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중국

항우에 대한 한신과 사마천의 평가

올드코난 2015. 12. 19.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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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는 20대 초반에 숙부를 따라 군사를 일으켰고 겨우 3년 만에 진나라를 멸망시켰다. 천하를 분할한 후 여러 공신들에게 왕, 후를 봉하니 당시 모든 정령(政令)이 항우에게 나왔다. 이 때문에 항우는 자신을 패왕이라 칭했다.

하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과시하고 싶은 마음에 천하의 중심인 관중을 버렸고 아무 죄도 없는 의제를 쫓아내 스스로 왕이 되었으며 제후들이 자신을 배반한 것을 원망하면서 상황이 어려워졌다. 패자가 된지 겨우 5년 만에 유방에게 패배해 몰락하고 말았다.


사마천은 항우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항우는 스스로 공로를 자랑하고 자신의 사사로운 지혜만을 앞세워 옛것을 스승으로 삼지 않았으며 패왕의 공업이라 하면서 무력으로 천하를 정복해 다스리려 했다. 그러다 겨우 5년 만에 마침내 나라를 망치고 죽으면서도 끝까지 깨닫지 못하고 스스로를 책망하지 않았으니 이는 잘못이다."


항우가 실패한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포부가 원대하지 못했다. 함양을 함락한 후 취한 유방과 항우의 태도는 정반대였다. 유방은 진왕을 살려두고 약법삼장을 만들어 이를 엄격히 지키면서 금은보화를 탐내거나 백성들을 벌하지 않았다. 하지만 항우는 진왕을 잔인하게 죽이고 궁궐을 불태웠으며 함양 백성들을 모조리 죽여 버렸다. 이런 가혹한 폭력은 또 다른 반발을 불러오기 마련이며 민심을 얻기란 더욱 힘들다.

둘째, 좌절 앞에서 비교적 냉정하고 침착했던 유방에 비해 항우는 난폭하고 경솔했다. 부하들의 실수를 조금도 용납하지 않았고 늘 남을 탓할 뿐 자신을 돌아보지 않았다. 심지어 죽어가면서까지 하늘을 원망하고 탓할지언정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셋째, 큰일을 앞두고 사사로운 이익에 몰두했다. 수많은 병사들이 죽어가는 전장에서 큰 패배를 눈앞에 두고도 항우의 머릿속에 가득했던 고민은 나라와 백성이 아니라 사랑하는 여인과 애마였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신은 항우의 용기는 필부의 용기이며 항우의 인정은 아녀자의 인정에 불과하다며 유방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항우는 겉보기에 두 가지 장점이 있지만 그 장점들이 도리어 큰 해가 됩니다. 우선 항우는 대단한 영웅입니다. 위엄 있는 풍채에 천하장사이며 전투에서도 용감무쌍하지요. 또 전투마다 앞장서서 적진을 뚫고 나가면 수천 명의 군사들이 그 위세에 눌려 찍소리도 못하고 고개를 숙입니다. 하지만 항우는 인재를 쓸 줄 모릅니다. 그의 수하에는 문사(文士), 무사(武士), 모사(謀士)들이 수없이 많지만 그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줄 모릅니다. 그는 혼자서 적진을 뚫고 들어가는 것만 압니다. 이런 용기는 그저 "필부의 용기"에 불과할 뿐입니다.

둘째, 항우는 남에게 예의 바르고 친절하며 늘 잘 대해줍니다. 하지만 그 마음은 오히려 좁습니다. 부하가 적진을 뚫고 들어가 큰 공을 세우면 마땅히 관직을 내리고 상을 줘야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때론 상을 주기도 하지만 관인(官印)을 만지작거리며 고민하다 어쩔 수 없이 관인을 줍니다. 이런 것을 "부녀자의 인정"이라고 합니다. 그저 보잘것없는 은혜일뿐입니다. 그는 굶주리는 장병들에게 눈물을 흘리면서 밥은 줄지언정 관직은 아까워서 내리지 못하는 그런 옹졸한 사람입니다.

이외에도 분봉할 때 공에 따라 나누지 않고 친분에 따라 나누어 인심을 잃었습니다. 또 진군하는 곳마다 불태우고 노략질 했으니 어찌 천하의 인심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그는 절대로 천하를 얻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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