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문학, 시, 소설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첫 키스 마셔요, 제발 마셔요. 보면서 못 보는 체 마셔요. 마셔요, 제발 마셔요. 입술을 다물고 눈으로 말하지 마셔요. 마셔요, 제발 마셔요. 세계의 꽃을 혼자 따면서 항분(亢奮)에 넘쳐서 떨지 마셔요. 마셔요, 제발 마셔요. 마소는 나의 운명의 가슴에서 춤을 춥니다. 새삼스럽게 스스 러워 마셔요. 희미한 졸음이 활발한 님의 발자취 소리에 놀라 깨어 무거운 눈썹을 이기지 못하면서 창을 열고 내다 보았습니다. 동풍에 몰리는 소낙비는 산모롱이를 지나가고, 뜰 앞의 파초 잎 위에 빗소리의 남은 음파(音波)가 그네를 뜁니다. 감정과 이지(理智)가 마주치는 찰나에 인면(人面)의 악마와 수심(獸心)한 천사가 보이려다 사라집니다. 흔들어 빼는 님의 노래가락에, 첫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