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시

시) 헤르만 헷세 – 어느 소녀에게, 밤비

올드코난 2010. 6. 3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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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Herman Hesse)



어느 소녀에게

 

 모든 꽃 중에서

 너를 가장 사랑한다.

 너의 입김은 달콤하고 생생하다.

 순결과 기쁨에 넘치며 너의 눈은 웃고 있다.

 꽃이여 나의 꿈 속으로 너를 데리고 간다.

 거기, 빛깔고운 마술의 숲 속에

 너의 고향이 있는 것이다.

 거기서는 너는 시들지 않는다.

 내 영혼의 연가 속에서, 너의 청춘이

 깊은 향기를 풍기며 영원히 피어나는 것이다.

 많은 여인을 알고 있었다.

 괴로워하면서 사랑하였다.

 많은 여인을 고롭혀 주었다.

 지금 이별을 하며, 너를 통하여

 다시 한번 우아의 마력에게,

 청춘의 상냥한 매력에서 인사를 한다.

 그리고 극비한 내 시의

 꿈의 정원에 서서,

 나에게 이렇게나 많은 것을 선사한 너를

 감사로이 미소하며, 불멸의 것으로 모시는 것이다.

 


밤비

 

 잠 속에서 까지 빗소리가 들려 눈을 떴다.

 들릴 뿐만 아니라 몸에도 느껴진다.

 습지고 서늘한 수천의 소리로

 비는 밤을 가뜩 채운다.

 속삭임으로, 웃음으로, 신음소리로.

 흐르듯이 부드러운 얽힌 소리에

 취하여 귀를 기울인다.

 쨍쨍 내려 쪼이던 나날의 사정없이 말라빠진 소리후에

 이리도 차분히, 이리도 흔흔히 떨며,

 비의 탄식이 소리치는 것이다.

 아무리 쌀쌀한 척하고 있어도

 거만한 가슴에서, 이처럼

 언젠가는 흐느낌의 순진한 기쁨이나

 눈물의 그리운 샘이 터져

 흐르며, 하소하며, 속박을 풀며,

 말하지 않는 것을 말하게 하고

 새로운 행복과 괴로움에게

 길을 열어 주고, 영혼을 넓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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