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엔 고춧가루?
감기는 인류 역사와 더불어 시작된 병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로 그 역사가
깊고, 또한 수많은 사람들이 앓아 온 병이다. 그리고 어느 특정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병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전세계적ㅇ니 병이다.
감기는 코,인후,기관지 등 호흡기 계통의 상기도에 급성 염증이 생긴 것을 말한다. 인
체는 외부의 기온변화에 따라 방어반응을 일으키지만, 어떤 때에는 방어력이 불충분하
여 저항력이 약해지는 수가 있다. 이처럼 인체의 저항력이 약해진 틈을 타서 체내에
병원균이 침입하여 병을 일으키는데 감기도 역시 이런 경우에 발병된다.
감기에 걸리면 먼저 재채기가 나고 콧등이 시큰거리며 콧물이 나오는 것이 보통인데,
이것은 감기 증세의 시초이다. 조금 지나면 목이 싸아하게 아프기도 하고 갑자기 오한
이 나기도 하며 높은 열이 난다. 또 몸이 나른하여 전신 권태감을 느끼게 된다. 때에
따라서는 기침,가래가 심하고, 감기가 소화기 장애를 일으켜 설사 혹은 소화불량이나
변비를 일으키기고 한다. 감기의 열은보통 3~4일 계속되고 두통이나 피로감은 5일 정
도 지나면 좋아진다. 그러나 감기가 장기간 계속되면 폐렴,기관지염,폐결핵 등을 유발
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감기는 누구나 다 경험이 있는 흔한 병이면서도 아직까지 그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여러 의학자들에 의해 바이러스가 확인됨에 따
라 감기의 원인을 바이러스로 돌리는 학설이 가장 유력할 뿐이다.
감기의 원인이 이처럼 확실히 규명되지 못한 관계로 감기에 대한 특효약도 개발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현대의학에서의 감기 치료는 감기 증세의 특징인 고
열과 기침을 멎게 하는 등의 대증요법 정도로 고치고 있다. 그리고 약으로 인한 부작
용이 있기 때문에 약을 함부로 쓸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프랑스에서는 감기에 걸렸을 때 파자마를 입고서 지팡이에 모자를 걸어 방구석에 둔
다음 그 모자가 둘로 보일 때까지 술을 퍼마시는 관습이 있다고 한다. 이는 감기 환자
가 술에 취해서 잠자리에 들게 되면 알콜의 발열작용에 의헤 체온이 조절되고, 따라서
감기도 퇴치 할 수 있다 는생각에서 나온 방법이다.
이러한 발상은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감기에
걸렸을 때 콩나물국에 고춧가루를 많이 타서 맵게 먹으면 감기가 낫는다고 믿어 왔고,
지금도 이 방법은 흔히 쓰인다. 주위에서 누군가가 감기에 걸리면 '그깟 감기 갖고 뭘
그래? 뜨거운 콩나물국에다 고춧가루를 듬뿍 타서 먹으라구. 그런다음 이불을 푹 뒤집
어 쓰고 한잠 자고 나면 나을 테니까'하고 말하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고, 누구나 한
번쯤은 이 방법을 써 보았을 것이다. 심지어는 감기를 쫓는다고 소주 같은 독한 술에
다 고춧가루를 타서 먹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감기에 걸렸을 때 콩나물국에 고춧가루를 타서 먹으면 어떻게 될까. 고춧가루
가 과연 감기를 퇴치시킬수 있는 것일까.
고추나 고춧가루는 우리의 식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정도로 널리 쓰이는 식품이다.
고추의 빨간색은 캡산친이라는 성분이며. 매운 맛의 성분은 알칼로이드의 일종인 캡사
이신이다. 또 주석산,구연산,사과산 등도 풍부하다. 이밖에도 고추에는 단백질,당질,
지방,칼슘 등이 들어 있고, 특히 풋고추와 고춧잎에는 비타민A와 C가 아주 많이 들어
있다.
고추는 적당히 먹으면 혈약순환도 잘되고 위액의 분비도 촉진되나, 지나치게 많이 먹
으면 위와 장을 자극하여 설사를 하고 간기능을 해친다.
학명은 고초이며, 한방에서 고추는 발한,식욕부진,회충과 조충의 구제약,류머티즘 등
에 이용되고 있다. '약용식물사전,에는 '고추는 가열성 전위약으로서 소화불량 ,수종,
장풍 등에 쓴다.
또한 동상,류머티즘,신경통,기관지염에 효과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고,'다산방,에는 '
담이 결리는 데 고추룰 쪼개어 결리는 쪽 반대편 발바닥에 붙인다. 또 이질에 고추 3
개, 당귀 5돈을 물2흡에 달여 공복에 마신다'고 쓰여 있다.
고추의 성분을 통해 알 수 있듯 고추는 매운 맛이 강한 자극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
서 고춧가루를 먹게 되면 고춧가루가 발한작용을 하여 땀을 흘리게 된다. 그리고 담을
흘리게 되면 체온이 내려가므로 감기에서 오는 고열을 감소시켜 줄 수 있다. 즉 고춧
가루가 체온조절 기능으로 해열작용을 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감기에 걸렸을 때 콩나물국에 고춧가루를 타서 먹게 되면 열이 내리며 몸이 개
운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고, 이것이 가끔 위력을 발휘하여 감기가 물러가는 수도 있
다. 그러나 이 방법은 고춧가루가 체온조절 기능을 하여 일시적으로 해열작용을 하는
대증요법에 부로가할 뿐 고춧가루가 결코 감기를 원인적으로 제거하거나 완치시킨 다
고는 볼 수 없다.
만일 고춧가루에 감기를 퇴치시킬 수 있는 효능이 있다면, 평소 맵게 먹는 습성이 있
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감기에 잘 거릴지 않거나 감기에 걸려도 쉽게 나아야 할 것이
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지 않은가.
감기에 특효약이 딸로 없고, 또 흔한 병이라고 해서 감기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
예로부터 '감기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듯이 감기는 폐렴,기관지염,폐결핵,축농증 등
과 심한 겨웅에는 놔막염 같은 무서운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평소에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충분히 예방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
일 가기에 걸렸을 때에는 우선 안정을 취하고 충분한 영양공급과 휴식을 취하면서 실
내 환기가 잘 되도뀌 해야 한다. 그런 다음 합병증이 생기지 않고 감기가 빨리 낫도로
록 전문의의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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