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서평

당신에게 실크로드 - 여자 혼자 경주에서 로마까지 143일 (저자 정효정)

올드코난 2017. 8. 5.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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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인 2016년 초에 나온 기행문을 소개해 본다. 당신에게 실크로드 - 여자 혼자 경주에서 로마까지 143일 (정효정 지음)이라는 책이다. 경주에서 출발해 로마까지 고대 실크로드를 따라 143일간의 여정을 담았다. 143일이면 거의 5개월이라는 긴 시간이다. 이런 길고 긴 험난한 길을 남자도 아닌 여성이 여행을 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물론 자동차를 이용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보통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저자의 용기와 의지가 가상하다.


출발지를 경주로 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실크로드는 중국 장안(시안)에서 터키 이스탄블로 본다면 시안을 출발지로 봐야겠지만 저자는 경주박물관에서 본 미추왕의 상감유리구슬 등에서 실크로드의 흔적을 발견한다. 우리 한국인 입장에서는 경주가 실크로드의 종착점이고 시작점인 것이다. 


경주에서 중국의 시안으로 넘어가고 로마까지 1만2천킬로미터를 여행한다. 그녀의 주요 목적은 실크로드를 따라 가는 것이기에 대부분 잠시 들렀을 뿐이지만 그 잠시라는 시간에서도 여성의 섬세한 시각으로 장소와 사람들을 관찰해 글로 남겼다. 책을 읽다보면 내가 현장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세세하다. 거쳐간 나라의 많은 것을 소개할 수는 없겠지만, 실크로드라는 목적에는 매우 충실한 책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책을 다 읽고 잠시 생각해 봤다. 오늘날 대중 교통을 이용해도 이런 긴 시간이 소요되었는데 고대 로마와 중국 한나라 시대에 이 실크로드를 이용했던 상인들은 얼마나 긴 시간을 소요했을까 생각해 봤다. 고대 사람들은 수명도 짧았는데 그걸 감안하면 한 개인이 10번 이상 실크로드를 다녀본 사람은 없었지 않았나 하는 그런 생각도 해봤다. 


지금도 힘든 이 길을 고대에는 더 힘들었을 실크로드는 상인들에게는 엄청난 기회이기도 하지만 큰 위험이 도사리던 곳이었다. 장거리 여행에 따른 막대한 비용과 식량 문제, 도적떼들... 이런 위험 요소들을 감안하고도 상인들이 이 길을 따라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고대 중국은 그만큼 부유한 나라였던 것이다. 


상인들이 중국에서 비단만을 가져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옛날부터 세상에서 가장 풍요로웠던 나라 중국은 침체기를 넘어 다시 세계적인 강대국이 되었다.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을 보면서 한국은 이제 미국만을 보지 말고 중국과 새로운 관계를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제2의 실크로드는 반드시 한국을 거쳐가기를 바라며.


[참고: 목차]

프롤로그

경주 · 중국 : 실크로드의 시작

경주 서라벌 코드, 경주 실크로드 /천마총의 시간여행

시안 100% 한족의 얼굴 /코스모폴리탄 시안 /강박증을 가진 황제, 진시황 /말을 알아듣는 꽃, 양귀비 /모험가에게 어울리는 맥주

둔황 양을 타고 황하를 건너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부릅니다, “아무것도 없잖어” /여행자를 홀리는 사막의 울음소리 /은화 40개 때문에 중국의 역적이 된 남자 /오늘은 좋은 날, 부처님 오신 날

