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있었다. 그 뒷 이야기가 개운치 않다. 방금전에서야 알게 되었는데, 이에 대해 많은 분들이 질타를 하고 있는데 이 일을 배려 정도로 여기고 있다. 한마디 한다.
추위에 떤 YS 영결식 어린이합창단, 알고도 방치한 것이 문제였다. 배려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애정이 사라진 박정희 시대 개발독재의 후유증인 것이다.
우선 이 일에 대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유족이며 사실상 후계자인 차남 김현철 씨는 트위터로 “아버님 영결식에 나온 어린이 합창단들이 갑자기 몰아닥친 영하의 추운 날씨에 떨었다는 소식에 유가족의 한사람으로서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세심한 배려가 부족한 결과가 어린 학생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근데, 김현철 씨가 제대로 알지 못한 것 같다.
어린이합창단 어린이들이 추위에 떠는 것을 모른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방치했던 것이다. 배려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인성이 부족한 행위였다.
[참고: 배려(配慮)란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거나 마음을 써서 보살펴 주는 것]
오늘 확인해 본 바에 의하면 어린이합창단원들이 추위에 떨고 있는 것을 행사 진행자들은 알고 있었다. 행사에 참석했던 주요 인사들(어른들이라고 하자)은 두꺼운 외투와 목도리를 착용한데다가 무릎 담요 같은 것들도 갖다 주었다. 반면 추위에 떠는 아이들은 행사가 끝날때까지 행사 관계자들에게서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 (합창단에게 담여를 갖다 준 것은 학부모였던 것 같다.)
여기서 내가 더 소름이 끼친 것은 대다수 어른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내 새끼’가 아니이기때문일까.
이번 일은 관료주의의 폐단이기도 하고, 각박해진 세상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의 어른들은 아이들을 소중한 생명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점을 문제 삼고 싶다.
작년 세월호 참사에서 수 많은 학생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여전히 진행형일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문제를 오늘 확인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사라지고 있다. 이는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준 적은 없고 오로지 경제를 외치고, 자녀들에게 출세만을 강요했던 기성세대들에게 책임이 있다.
무조건 성공만 하면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배우고 자란 지금의 어른들이 어린이합창단을 추위에 떨어도 얼어 죽어도 무관심하게 만든 것이다. 이게 바로 박정희 개발독재의 그림자인 것이다.
박정희 시대 갑작스럽게 이룬 경제개발이 엄청난 것처럼 떠들고 있지만, 우리는 그 이상의 것들을 잃어가고 있다.
그러고 보면 이번 일은 김영삼 전 대통령께서 돌아가시면서까지 우리들에게 뭔가를 일깨워준 어떤 교훈이 되었다고 생각해 본다. 박정희 독재에 대한 향수를 버리고 민주주의 소중함을 자각하라는 뜻으로 갑작스럽게 추운 날씨와 눈발을 날린 것이 아니었을까. 인권과 민주주의를 잃어가고 있는 한국 사화에 대한 경고가 아니었을까.
다행스런 것은 지금 많은 대다수 젊은 세대들은 이 어린이합창단들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어른들 보다 더 어른스럽고 더 생각이 깊다. 이 아이들이 잘 자라 지금의 어른들과 다른 올바른 어른들이 되어주기를 바라며 이만 줄인다.
글 작성/편집 올드코난 (Old Co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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