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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243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슬픔의 삼매, 비방, 심은 버들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슬픔의 삼매 하늘의 푸른빛과 같이 깨끗한 죽음은 군동(群動)을 정화(淨化)합니다. 허무의 빛인 고요한 밤은 대지에 군림하였습니다. 힘없는 촛불 아래에 사리뜨리고 외로이 누워 있는 오오, 님이여! 눈물의 바다에 꽃배를 띄웠습니다. 꽃배는 님을 싣고 소리도 없이 가라앉았습니다. 나는 슬픔의 삼매(三昧)에 '아공(我空)'이 되었습니다. 꽃향기의 무르녹은 안개에 취하여 청춘의 광야에 비틀걸음치는 미인이여! 죽음을 기러기 털보다도 가볍게 여기고, 가슴에서 타오르는 불꽃을 얼음처럼 마시는 사랑의 광인이여! 아아, 사랑에 병들어 자기의 사랑에게 자살을 권고하는 사랑의 실패자여! 그대의 만족한 사랑을 받기 위하여 나의 팔에 안겨요. 나의 팔은 그대의 사랑의 분신인 줄을 그대는 왜 모르셔요. ..

배움/시 2010.07.08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눈 물, 꿈과 근심, 차라리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눈물 내가 본 사람 가운데는, 눈물을 진주라고 하는 사람처럼 미친 사람은 없습니다 그 사람은 피를 홍보석이라고 아는 사람보다도, 더 미친 사람입니다. 그것은 연애에 실패하고 흑암의 기로에서 헤메는 늙은 처녀가 아니라면, 신경이 기형적으로 된 시인의 말입니다. 만일 눈물이 진주라면 나는 님의 신물(信物)로 주신 반지를 내놓고는, 세상의 진주라는 진주는 다 티끌 속에 묻어 버리겟습니다. 나는 눈물로 장식한 옥패를 보지 못하였습니다. 나는 평화의 잔치에 눈물의 술을 마시는 것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내가 본 사람 가운데는 눈물을 진주라고 하는 사람처럼 어리석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아니어요. 님이 주신 눈물은 진주 눈물이어요. 나는 나의 그림자가 나의 몸을 떠날 때까지, 님을 위하여 진..

배움/시 2010.07.08

시) 정지용 作 - 산엣 색시 들녘 사내, 내맘에 맞는 이, 무어래요

정지용 詩 산엣 색시 들녘 사내 산엣 새는 산으로, 들녁 새는 들로. 산엣 색시 잡으러 산에 가세. 작은 재를 넘어 서서, 큰 봉엘 올라 서서, (호-이) (호-이) 산엣 색시 날래기가 표범 같다. 치달려 달어나는 산엣 색시, 활을 쏘아 잡았읍나? 아아니다, 들녘 사내 잡은 손은 차마 못 놓더라. 산엣 색시, 들녘 쌀을 먹였더니 산엣 말을 잊었음네. 들녘 마당에 밤이 들어, 활 활 타오르는 화투불 너머로 너머다 보며- 들녘 사내 선웃음 소리 산엣 색시 얼골 와락 붉었더라. 내맘에 맞는 이 당신은 내맘에 꼭 맞는이. 잘난 남보다 조그만치만 어리둥절 어리석은 척 옛사람 처럼 사람좋게 웃어좀 보시오, 이리좀 돌고 저리좀 돌아 보시오, 코 쥐고 뺑뺑이 치다 절 한 번만 합쇼. 호. 호. 호. 호. 내맘에 꼭 맞..

배움/시 2010.07.08

시) 정지용 作 - 바 람, 별똥, 기차, 고향

정지용 詩 바 람 바람. 바람. 바람. 늬는 내 귀가 좋으냐? 늬는 내 코가 좋으냐? 늬는 내 손이 좋으냐? 내사 원통 빨개졌네. 내사 아므치도 않다. 호 호 칩어라 구보로! 별똥 별똥 떨어진 곳, 마음해 두었다 다음날 가보려, 벼르다 벼르다 인젠 다 자랐오. 기차 할머니 무엇이 그리 슬어 우십나? 울며 울며 녹아도로 간다. 해여진 왜포 수건에 눈물이 함촉, 영 ! 눈에 어른거려 기대도 기대도 내 잠못들겠소. 내도 이가 아퍼서 고향 찾어 가오. 배추꽃 노란 사월 바람을 기차는 간다고 악 물며 악물며 달린다. 고향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꽁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 끝에 홀로 오르니 흰점 꽃이 인정스레 웃..

배움/시 2010.07.08

시) 정지용 作 - 병, 할아버지, 산에서 온 새

정지용 詩 병 부엉이 울든 밤 누나의 이야기- 파랑병을 깨치면 금시 파랑바다. 빨강병을 깨치면 금시 빨강 바다. 뻐꾸기 울든 날 누나 시집 갔네- 파랑병을 깨트려 하늘 혼자 보고. 빨강병을 깨트려 하늘 혼자 보고.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담배ㅅ대를 물고 들에 나가시니, 궂은 날도 곱게 개이고, 할아버지가 도롱이를 입고 들에 나가시니, 가문 날도 비기 오시네. 말 말아, 다락 같은 말아, 너는 즘잔도 하다 마는 너는 왜 그리 슬퍼 뵈니? 말아, 사람편인 말아, 검정 콩 푸렁 콩을 주마. * 이말은 누가 난 줄도 모르고 밤이면 먼데 달을 보며 잔다. 산에서 온 새 새삼나무 싹이 튼 담우에 산에서 온 새가 울음 운다. 산엣 새는 파랑치마 입고, 산엣 새는 빨강모자 쓰고, 눈에 아름 아름 보고 지고. 발 벗고 간 ..

