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중국

인재를 내치는 항우와 목숨을 버리는 유방의 장수들

올드코난 2015. 12. 19.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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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은 원래 형양에서 황하(黃河)로 통하는 길을 수리해 진나라의 식량창고인 오창(敖倉)의 양식을 조달하고 있었는데 항우가 이를 알고 군사를 보내 식량을 탈취해갔다. 군량이 부족해진 유방은 서둘러 항우와 강화를 체결해 형양 서쪽으로 퇴각하려 했다.


항우가 이를 수락하려 했으나 지금 유방을 없애지 않으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범증의 간언을 듣고 형양을 포위해 유방을 죽이리라 결심했다. 다급해진 유방에게 모사(謀士) 진평(陳平)이 의심이 많은 항우의 성격을 이용해 범증과의 사이를 갈라놓을 이간책을 벌인다.


항우의 사신이 왔을 때 성대한 주연을 베풀려고 하다 "아부(亞父 범증)의 사신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항왕의 사신이로군."이라고 말한 후 형편없는 음식을 가져다 접대하자 분개한 사신이 돌아와 항우에게 이 사실을 보고한다. 범증을 귀찮게 여기던 항우는 범증을 더 의심하고 범증 역시 항우에세 실망하고 있던 터였다. 범증은 항우에게 사직을 고하고 팽성으로 돌아가는 길에 등창이 재발해 사망하고 만다.


진평의 이간책이 성공을 거두기는 했지만, 초군이 포위를 푼 것은 아니었다. 계속된 초군의 공격에 상황이 아주 위태할 무렵 한나라 장수 기신(紀信)이 나섰다. 그는 "사태가 이미 위급해졌으니 청컨대 제가 왕의 모습으로 꾸민 후 초군을 속이고자 합니다. 왕께서는 이 틈을 이용해 빠져나가십시오."

한군(漢軍)이 한밤중에 형양 동문(東門)으로 갑옷 입은 여자 2천명을 내보내자 초군(楚軍)이 사방에서 공격해왔다. 기신이 수레에 타고 한왕 행세를 하면서 "성 안에 양식이 떨어져 한왕이 항복하고자 하노라."라는 뜻을 전했다. 이 말에 승리를 확신한 초군은 모두 만세를 불렀다.


한편 이렇게 어수선한 틈을 이용해 유방은 수십 기의 병사들만 거느리고 서문(西門)을 나와 성고(成臯)로 달아났다. 뒤늦게 자신이 속은 것을 알게 된 항우는 기신을 불태워 죽였다. 마침내 형양성을 함락한 후 형양을 사수하던 한나라 어사대부 주가(周苛)에게 항우가 "나의 장수가 되면 공을 상장군으로 삼고 3만호의 후에 봉하겠노라."라고 회유했지만 주가는 이를 단호히 거절했다. 항우는 화를 내며 주가를 삶아 죽였다.


형양을 탈출한 유방은 구강왕 경포를 만나 함께 행군하면서 병사를 모집했고 성고(成臯)에 들어가 다시 수비에 나섰다. 하지만 항우가 군사들을 이끌고 성고를 공격하자 다시 도망쳐 황하를 건너 장이와 한신의 군대에 기탁했다. 결국 성고마저 초나라에 함락되었고 대세는 완전히 초나라로 기우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범증이라는 인재를 내친 항우과, 자신을 위해 죽는 충신들을 가진 유방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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