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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82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슬픔의 삼매, 비방, 심은 버들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슬픔의 삼매 하늘의 푸른빛과 같이 깨끗한 죽음은 군동(群動)을 정화(淨化)합니다. 허무의 빛인 고요한 밤은 대지에 군림하였습니다. 힘없는 촛불 아래에 사리뜨리고 외로이 누워 있는 오오, 님이여! 눈물의 바다에 꽃배를 띄웠습니다. 꽃배는 님을 싣고 소리도 없이 가라앉았습니다. 나는 슬픔의 삼매(三昧)에 '아공(我空)'이 되었습니다. 꽃향기의 무르녹은 안개에 취하여 청춘의 광야에 비틀걸음치는 미인이여! 죽음을 기러기 털보다도 가볍게 여기고, 가슴에서 타오르는 불꽃을 얼음처럼 마시는 사랑의 광인이여! 아아, 사랑에 병들어 자기의 사랑에게 자살을 권고하는 사랑의 실패자여! 그대의 만족한 사랑을 받기 위하여 나의 팔에 안겨요. 나의 팔은 그대의 사랑의 분신인 줄을 그대는 왜 모르셔요. ..

배움/시 2010.07.08

시) 조지훈 作 승무, 고풍의상, 완화삼, (시인 조지훈 소개)

조지훈 詩 승무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설러워라. 빈 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똥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양 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고풍의상 하늘로 날을 듯이 길게 뽑은 부연 끝 풍경이 운다. 처마 끝 곱게 늘이운 주렴에 반월이 숨어 아른아른 봄밤이 두..

배움/시 2010.07.08

시) 김억 作 봄바람, 산수갑산, 김억 소개 이력

김억 詩 봄바람 하늘 하늘 잎사귀와 춤을 춤니다. 하늘 하늘 꽃송이와 입맞춥니다. 하늘 하늘 어디론지 떠나갑니다. 하늘 하늘 떠서 도는 하늘 바람은 그대 잃은 이 내 몸의 넋들이외다. 산수갑산 삼수갑산 가고지고 삼수갑산 어디메냐 아하 산첩첩에 흰구름만 쌓이고 쌓였네. 삼수갑산 보고지고 삼수갑산 아득코나 아하 촉도난이 이보다야 더할소냐. 삼수갑산 어디메냐 삼수갑산 내 못가네 아하 새더라면 날아 날아 가련만도. 삼수갑산 가고지고 삼수갑산 보고지고 아하 원수로다 외론 꿈만 오락가락 ------------------------------------------------- 김억. 1893 - ?. 평북 곽산 출생.호는 안서. 19때에 시 ^6 236^미련^356 3^ ^6 236^이별^356 3^ 등을 발표하여 ..

배움/시 2010.07.08

시) 이광수 作 붓 한 자루, 서울로 간다는 소, 이광수 약력

이광수 詩 붓 한 자루 붓 한 자루 나와 일생을 같이 하란다. 무거운 은혜 인생에서 얻은 갖가지 은혜, 언제나 갚으리 무엇해서 갚으리 망연해도 쓰린 가슴을 부둠고 가는 나그네 무리 쉬어나 가게 내 하는 이야기를 듣고나 가게. 붓 한 자루야 우리는 이야기나 써볼까이나. 서울로 간다는 소 깍아 세운 듯한 삼방 고개로 누른 소들이 몰리어 오른다. 꾸부러진 두 뿔을 들먹이고 가는 꼬리를 두르면서 간다. 움머움머 하고 연해 고개를 뒤로 돌릴 때에 발을 헛짚어, 무릎을 꿇었다가 무거운 몸을 한 걸음 올리고 또 돌려 움머. 갈모 쓰고 채찍 든 소장사야 산길이 험하여 운다고 마라. 떼어두고 온 젖먹이 송아지 눈에 아른거려 우는 줄 알라. 삼방 고개 넘어 세포 검불령 길은 끝없이 서울에 닿았네. 사람은 이 길로 다시 올..

배움/시 2010.07.08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당신의 편지, 예술가, 생명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당신의 편지 당신의 편지가 왔다기에, 꼬밭 매던 호미를 놓고 떼어 보았습니다. 그 편지는 글씨는 가늘고 글줄은 많으나, 사연은 간단합니다. 만일 님이 쓰신 편지이면, 글은 짧을지라도 사연은 길 터인데. 당신의 편지가 왔다기에 바느질 그릇을 치워놓고 떼어보았습니다. 그 편지는 나에게 잘 있느냐고만 묻고, 언제 오신다는 말은 조금도 없었습니다. 만일 님이 쓰신 편지이면 나의 일은 묻지 않더라도, 언제 오신다는 말은 먼저 썼을 터인데. 당신의 편지가 왔다기에 약을 달이다 말고 떼어 보았습니다. 그 편지는 당신의 주소는 다른 나라의 군함입니다. 만일 님이 쓰신 편지이면 남의 군함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 할 지 라도 편지에는 군함에서 떠났다고 하였을 터인데. 예술가 나는 서투른 화가(畵家..

