨결을 드내쉬노니, 박나비처럼, 가녀린 머리, 주사 찍은 자리에, 입술을 붙이고 나느 중얼거리다, 나는 중얼거리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다신교도와도 같이. 아아, 이 애가 애자지게 보채노나! 불도 약도 달도 없는 밤, 아득한 하늘에는 별들이 참벌 날으듯 하여라. 석 류 장미꽃 처럼 곱게 피여 가는 화로에 숯불, 입춘때 밤은 마른풀 사르는 냄새가 난다. 한 겨울 지난 석류열매를 쪼기여 홍보석 같은 알을 한알 두알 맛 보노니, 투명한 옛 생각, 새론 시름의 무지개여, 금붕어처럼 어린 녀릿녀릿한 느낌이여. 이 열매는 지난 해 시..

배움/시 2010.07.10

시) 정지용 作 - 별, 소곡, 예장

정지용 詩 별 창을 열고 눕다. 창을 열어야 하늘이 들어오기에. 벗었던 안경을 다시 쓰다. 일식이 개이고난 날 밤 별이 더욱 푸르다. 별을 잔치하는 밤 흰옷과 흰자리로 단속하다. 세상에 안해와 사랑이란 별에서 치면 지저분한 보금자리. 돌아 누워 별에서 별까지 해도 없이 항해하다. 별도 포기 포기 솟았기에 그 중 하나는 더 훡지고 하나는 갓 낳은 양 여릿 여릿 빛나고 하나는 발열하야 붉고 떨고 바람엔 별도 쓸리다 회회 돌아 살아나는 촉불 ! 찬물에 씻기여 사금을 흘리는 은하 ! 마스트 알로 섬들이 항시 달려 왔었고 별들은 우리 눈썹 기슭에 아스름 항구가 그립다. 대웅성좌가 기웃이 도는데 ! 청려한 하늘의 비극에 우리는 숨소리까지 삼가다. 이유는 저 세상에 있을지도 몰라 우리는 제마다 눈감기 싫은 밤이 있다..

배움/시 2010.07.10

시) 정지용 作 - 오월 소식, 이른봄 아침

정지용 詩 오월 소식 오동나무 꽃으로 불밝힌 이곳 첫 여름이 그립지 아니한가? 어린 나그네 꿈이 시시로 파랑새가 되어오려니. 나무 밑으로 가나 책상 턱에 이마를 고일 때나, 네가 남기고 간 기억만이 소근 소근거리는구나. 모초롬만에 날러온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울렁거리여 가여운 글자마다 먼 황해가 남설거리나니. ...나는 갈매기 같은 종선을 한창 치달리고 있다... 쾌활한 오월넥타이가 내처 난데없는 순풍이 되어, 하늘과 딱닿은 푸른 물결우에 솟은, 외따른 섬 로만팈을 찾어갈가나. 일본말과 아라비아 글씨를 아르키러간 쬐그만 이 페스탈로치야, 꾀꼬리 같은 선생님 이야, 날마나 밤마다 섬둘레가 근심스런 풍랑에 씹히는가 하노니, 은은히 밀려 오는 듯 머얼미 우는 오르간 소리... 이른봄 아침 귀에 설은 새소리가 ..

배움/시 2010.07.10

시) 주요한 作 불놀이, 빗소리, 샘물이 혼자서

주요한 詩 불놀이 아아, 날이 저문다. 서편 하늘에 외로운 강물 위에 스러져 가는 분홍빛 놀... 아아, 해가 저물면 날마다 살구나무 그늘에 혼자 우는 밤이 또 오건마는 오늘은 사월이라 파일 날, 큰 길을 물밀어 가는 사람 소리는 듣기만 하여도 흥성스러운 것을, 왜 나만 혼자 가슴에 눈물을 참을 수 없는고? 아아, 춤을 춘다. 춤을 춘다. 시뻘건 불덩이가 춤을 춘다. 잠잠한 성문 위에서 내려다 보니, 물 냄새, 모래 냄새, 밤을 깨물고하늘을 깨물은 횃불이 그래도 무엇이 부족하여 제 몸까지 물고 뜯으며, 혼자서 어둔 가슴 품은 젊은 사람은 과거의 퍼런 꿈을 찬 강물 위에 내어던지나 무정한 물결이 그 그림자를 멀출 리가 있으랴?-아아 꺽어서 시들지 않는 꽃도 없건마는, 가신 임 생각에 살아도 죽은 이 마음이..

