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사건

올드코난의 세월호 참사 1000일 소회.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올드코난 2017. 1. 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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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월 9일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지 1000일이 되는 날입니다. 벌써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1000일 동안 무슨 일들이 있었을까. 이 기간 가장 큰 고통을 겪었던 사람들은 누구일까.’ 이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하고 있을 겁니다. 세월호 참사 1000일을 맞아 개인적으로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 보겠습니다.

올드코난의 세월호 참사 1000일 소회


세월호 참사에서 먼저 거론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전원구조” 오보 사건입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에 저는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직장 동료가 배가 침몰했다는 말을 할 때만 해도 사태의 심각성을 몰랐다가 잠시후 다른 직장 동료가 “전부 다 구조되었데.”라는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다 정리된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는데, 그 시각에 304명이 죽고 있었던 겁니다. 제가 심적으로 힘든 것도 그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죽고 있던 시간에 저는 직장동료와 일을 하면서 웃으며 잡담을 하고 있던 겁니다. 사건 전 주인 토요일에 같이 등산을 다녀온후 그 이야기를 재미있게 나누던 그때 우리의 아이들이 죽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지금도 죄책감이 들고 괴롭습니다.


그리고, 그날 4월 16일 오후 안산에 있는 A후배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큰일났어요 OOO(형님 아들)이 배에 탔는데, 뭔 일이 생긴 것 같아요.” 이때서야 알았습니다. 10여년동안 알고 지냈던 안산에 사는 형님 아들 OOO이 세월호에 타고 있던 것입니다. 사고 2,3주 전에 수학여행 간다는 말은 들었지만 배를 타고 제주도로 간다는 등의 자세한 내용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세월호에 조카가 타고 있었다는 것을 이때서야 알고 걱정되는 마음에 회사 컴퓨터로 사건을 조회해 보았지만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통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저녁 7시에 퇴근해야했지만, 오후 4시에 통사정을 해 조퇴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날이 개인적으로는 현재까지 마지막 직장 생활입니다. 다음날 그만 두었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조퇴를 하고 일단 안산 형님에게 전화를 했는데, 통화중이라 전화를 받지 못해 A에게 전화를 했는데, A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자세히 알지를 못하고 있었습니다다. A는 단지 경찰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기다려 보라는 말만 들었고 이 말을 굳게 믿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정부의 거짓말이라는 것은 바로 그날 밤 JTBC를 통해서였습니다. 이날 밤 A가 전화로 당장 JTBC 뉴스를 보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이때까지 저는 KBS 9시뉴스를 보던 사람이었습니다. 이때는 JTBC 9시뉴스였었고 손석희 앵커가 진행을 하고 있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JTBC 9시뉴스는 보지 않고 있던 때였습니다. 이날 처음으로 JTBC 9시뉴스를 보게 되었고, JTBC 뉴스를 통해 세월호가 침몰되었지만 정부는 실재 구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같은날 4월 16일 JTBC와 KBS의 서로 다른 보도는 내 눈을 뜨게 만들고, 내가 가진 모든 생각을 바꾸어 버렸습니다. 이때부터 ‘기레기’에 너무 오래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고 더 이상 속지 않겠다는 각오를 하게 됩니다. 


이날 4월16일 밤을 새가며 JTBC를 포함해 채널을 돌리며 다른 방송사들의 보도들을 봤지만 JTBC의 보도가 가장 정직했습니다. 다른 방송국들은 계속해서 오보를 내고 있었지만, JTBC는 그러지 않으려 노력을 했다는게 분명히 느껴졌다. 오보는 있을지언정 JTBC는 정직했습니다.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진정한 언론이 무엇인지 이날 JTBC는 보여주었고, 현재까지도 저는 JTBC뉴스룸은 반드시 챙겨보고 있습니다.


사고 다음날 4월 17일 오전 저는 안산으로 가 형님을 만났습니다. 형수를 포함해 가족들 그리고, 주변 사람들 모두 극심한 분노와 슬픔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까. 같은 반 학생들이 모두 다 사고를 당해 죽다니. 더구나 이 아이들을 구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니.”


이날 오후 집으로 돌아와 정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사기와 보증으로 모든 것을 다 날리고, 새출발을 다지며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다니던 직장이었는데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뭔가를 해야 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평소 운영하던 블로그 (올드코난)을 통해 이 사실을 조금이라도 알리는게 저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화로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알렸습니다. 이때부터 1000일동안 저는 실업자입니다.


