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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인의 전승민화 - 천국과 지옥을 구경한 친구

올드코난 2010. 6. 2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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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인의 전승민화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교훈있는 글

삶의 지혜가 있는 글

-유태인의 전승민화에서 배우는

생활철학과 지혜



천국과 지옥을 구경한 친구

 

  랍비인 엘리멜렉에게는 과거부터 함께 공부하던 사이 좋은 친구가 있었다.

친구가 갑자기 병들어 눕게되자 엘리멜렉은 병문안을 갔다. 친구는 엘리멜렉의

방문을 반가워했다. 그러나 곧 눈물을 흘리며 말하는 것이었다.

  "내가 죽는 것은 아무렇지 않으나, 내가 없으면 나의 어린 아들은 어떻게

될지 막막하이. 여보게 친구, 만일 사정이 허락한다면 내 아들을 좀 거둬줄 수

없겠는가?"

  "자네의 아들은 곧 내 아들이네. 내가 잘 키울 테니 그 걱정은 하지 말게나.

하지만 하나, 내게 약속을 해주게. 자네가 죽은 다음, 내 곁에 와서 자네가

저승에서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그 이야기를 꼭 좀 들려주었으면 하네. 약속 할

수 있겠나?"

  친구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 잠시 후, 아들의 장래를

부탁하고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엘리멜렉은 약속대로 고아가 된 친구의 아들을 데려다 잘 키웠으며 성전의

길을 밟도록 했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그 소년이 이름 있는 집안의 딸과 결혼을 하게 되었다.

  결혼식 날이 되자 온 마을 사람들이 모두 그 집에 모였다. 그러나 정작

신랑의 후견인인 랍비 엘리멜렉은 별실에서 틀어박혀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기다리기에 지친 손님들 중 몇 사람이 별실로 가서 열쇠구멍으로 방안을

엿보았다. 그러자 랍비의 모습이 보였다. 랍비는 의자에 걸터앉아 깊은 상념에

빠져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경건하여 아무도 그를 방해할 수가 없었다.

  두세 시간이 흐른 뒤, 드디어 랍비가 별실에서 나와 결혼식에 참석했다.

  결혼식이 열리고 축하연이 한창 무르익었을 때, 랍비는 손님들을 향해 말했다.

  "저 때문에 결혼식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내가 늦은 건 이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도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 제가 이제부터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그는 축하연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신랑의 아버지의 성품과 행적에 대해

소개했다. 그리고는 자기와 죽기 전에 한 약속까지도 얘기했다.

  "그는 지금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았었는데, 바로 오늘 아까 별실에 혼자

있는데 그가 나타났습니다. 내게 안부를 묻더니 이런 이야기를 시작하더군요."

  죽은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죽은 순간의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았네. 아주 부드럽고도 자연스럽게 나의

혼은 몸으로부터 떨어져 나오더군. 여러 사람이 달려들어 내 몸을 씻기기에

나는 일어나서 도망치려 했네. 하지만 그럴 힘이 없더군. 힘이 없이 누워

있는데 사람들이 나를 땅에 묻고는 묘석을 세웠네. 기도와 찬송을 드리고

모두들 되돌아가는 것을 보았지. 나는 땅속 구덩이 속에 혼자 누워 있는데 거,

기분이 묘하더군. 죽었다는 느낌 같은 건 전혀 들지 않았고 내가 묘지에 왜

있어야 하는 생각만 들더군. 그래서 나는 집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묘지를

나가는 문을 찾았지. 하지만 문이 보이질 않았어. 할 수 없이 나무를 올라타고

묘지의 반대편으로 나갔네. 날이 저물기 시작해서 마음이 더욱 바빴지. 바로

앞에 작은 연못이 눈에 띄어서 급히 건너려고 했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금세 물이 불기 시작하더니 내 키를 넘더군. 게다가 비까지 쏟아져 도저히 그

연못을 건널 수가 없게 되었네. 옷은 흠뻑 젖었지. 나는 도대체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모르겠더군. 뒤에는 무덤이고, 앞에는 깊고 깊은 물이니.... 어떻게

해서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어. 슬피 울고 있는데 키가 큰

사내가 나타나더니 왜 우느냐고 묻더군. 집에 돌아가고 싶어 운다고

대답했더니,"바보로군. 너는 아직 인간 세상을 생각하느냐? 너는 이미 죽은

거야. 이승 사람이 아니라구." 하면서 내게 면박을 주었네. 그러면서 나를 최고

법정의 심판관 앞으로 끌고 갔네. 심판관은 내게 지옥에 갈 만한 죄를 짓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천국에 갈 정도로 선한 것도 아니니 지옥과 천국의 사이에

있는 큰방에 있으라고 심판을 내렸다네. 그 방에는 문이 두 개 있었는데 하나는

지옥을 향해 열려 있고, 또 다른 문 하나는 천국으로 향하고 있었네. 나는

지옥에 떨어진 사람들의 고통을 바라보는 것으로, 지은 죄를 보상하고 있었지.

그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괴롭기 짝이 없더군.

지옥에 빠진 사람들 중에는 내가 아는 사람도 몇 있어 마음이 더욱 아팠네.

그렇다고 에덴동산으로 갈 수도 없는 게 내 처지였지. 그 사람들과 함께 천국의

즐거움을 나눌 만큼 착하지 않았거든. 안식일이 되면 그 사람들과 어울려 쉴 수

있도록 허락되네. 그래서 나는 안식 일 날을 기다리고, 안식일에는 즐거움을

누리는 많은 혼들과 즐겁게 지내지'

  랍비 엘리멜렉은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죽은 내 친구는 오늘 나를 보러 올 때까지 근 14년 동안을 그렇게 지냈다고

합니다. 오늘 아들이 결혼하는 날, 나와의 약속도 지킬 겸해서 이곳에

찾아왔다고 하더군요. 내가 좀더 머물면서 아들의 결혼식을 보고 가라고

권했지만 그 친구는 '나를 붙잡지 말게나, 에덴동산의 아름다움은 이루 말로

형언할 수 없네. 인간 세상의 일들은 이제 내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네'라고

말하면서 떠나기를 원하더군요. 그래서 내가 약속을 이행해 주어서 고맙다고

말하니까 고개를 끄덕이고는 모습을 감추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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