배움/시 2010.07.08

시) 정지용 作 - 무서운 시계, 삼월 삼질 날,딸레, 산소

정지용 詩 무서운 시계 오빠가 가시고 난 방안에 숯불이 박꽃처럼 새워간다. 산모루 돌아가는 차, 목이 쉬여 이밤사 말고 비가 오시랴나? 망토 자락을 녀미며 녀미며 검은 유리만 내여다 보시겠지! 오빠가 가시고 나신 방안에 시계소리 서마 서마 무서워. 삼월 삼질 날 중, 중, 때때 중, 우리 애기 까까 머리. 삼월 삼질 날, 질나라비, 훨, 훨, 제비 새끼, 훨, 훨, 쑥 뜯어다가 개피떡 만들어. 호, 호, 잠들여 놓고 냥, 냥, 잘도 먹었다. 중, 중, 때때 중, 우리 야기 상제로 사갑소. 딸레 딸레와 쬐그만 아주머니, 앵도 나무 밑에서 우리는 늘 셋동무. 딸레는 잘못 하다 눈이 멀어 나갔네. 눈먼 딸레 찾으러 갔다 오니, 쬐그만 아주머니 마자 누가 다려 갔네. 방울 혼자 흔들다 나는 싫여 울었다. 산소 ..

배움/시 2010.07.08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당신의 편지, 예술가, 생명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당신의 편지 당신의 편지가 왔다기에, 꼬밭 매던 호미를 놓고 떼어 보았습니다. 그 편지는 글씨는 가늘고 글줄은 많으나, 사연은 간단합니다. 만일 님이 쓰신 편지이면, 글은 짧을지라도 사연은 길 터인데. 당신의 편지가 왔다기에 바느질 그릇을 치워놓고 떼어보았습니다. 그 편지는 나에게 잘 있느냐고만 묻고, 언제 오신다는 말은 조금도 없었습니다. 만일 님이 쓰신 편지이면 나의 일은 묻지 않더라도, 언제 오신다는 말은 먼저 썼을 터인데. 당신의 편지가 왔다기에 약을 달이다 말고 떼어 보았습니다. 그 편지는 당신의 주소는 다른 나라의 군함입니다. 만일 님이 쓰신 편지이면 남의 군함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 할 지 라도 편지에는 군함에서 떠났다고 하였을 터인데. 예술가 나는 서투른 화가(畵家..

배움/시 2010.07.08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쾌 락, 거문고 탈 때, 밤은 고요하고, 꽃이 먼저 알아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쾌 락 님이여, 당신은 나를 당신 계신 때처럼 잘 있는 줄로 아십니까. 그러면 당신은 나를 아신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당신이 나를 두고 멀리 가신 뒤로는, 나는 기쁨이라고는 달도 없는 가을 하늘에 외기러기의 발자취만치도 없습니다. 거울을 볼 때에 절로 오던 웃음도 나오지 않습니다. 꽃나무를 심고 물 주고 북돋우던 일도 아니합니다. 고요한 달 그림자가 소리없이 걸어와서 엷은 창에 소근거리는 소리도 듣기 싫습니다. 가물고 더운 여름 하늘에 소낙비가 지나간 뒤에, 산모퉁이의 작은 숲에서 나는 서을한 맛도 달지 않습니다. 동무도 없고 노리게도 없습니다. 나는 당신 가신 뒤에 이 세상에서 얻기 어려운 쾌락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이따금 실컷 우는 것입니다. 거문고 탈 ..

배움/시 2010.07.08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잠 없는 꿈, 착인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잠 없는 꿈 나는 어느 날 밤에 잠없는 꿈을 꾸었습니다. 『나의 님은 어디 있어요. 나는 님을 보러 가겠습니다. 님에게 가는 길을 가져다가 나에게 주세요, 님이여』 『너의 가려는 길은 너의 님이 오히려 길이다. 그 길을 가져다 너레게 주면 너의 님은 올 수가 없다』 『내가 가기만 하면 님은 아니 와도 관계가 없습니다』 『너의 님이 오히려 길을 너에게로 갖다 주면 너의 님은 다른 길로 오게 된다 네가 간대도 너의 님을 만날 수가 없다』 『그러면 그 길을 가져다가 나의 님에게 주셔요』 『너의 님에게 주는 것이 너에게 주는 것과 같다. 사람마다 저의 길이 각각 있는 것이다』 『그러면 어찌하여야 이별한 님을 만나보겠습니까』 『네가 너를 가져다가 너의 가려는 길에 주어라. 그리하고 쉬지..

배움/시 2010.07.08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포도주, 진 주, 자유정조(自由貞操)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포도주 가을 바람과 아침 볕에 마치맞게 익은 향기로운 포도를 따서 술을 빚었습니다. 그 술 괴는 향기는 가을 하늘을 물들였습니다. 님이여, 그 술을 연잎잔에 가득히 무어서 님에게 드리겠습니다. 님이여, 떨리는 손으로 거쳐서 타오르는 입술을 축이셔요. 임이여, 그 술은 한 밤을 지나면 눈물이 됩니다. 아아, 한 밤을 지나면 포도주가 눈물이 되지마는, 또 한 밤을 지나면 나의 눈물이 다른 포도주가 됩니다. 오오, 임이여! 진 주 언제인지 내가 바닷가에 가서 조개를 주웠지요. 당신은 나의 치마를 걷어 주셨어요, 진흙 묻는다고. 집에 와서는 나를 어린아이 같다고 하셨지요, 조개를 주워다가 장난한다고. 그리고 나가시더니 금강석을 사다 주셨습니다, 당신이. 나는 그 때에 조개 속에서 진주..

배움/시 201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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