4월 18일부터 세월호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첫 글은 “세월호 침몰사고: 비겁한 선장 VS 위대한 승무원 [고(故) 박지영 님을 의사상자(義死傷者) 청원 합시다]”라는 글로 이때부터 블로그 올드코난은 사실상 시사블로그로 바뀌게 된다. 이전에는 그냥 취미삼아 TV 이야기나, 좋아하는 음악이나 소개하던 그저 그런 블로그였습니다. 세월호의 사건이 제대로 조사가 되기를 바라며 시사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어느덧 1000일이라는 시간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1000일전만해도 미처 몰랐습니다. 사고 당일 4월16일부터 오늘 2017년 1월9일 무려 1000일 동안이나 박근혜 정부가 이토록 집요하게 진실을 규명하지 못하도록 유족들과 언론들의 입을 막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이 기간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제가 절대 잊지 못하는 일이 있습니다. 2014년 그해 여름 광화문에 유족들 앞에서 어버이연합 등 자칭 보수들이 통닭과 피자를 먹던 모습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본 사람으로 이날 느낀 그 분노는 지금도 참기 어렵습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 앞에서 이런 짓을 해야 했을까. 특히 이 날 제가 분노한 것은 이들 뒤에 누가 있는지를 알기 때문입니다. 바로 박근혜와 그네의 아이들(친박)입니다. 이날 저는 왜 내가 글을 써야하는지에 대한 이유와 감옥에 갈 각오로 글을 쓰겠다는 의지를 갖게 됩니다. 그리고 오늘 1월 9일 1000일이 되는 오늘 그때의 각오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저는 감옥에 갈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1000일은 저 자신을 돌아보던 시간이었습니다. 1000일동안 박근혜와 부당한 권력을 비판하면서 저 자신을 더 많이 돌아봤습니다. 나이 50을 얼마 앞둔 지금에서야 철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2014년 4월 16일 이전과 이후 저는 전혀 다른 사람입니다. 그동안 제가 한 잘못들을 돌아봤고, 반성했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부당함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내 자신부터 비판해야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것만으로도 지난 1000일은 헛된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세월호에서 숨진 조카보다 2배 반을 더 살았습니다. 내 남은 생애는 덤이며, 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 모르지만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 여기며 살 생각입니다.


여기서, 올드코난을 싫어하는 분들에게 한가지만 당부합니다. 저를 싫어하고, 욕하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올드코난이 싫다고 해서 제가 비판하는 박근혜를 포함한 부당한 권력자들을 동정하지 말기를 부탁드립니다. 간혹 그런 분들이 있는데, 조금 더 넓게 생각해 주세요. 제가 비판하는 자들이 만일 선량한 사람들이고 사회적 약자라면 그때는 저를 용서하지 마십시오.


저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약자를 괴롭히거나 피해자들에게 모욕을 준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센놈들과 자주 붙어 어리석은 녀석이라는 비웃음을 당한 적은 많습니다. 오늘날까지 단 한번도 약자와 싸우는 짓을 한 적은 없었습니다. 이 점은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저 올드코난이 누구를 비판하고 누구와 싸우는지를 알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형님의 하신 말 중에 귀에 맴도는 말이 있습니다.

"이런 일이 나한테 생길 줄은 정말 몰랐다."

누가 알았겠습니까. 아무도 몰랐습니다. 세월호 유족 중에서 그리고 국민들 중 누구도 세월호 참사를 예견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런 일을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는게 우리 어른들의 의무이며, 제가 1000일 동안 글을 쓴 이유입니다. 


끝으로 세월호 유족분들에게 지난 1000일은 고통의 시간이었습니다. 자식을 잃은 분들에게 박근혜는 범죄자로 취급해 더 큰 마음의 상처를 안겨주었습니다. 이제와서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박근혜를 불쌍하게 보지 말고, 1000일동안 가슴이 찢어지는 마음의 고통을 당하며 버텼던 세월호 유족분들을 위로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위로를 받아야할 사람은 세월호 유족분들이지 박근혜가 아닙니다. 이번 겨울이 세월호 유족분들의 천막농성 마지막 겨울이 되기를 바랍니다.


세월호 유족분들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인사와 '절대 잊지 않겠다'는 말을 건네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글 작성/편집 올드코난 (Old Co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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