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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인의 전승민화 - 이승까지 이어진 전생의 인연

올드코난 2010. 6. 2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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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인의 전승민화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교훈있는 글

삶의 지혜가 있는 글

-유태인의 전승민화에서 배우는

생활철학과 지혜


이승까지 이어진 전생의 인연

 

  만인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랍비가 어떤 고을에 이르렀을 때였다.

  그때 마침 랍비 곁을 여자 거지가 어린 사내아이의 손을 잡고 지나가고

있었다. 랍비는 얼른 그 거지 모자를 멈춰 서도록 했다. 그리고 말했다.

  "이 아이를 내게 맡기시오. 내 곁에 두고 성전을 공부시키면 이 아이는

훌륭하게 될 것 같소."

  "싫습니다. 나는 이 아이와 떨어져서는 한시도 못 삽니다."

  랍비가 몇 번을 간곡히 부탁했지만 여자 거지 또한 막무가내였다.

  사내아이는 영리할 뿐만 아니라 귀여워 도무지 떨어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일단 그 자리를 물러난 랍비는 여자 거지가 머물고 있는 집으로 사람을

보내어 사내아이를 자기에게 맡겨줄 것을 설득해 보라고 시켰다. 처음에는

완강히 거부하던 여자 거지도 집요한 설득에 마음을 고쳐 아들을 랍비에게

데리고 왔다. 랍비는 기뻐하며 여자 거지에게 많은 선물을 주었다.

  그후, 랍비는 소년을 정성껏 교육시켰다. 본래가 현명한 아인 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의 지식은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다. 부자들과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 그 소년을 아끼며 서로가 자기의 양자로 다라고 부탁했지만 랍비는

그러한 청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윽고, 그 소년이 성년이 되었을 때 랍비는 하인을 불러 어떤 마을의 어떤

사람에게 가서 청혼하는 편지를 전하고 오라고 시켰다. 그리고 하인에게

이르기를 "만일 그 사람이 자기의 딸을 내가 가르친 이 아이에게 시집을 보낼

마음이 있다"고 하면 즉시 혼례서류를 만들어 오라고 했다.

  하인은 랍비가 말한 마을로 찾아가서 어느 부잣집에 머무르게 되었다.

집은 다름 아닌 랍비의 제자의 집이었다. 그 제자는 스승이었던 랍비의 안부를

물으며 그 하인을 꽤 융숭하게 대접해 주었다.

  만찬이 무르익을 무렵, 하인은 랍비가 써준 편지를 보여주며 그곳에 오게 된

이유를 말해 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랍비의 하인이 만날 사람이 이 마을의 가난한

야채 장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랍비가 훌륭하게 교육시킨 젊은이를

겨우 가난한 야채 장사의 딸과 결혼시키려 한다는 것을 알고는 매우

놀라워했다. 그러면서 변두리에 있는 그의 누추한 집까지 일부러 찾아갈 필요

없이 매일 이 집에 물건을 팔러 오니 그때 만나면 된다고 일러주었다.

  "마침 얼마 안 있어 그 야채 장사가 올 것이네."

  얼마 안 있어, 정말 가난에 찌든 야채 장사가 이 집에 나타났다. 랍비의

하인은 그에게 가지고 온 편지를 보여 주었다. 그러나 그 사내는 문맹자여서

편지를 읽지 못했다.

  "랍비께서 그대와 인연을 맺고 싶다는 말씀이네. 자네의 큰딸과 랍비께서

손수 키운 훌륭한 젊은이를 결혼시키려 하시는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결혼식

준비는 모두 랍비님께서 하실 것이고, 신부의 집에다 푸짐하게 선물도 하실

모양이네."

  "제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랍비님께서 그토록 모든 걸 알아서해 주신 다니

저희는 그저 랍비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는 금방 끝나고 하인은 랍비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얼마 안 있어 날을 받아 랍비는 두 사람을 결혼시켰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번

결혼이 가당치도 않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랍비께서는 여태껏 훌륭하고 옳은 일만 해오셨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가난한

야채 장사의 딸을 신부로 맞아들인 일은 아무래도 잘못된 것 같습니다.

랍비님과 인연을 맺고 싶어하는 이름 있는 집안도 많이 있었는데 하필이면

이름도 없는 야채 장사의 딸을 선택하였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저희들에게 이해될 수 있도록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랍비는 조용히 입을 열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두 사람은 전생에 부부의 인연을 맺었던 자들이었네. 젊은이는 전생에서

어느 이교도 나라의 왕자였네. 총명하고 학문에도 열중하여 히브리인의 저서와

모세의 가르침에 통달하게 된 그는 이스라엘의 신앙에 귀의해야겠다고 결심,

마침내 어느 유태인의 권고대로 왕궁을 나와 멀리 떨어진 나라의 스승을

찾아갔네. 그곳에서도 우리 주님을 섬기면서 경전을 몸에 익히기를 게을리 하지

않아 곧 지고한 경지에 이르게 되었지. 그는 강제로 유태의 신앙을 단념해야

했던 어느 공주와 결혼도 하게 되었네.

  그의 영혼은 때때로 육체를 떠나 한참 동안 떠돌아다닐 정도의 경지까지

이르렀지. 그런 어느 날, 그 젊은이는 에덴동산에 갔다가 동산의 가장 높은 곳에

넓은 방이 있는 것을 보고 거기에 들어가 보려고 했지. 그런데 가문이 문제가

되어 그곳에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네. 그후 그는 '이교도가 아닌 다른 가문에서

태어난다면, 가문이 문제가 되어 그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 금지되지는

않겠지'하고 생각을 하였다네. '그렇다면 다시 한번 세상에 태어날 수는 없을까?

그렇게 된다면, 이 최고의 영광을 입을 수 있지 않을까?'하고 스스로 자문해

보았지. 그리고는 아내만 허락한다면, 그렇게 해봐야겠다고 마침내 결심했다네.

그래서 아내에게 가서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자신을 죽게 내버려 두어 달라고

부탁했다네. 그러자 아내 또한 "저도 따라 죽겠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의

생에서도 저와 결혼해주신다면 당신의 뜻대로 해도 좋습니다"라고 대답했네.

젊은이는 아내의 결심에 고마워하며 아내와 두 번째 생에서도 부부가 될 것을

약속했네. 그렇게 하여 두 사람은 죽었고, 다시 한번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되었네. 그 여자 거지의 아들이 바로 그때의 신앙심 두터웠던 왕자였고, 그때의

공주가 바로 야채 장사의 딸이었던 것일세. 그래서 내가 이 젊은이를 교육시켜

야채 장사의 딸과 결혼을 시켰던 것이네. 이제 모든 걸 이해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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