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니콜라 아르튀르 랭보
(Jean Nicolas Arthur Rimbaud,
지옥에서의 한 계절 Une Saison en Enfer
中 이별 Adieu
이 별
벌써 가을인가! - 그렇다 하더라도, 어째서 하나의 영구불변
(永久不變)의 태양을 아끼는가. 설령 우리가 옮겨가는 계절의
사이사이에서 사멸하는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 천계의
광명의 발견에 관여할 각오를 정한 이상에는.
가을이다. 자욱하게 서 움직이지 않는 안개 속으로 떠오르는
우리들의 배는, 비참의 항구를 향하여, 화염과 진흙이 붙은 하
늘을 짊어진 거대한 거리를 향하여, 뱃머리를 돌린다. 아아! 썩
은 누더기여, 비에 젖은 빵이여. 곤드레 만드레로 취한 취기여.
나를 십자가에 걸은 수많은 애욕이여! 이미 죽어서, 심판을 받
게 될 무수한 영혼과 육체에 군림하는 저 식인귀(食人鬼)의 여
왕은, 이래가지곤 작업이 끝날 수 없겠지. 나에겐 여실히 보인
다. 진흙과 페스트에게 피부를 침식당하고 머리카락에도 겨드랑
밑에도 구더기들이 가득히 기어다니고 심장에는 더 살찐 구더기
들이 파고들어 연령(年齡)도 없고 감정도 없는 낯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가로누운, 이 내 모습이…. 나는 그런 꼴로 거기서 죽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섬칫 몸을 떨 것 같은 저 세상 광경! 나는
비참을 증오한다.
그리고 나는 겨울이 무섭다. 겨울은 위안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 때로는, 나는 환희하는 백인종들로 뒤덮힌 끝없는 모래밭을
하늘에서 본다. 금빛의 거선(巨船)이, 내 머리 위에서, 아치의
미풍에 색색이 깃발을 내린다. 나는 모든 축제(祝祭)를 모든 승
리를, 모든 드라마를 창조하였다. 나는 새로운 꽃들을, 새로운
별들을, 새로운 육체를 새로운 말을 발견하려고 시도하였다. 나
는 초자연적인 능력을 몇개 획득한 것으로 믿었다. 그것이, 어
쨌단 말이냐! 나는 지금 나의 상상력과 나의 추억의 갖가지를
땅 속에 묻어야 한다! 예술가로서의, 이야기꾼으로서의, 하나의
아름다운 영광이 운반되어가는 것이다!
이 내가 말이다! 일체의 도덕에서 면제되고, 도사(道士)라고
자칭한 이가 나지만, 구해야만 하는 하나의 의무와 포옹하여야
할 이 꺼칠한 현실을 짊어지고 대지로 되돌려진다! 농부다!
나는 속은 것일까! 나에게 있어서 애덕(愛德)이란 죽음의 자매
이겠는가?
마지막으로 나는 지금까지 허위를 가지고 이 몸을 키워 온 일
에 대하여 용서를 빌자. 그리고 자 떠나가자.
그러나 친구의 손따위는 있지도 않다! 게다가 어디에 구제를
구하면 되겠는가?
*
그렇고 말고, 새로운 시간이란, 적으나마나, 대단히 엄격한 것
이다.
그처럼 말하는 까닭은, 나도 지금은 승리를 수중에 잡았다고도
단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갈 일도 불길같은 숨소리도, 악
취를 내뿜는 한숨도 가라앉았다. 모든 오탁(汚濁)의 기억은 사
라졌다. 나의 마지막 미련도 도망친다. - 저 거지들에 대한, 저
도전들에 대한, 죽음의 반려에게 대한, 모든 종류의 낙오자에
대한 선망 - 저들 지옥에나 떨어질 자들, 내가 복수를 해줄 수
있었으면 하고 생각한다!
절대적으로 근대적이어야만 한다.
송가(頌歌)따위는 없다. 그러나 전취한 이 걸음걸이를 보지 못
할 일이다. 고통스러운 밤! 말라가는 피가, 내 얼굴 위에서 김
이 난다. 그리고 내 배후에는 저 무서운 관목밖에 아무것도 없
다!… 심령(心靈)의 싸움은, 인간들의 싸움과 마찬가지로 처참
한 것이다.그러나 정의의 눈에 보이는 것이 단지 신에게만인 기
쁨인 것이다.
그러아 지금은 아직 전야(前夜)다. 생기와 현실의 애정이 흘러
들어오는 모든 것을 수용하자. 그리고 새벽이 오거든, 우리들은
불타는 것 같은 인내로써 무장하고 빛이 번쩍이는 거리 안으로
들어가자.
나는 친구의 손에 관하여 어떤 것을 얘기하고 있었는가? 하나
의 훌륭한 혼잡이가 있는데, 그것은 내가 옛날의 허위의 연애를
조소해주고, 저 거짓말장이 부부(夫婦)에게 창피를 주자는 것이
다. - 나는 거기서 여자들의 지옥을 보았다. - 마침내 나에게는
하나의 영혼과 하나의 육체 속에 진리를 소유하는 일이 허용되
리라.
지옥에서의 한 계절 Une Saison en Enfe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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