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니콜라 아르튀르 랭보
(Jean Nicolas Arthur Rimbaud,
지옥에서의 한 계절 Une Saison en Enfer
中 섬광 L'Eclair
섬광(閃光)
인간의 노동! 이것이, 내가 있는 심연은 때때로 번개와 같이
비치는 폭발이다.
"비어있는 것 따위는 아무것도 없다. 과학을 향해서, 자 전진
이다!" 근대(近代)의 '전도자'가, 즉 세간사람들 전부가 그렇게
외친다. 그래도 역시 사악한 놈이랑 게으른 놈의 시체는, 다른
사람들의 심장 위에 무겁게 떨어지는 것이다.… 아! 서둘러라,
좀더 급히. 밤의 어둠을 넘어서, 저편에는 미래(未來)의 영겁
(永劫)의 그 보상이 있는 것이다.… 우리들은 그것을 놓쳐버리
는 것인가?…
- 나에게 이 세상에서 무엇이 가능한가? 나도 노동을 알고 있
다. 그리고 과학은, 너무나 발이 더디다. 기도는 질주하고 빛은
울려퍼진다.… 그런 것도 나는 알고 있다. 그런 것은 너무 단순
하다. 그리고 아주 무덥다. 너의 손을 해롭게 할 것도 없다. 나
에겐 나의 의무가 있다. 그놈의 곁에 비켜놓고, 사람들이 잘 하
고 있듯이 그런 식으로, 그 자의 자랑이라도 해볼까.
나의 생명은 헤져 없어졌다, 자아! 모두 함께 속여보자. 어영
구영 게으름으로 살자. 얼마나 가련한 꼴이냐! 그리고 우리들
은, 즐거운 생각을 하면서 회괴망측한 애욕이며 황당무개한 우
주를 꿈꾸면서, 중얼중얼 불평을 늘어 넣으면서 살아가자. 또
이 세상의 겉보기만의 얼간이들을 상대로 싸움을 하면서 살아가
자. 거리의 신파장이랑, 거렁뱅이랑, 강도 따위를 상대로. - 그
리고 성직자를 상대로! 병원의 내 침대 위에서, 향내음이 저렇
게도 강렬하게 나에게 되살아났다. 성스러운 향료의 파수꾼, 고
백자(告白者), 순교자.…
나는 거기에서 유년시절의 더러운 교육의 흔적을 인정한다. 그
리고 무엇이 있었는가!… 다른 놈들이 20년 산다면 나도 앞으로
20년은 살아주겠다.…
싫다! 싫다! 이제야말로 나도 죽음에 반항한다! 노동 따위, 내
자존심에게는, 너무나 가벼운 것으로 보인다. 나의 이 세상에
대한 반역도, 너무나 짧은 고통이겠지. 마침내 최후의 순간이
다가오면, 나는 좌우(左右)로 덤벼들겠다.…
그래, - 오오! - 사랑스러운 가련한 영혼이여. 그래도 영원은,
우리들로부터 잃어버려져 있는지는 않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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