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중국

투항한 진의 장수 장함, 진의 병사를 생마장한 항우

올드코난 2015. 12. 1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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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진나라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나마 강력한 버팀목이 되어준 것은 극원(棘原)에 주둔하고 있던 장함이었다. 당시 초군의 기세에 눌린 장함은 직접적인 교전을 피하는 대신 장기전을 준비하며 대치상태에 있었다. 하지만 무능한 진이세가 사람을 보내 장함을 꾸짖으며 공격에 나설 것을 독촉하자 후환이 두려워진 장함은 심복인 사마흔(司馬欣)을 보내 황제를 알현하게 했다. 


하지만 함양에 도착한 사마흔이 3일을 머물렀음에도 간신 조고(趙高)의 방해로 황제를 만날 수 없었다. 위험을 눈치 챈 사마흔이 급히 자신의 부대로 돌아오자 조고가 군사를 보내 추격해왔다.


사마흔은 장함에게 돌아가 다음과 같이 보고했다.

"조고가 궁 안에서 전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그 아래에는 제대로 일할 사람이 없습니다. 만일 이 전투에서 이긴다 해도 조고는 반드시 우리의 공을 시기할 것이며 져도 죽음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원컨대 장군께서는 심사숙고하시기 바랍니다."


조나라의 진여(陳餘) 역시 편지를 보내 장함을 설득했다.

"백기(白起)와 몽염(蒙恬)은 진나라의 장수로 아주 큰 공을 세웠음에도 법을 구실로 죽임을 당했습니다. 지금 장군께서 장수가 되신 지 3년 동안 10만에 가까운 병력을 잃었고 또 봉기하는 제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장군께서 밖에 머문 시간이 오래되어 조정과 틈이 많이 벌어져 있으니 공이 많아도 죽임을 당할 것이요 공이 없어도 죽임을 당할 것입니다. 하늘이 진나라를 멸망시키고자 함은 누구다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왜 장군께서는 병사를 돌려 제후들과 연합하여 함께 진나라를 공격해 왕이 되려하지 않으십니까?"


주저하던 장함이 몰래 사람을 보내오자 항우는 그와 비밀 협약을 맺었다. 항우는 은허(殷虛)에서 장함과 회동한 후 그를 옹왕(雍王)으로 세워 초나라 군중(軍中)에 머물게 했으며 사마흔을 상장군에 임명해 진나라 공격의 선봉으로 삼았다.


그런데 제후군대가 신안(新安)에 이르렀을 때 문제가 발생했다. 제후군 장병들은 예전에 진나라의 요역(徭役)과 변경 수비 등에 동원된 적이 있는데 당시 진나라 군사들에게 심한 모욕을 당한 적이 있다. 이제 상황이 역전되어 진군이 항복해오자 제후군 장병들이 옛 원한을 구실로 진나라 병사들을 학대하고 모욕하며 노예처럼 부려먹었다.


이렇게 되자 진나라 병사들은 자기들끼리 모여 수군거리며 앞일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의심 많은 항우가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다른 장수들과 협의하여 한밤에 진군 진영을 습격해 20여만 명을 죽이고 신안성 남쪽에 생매장했다. 이 끔찍한 살육에서 살아남은 진나라 사람은 장함, 사마흔, 도위 동예(董翳)뿐이었다고 전한다.


항우의 장인한 성품과 도량이 매우 좁은 인물이며, 민심을 얻지 못한 이유를 보여준 사건으로 이는 후일 항우를 다룬 악평 중 하나로서 항우의 발목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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