투루판 사람 머리가 열리는 나무를 찾아 /사막이 아름다운 진짜 이유 /실크로드를 방문한 악마들 /변경 넘어 신비로운 세계

우루무치 나는 한족이 아니에요. 금발의 미녀가 받은 3800년 전 메시지

쿠처 연꽃을 보라 /한반도에서 온 두 남자

카스 중국 공안에게 카메라를 빼앗기다 /신장의 잔다르크, 향비 /우린 내일도 여기 있을 거야 /중국 여행 정보

키르기스스탄 : 하늘 호수에 살고 있는 사람들

나린 천산 위 국경을 넘다 /천산을 넘은 당신을 위한 숙소 /키르기스스탄에서 다산을 점지 받은 여자

비슈케크 여자 혼자 중앙아시아를 여행하면 /생기는 일 /비슈케크에 남아 있는 ‘스타워즈’의 기억 /이태백의 고향은 술에 취해 있다

이식쿨 호수 따뜻하고 아늑한 초원의 밤 /이식쿨 호수에 숨겨진 이야기

카라콜 자동차 보험이 없는 나라에서 히치하이킹 /키르기스스탄의 유일한 동물원 /망국의 한이 서려 있는 키르기스스탄 냉면

송쿨 호수 유목민의 소풍 /정략결혼의 희생양, 오손공주 /보드카에게 두 번 빚지다

오쉬 죽음의 고비를 넘다 /오쉬 사람을 믿지 마라? /소원을 이뤄주는 미끄럼틀 /키르기스스탄 여행정보

타지키스탄 : 소구드인을 찾아서

파미르 고원 해발 4,655미터를 넘다 /랑가르에서 만난 사람들 /파미르 사람들의 삶과 믿음이 담긴 집 /호로그 경찰서가 불탔다 /신이 세상을 만들 때

서부 타지키스탄 중앙아시아에서 만난 이영애 /죽음의 터널을 아시나요? /입에는 꿀, 손에는 아교…소그드인을 찾아서 /타지키스탄 여행정보

우즈베키스탄 : 황금빛 여행

타슈켄트 한인 이주의 역사 /개고기와 Л당근김치가 있는 백테미르 마을

사마르칸트 사마르칸트로 떠나는 황금빛 여행 /사건 창조적 위인, 티무르 /돈 대신 받은 사탕 두 개 /비단길을 따라온 비단 종이

아랄해 서쪽의 막다른 곳, 무이낙으로 /무덤 따라 여행하기 /바다가 사라진 마을에서의 하루 /중앙아시아의 납치혼 /앗살람 알레이쿰, 아랄

부하라 어설픈 자, 성은을 입지 못한다 /미나레트에 건배 /사람은 두루 친분을 나누어야 한다 /우즈베키스탄 여행정보

투르크메니스탄 중앙아시아의 북한

마리 울면서 국경을 넘다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대통령의 나라 /나를 위해 기도해준 남자

아슈하바트 사랑의 도시, 지옥호텔 508호 가스의 나라, 미친 야경 /꺼지지 않는 불, 다르바자 ‘지옥의 문’ /투르크메니스탄 여행 정보

이란 이상한 이란의 앨리스

마슈하드 사기당하며 발급받은 이란 비자 /시아파, 그들은 왜 우는 걸까?

야즈드 첫사랑 오빠를 찾아서 /높은 담장 안, 베일 안의 여자들

시라즈 술 없는 나라에서 취하는 법 /페르세폴리스의 소서노 /이란에서 한국 드라마가 인기 있는 이유 /해피송은 불행하게 끝났다 /나의 빼앗긴 자유, 히잡을 벗어던진 여자들

이스파한·카샨 손님은 눈에 넣는다는 이란 사람들 /목욕탕에서 살해당한 재상 /당신이 선물해준 별빛

테헤란 벽화에 숨은 상처 /데이트가 불법인 나라 /‘동물농장’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세상의 마르잔들이 돌아가길 꿈꾸며 /마지막 성추행의 기억 /내가 화를 내야 하는 이유 /드디어 히잡을 벗다 /이란 여행정보

터키 : 새로운 대륙에 발을 딛다

터키 아라랏 산의 사람들 /악마의 눈의 정체는? /필연의 건축물, 카파도키아 /새로운 대륙에 도착하다 /그들이 지킨 건 나무가 아니다 /이스탄불의 두 여자아이 /터키 여행정보

이탈리아 최초의 길, 마지막 길

로마 모험가의 길 /바티칸에 칼을 들고 간 여자

에필로그


[참고: 저자 정효정]

저자 정효정은 흥정이나 셈에 약하고 방향치인데다 어두운 것과 뱀을 무서워한다. 그래도 잘 다니는 비결은 인복이다. 늘 도와주는 사람이 생긴다. 닉네임으로 쓰는 Lhamo(라모)라는 이름은 인도 다람살라에서 탁아소 봉사를 할 때 가장 사랑하던 여자아이 이름이다. 만 2세미만의 티베트 난민 아이들을 돌보는 시간이었지만 사실은 그 꼬물이들이 내 인생을 도왔다. 이렇게 길에서 만난 여러 존재들 덕분에 서서히 철이 들고 인간이 되어가는 중이다. 생각해보면 여행도 인생도 다 남의 덕이다. 실크로드는 단순한 무역로가 아니라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은 선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마음에 또 하나의 실크로드가 그려지고, 그 길이 다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었으면 한다. 내 여행길에 나를 도와주었던 그 수많은 사람들처럼, 언젠가 당신의 실크로드에도 가슴 따뜻한 사람이 나타나 어깨를 감싸주고 함께 별을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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