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원 詩 벌거숭이의 노래 1 나는 벌거숭이다. 옷같은 것은 나에게 쓸 데 없다. 나는 벌거숭이다. 제도 인습은 고인의 옷이다. 나는 벌거숭이다. 시비도 모르는, 선악도 모르는. 2 나는 벌거숭이다. 그러나 나는 두루마기까지 갖추어 단정히 옷을 입은 제도와 인습에 추파를 보내어 악수하는 썩은 내가 몰씬몰씬 나는 구도덕에 코를 박은, 본능의 폭풍 앞에 힘없이 항복한 어린 풀이다. 3 나는 어린 풀이다. 나는 벌거숭이다. 나에게는 오직 생명이 있을 뿐이다. 태양과 모든 성신이 운명하기까지, 나에게는 생명의 감로가 내릴 뿐이다. 온 누리의 모든 생물들로 더불어, 나는 영원히 생장의 축배를 올리련다. 4 그리하여 나는 노래하려 한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감투를 쓴 사람으로부터 똥통을 우주로 아는 구더기까지. 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