배움/시 2010.07.08

시) 이상화 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의 침실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며 종달이는 울타리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다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같은 멀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쁜하다 혼자라도 가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

배움/시 2010.07.08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눈 물, 꿈과 근심, 차라리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눈물 내가 본 사람 가운데는, 눈물을 진주라고 하는 사람처럼 미친 사람은 없습니다 그 사람은 피를 홍보석이라고 아는 사람보다도, 더 미친 사람입니다. 그것은 연애에 실패하고 흑암의 기로에서 헤메는 늙은 처녀가 아니라면, 신경이 기형적으로 된 시인의 말입니다. 만일 눈물이 진주라면 나는 님의 신물(信物)로 주신 반지를 내놓고는, 세상의 진주라는 진주는 다 티끌 속에 묻어 버리겟습니다. 나는 눈물로 장식한 옥패를 보지 못하였습니다. 나는 평화의 잔치에 눈물의 술을 마시는 것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내가 본 사람 가운데는 눈물을 진주라고 하는 사람처럼 어리석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아니어요. 님이 주신 눈물은 진주 눈물이어요. 나는 나의 그림자가 나의 몸을 떠날 때까지, 님을 위하여 진..

배움/시 2010.07.08

시) 정지용 作 - 산엣 색시 들녘 사내, 내맘에 맞는 이, 무어래요

정지용 詩 산엣 색시 들녘 사내 산엣 새는 산으로, 들녁 새는 들로. 산엣 색시 잡으러 산에 가세. 작은 재를 넘어 서서, 큰 봉엘 올라 서서, (호-이) (호-이) 산엣 색시 날래기가 표범 같다. 치달려 달어나는 산엣 색시, 활을 쏘아 잡았읍나? 아아니다, 들녘 사내 잡은 손은 차마 못 놓더라. 산엣 색시, 들녘 쌀을 먹였더니 산엣 말을 잊었음네. 들녘 마당에 밤이 들어, 활 활 타오르는 화투불 너머로 너머다 보며- 들녘 사내 선웃음 소리 산엣 색시 얼골 와락 붉었더라. 내맘에 맞는 이 당신은 내맘에 꼭 맞는이. 잘난 남보다 조그만치만 어리둥절 어리석은 척 옛사람 처럼 사람좋게 웃어좀 보시오, 이리좀 돌고 저리좀 돌아 보시오, 코 쥐고 뺑뺑이 치다 절 한 번만 합쇼. 호. 호. 호. 호. 내맘에 꼭 맞..

배움/시 2010.07.08

시) 정지용 作 - 바 람, 별똥, 기차, 고향

정지용 詩 바 람 바람. 바람. 바람. 늬는 내 귀가 좋으냐? 늬는 내 코가 좋으냐? 늬는 내 손이 좋으냐? 내사 원통 빨개졌네. 내사 아므치도 않다. 호 호 칩어라 구보로! 별똥 별똥 떨어진 곳, 마음해 두었다 다음날 가보려, 벼르다 벼르다 인젠 다 자랐오. 기차 할머니 무엇이 그리 슬어 우십나? 울며 울며 녹아도로 간다. 해여진 왜포 수건에 눈물이 함촉, 영 ! 눈에 어른거려 기대도 기대도 내 잠못들겠소. 내도 이가 아퍼서 고향 찾어 가오. 배추꽃 노란 사월 바람을 기차는 간다고 악 물며 악물며 달린다. 고향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꽁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 끝에 홀로 오르니 흰점 꽃이 인정스레 웃..

배움/시 201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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