배움/시 2010.07.08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쾌 락, 거문고 탈 때, 밤은 고요하고, 꽃이 먼저 알아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쾌 락 님이여, 당신은 나를 당신 계신 때처럼 잘 있는 줄로 아십니까. 그러면 당신은 나를 아신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당신이 나를 두고 멀리 가신 뒤로는, 나는 기쁨이라고는 달도 없는 가을 하늘에 외기러기의 발자취만치도 없습니다. 거울을 볼 때에 절로 오던 웃음도 나오지 않습니다. 꽃나무를 심고 물 주고 북돋우던 일도 아니합니다. 고요한 달 그림자가 소리없이 걸어와서 엷은 창에 소근거리는 소리도 듣기 싫습니다. 가물고 더운 여름 하늘에 소낙비가 지나간 뒤에, 산모퉁이의 작은 숲에서 나는 서을한 맛도 달지 않습니다. 동무도 없고 노리게도 없습니다. 나는 당신 가신 뒤에 이 세상에서 얻기 어려운 쾌락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이따금 실컷 우는 것입니다. 거문고 탈 ..

배움/시 2010.07.08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잠 없는 꿈, 착인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잠 없는 꿈 나는 어느 날 밤에 잠없는 꿈을 꾸었습니다. 『나의 님은 어디 있어요. 나는 님을 보러 가겠습니다. 님에게 가는 길을 가져다가 나에게 주세요, 님이여』 『너의 가려는 길은 너의 님이 오히려 길이다. 그 길을 가져다 너레게 주면 너의 님은 올 수가 없다』 『내가 가기만 하면 님은 아니 와도 관계가 없습니다』 『너의 님이 오히려 길을 너에게로 갖다 주면 너의 님은 다른 길로 오게 된다 네가 간대도 너의 님을 만날 수가 없다』 『그러면 그 길을 가져다가 나의 님에게 주셔요』 『너의 님에게 주는 것이 너에게 주는 것과 같다. 사람마다 저의 길이 각각 있는 것이다』 『그러면 어찌하여야 이별한 님을 만나보겠습니까』 『네가 너를 가져다가 너의 가려는 길에 주어라. 그리하고 쉬지..

배움/시 2010.07.08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포도주, 진 주, 자유정조(自由貞操)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포도주 가을 바람과 아침 볕에 마치맞게 익은 향기로운 포도를 따서 술을 빚었습니다. 그 술 괴는 향기는 가을 하늘을 물들였습니다. 님이여, 그 술을 연잎잔에 가득히 무어서 님에게 드리겠습니다. 님이여, 떨리는 손으로 거쳐서 타오르는 입술을 축이셔요. 임이여, 그 술은 한 밤을 지나면 눈물이 됩니다. 아아, 한 밤을 지나면 포도주가 눈물이 되지마는, 또 한 밤을 지나면 나의 눈물이 다른 포도주가 됩니다. 오오, 임이여! 진 주 언제인지 내가 바닷가에 가서 조개를 주웠지요. 당신은 나의 치마를 걷어 주셨어요, 진흙 묻는다고. 집에 와서는 나를 어린아이 같다고 하셨지요, 조개를 주워다가 장난한다고. 그리고 나가시더니 금강석을 사다 주셨습니다, 당신이. 나는 그 때에 조개 속에서 진주..

배움/시 2010.07.08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길이 막혀, 달을 보며, 후 회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길이 막혀 당신의 얼굴은 달도 아니건만 산 넘고 물 넘어 나의 마음을 바칩니다. 나의 손길은 왜 그리 짧아서 눈 앞에 보이는 당신의 가슴을 못 만지나요. 당신이 오기로 못 올 것이 무엇이며 내가 가기로 못 갈 것이 없지마는 산에는 사다리가 없고 물에는 배가 없어요. 뉘라서 사다리를 떼고 배를 깨뜨렸습니까. 나는 보석으로 사다리를 놓고 진주로 배 모아요. 오시려도 길이 막혀 못 오시는 당신을 기루어요. 달을 보며 달은 밝고 당신이 하도 기루었습니다. 자던 옷을 고쳐 입고, 뜰에 나와 퍼지르고 앉아서, 달을 한참 보았습니다. 달은 차차차 당신의 얼굴이 되더니 넓은 이마, 둥근 코, 아름다운 수욤이 역력히 보입니다. 간 해에는 당신의 얼굴이 달로 보이더니, 오늘 밤에는 달이 당신의 ..

배움/시 2010.07.08

시) 최남선 - 해에게서 소년에게, 봄길

최남선 作 해에게서 소년에게 1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따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태산같은 높은 뫼 집채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느냐 모르느냐 호통까지 하면서 따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콱. 2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내게는 아무것 두려움 없어 육상에서 아무런 힘과 권을 부리던 자라도 내 앞에 와서는 꼼짝 못하고 아무리 큰 물결도 내게는 행세하지 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 앞에는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콱. 3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나에게 절하지 아니한 자가 지금까지 있거든 통기하고 나서 보아라. 진시황 나팔륜 너희들이냐. 누구 누구 누구냐 너희 역시 내게는 굽히도다. 나하고 겨룰 이 있건 오너라.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콱. ..

배움/시 2010.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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