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연예가

앙드레 김 선생과 한일관에서의 추억, 그를 추모하며!

올드코난 2010. 8. 14. 11:17
반응형

앙드레 김 별세 (본명 김봉남) (1935.8.24~ 2010.8.12)

 앙드레 김 선생과 한일관에서의 추억, 그를 추모하며!

 

812일 디자이어너 앙드레 김 선생이 별세했다는 뉴스에 바로 글을 쓰지 못한 것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를 직접 봤던 추억이 그의 죽음을 더욱 안타깝게 했고, 무엇을 써야 할지 망설여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앙드레 김 선생을 직접 뵌 것은 2007년 여름이었습니다.

서울 종로에 한일관이라는 유명한 음식점이 있었습니다. 수개월전 재건축문제로 다른 곳으로 이전해 갔는데, 그때까지 한일관이라고 하는 명성은 꽤 알려져 있는 명소였습니다.

그곳에서 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가끔 볼 수도 있는데, 그곳을 찾는 분들 중 북에서 피난온 실향민들이 정말 많습니다.

미리 예약을 해야 할 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던 음식점이었습니다.

 

제가 모셨던 분이 바로 함경도 출신이고 해서 가끔 그곳에서 점심이나 저녁을 같이 먹고는 했습니다. 선생을 뵌 그날은 직장 후배에게 한일관을 처음 소개시켜 준 날이고 점심을 하기 위해 예약된 시간에 맞춰 한일관에 도착을 하고 2층으로 올라가던 와중에 누가 앙드레 김이다 라고 외치더군요.

 

한일관에서 정치인과 높은 고위직 사람들은 가끔 봤지만 그곳에서 방송에서 보던 사람은 처음 본 날이었습니다.

그때 앙드레 김 선생은 차를 타고 온 것이 아니라  혼자서 흰 옷을 입고, 짙은 화장에 당당한 풍채를 보이며 마치 패션쇼를 보는 듯 차분하게 음식점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당시 한일관은 2층은 주로 예약 손님들이었습니다.

저희도 2층에서 예약이 되어있어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대각선 방향으로 2번 테이블 간격 사이로 앙드레 김 선생이 예약이 되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지만 경박하게 말을 걸지는 않고 가볍게 눈 인사를 나누는 정도로 반가움을 표시했고, 선생도 가볍게 응대를 해 주었습니다.

5분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일행이 도착했는데 문화인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처음 본 사람들이라 잘 모르겠지만 패션쪽 보다는 다른 예술분야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9000원짜리 갈비탕을 시켜 드셨는데, 추가로 갈비 2인분을 주문했습니다.

원채 제가 관심이 많아 식사를 하는 중에도 계속 그분을 지켜봤고, 저와 같이 식사를 하던 후배도 선생에 관심이 많아서 인지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식사는 조용히 그리고 정말 맛있게 드시더군요.

음식을 남기지도 않고 그렇다고 자세가 흐트러지지도 않은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식사를 마친 후 후배와 1층에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사무실로 복귀 하려 할 때 선생과 일행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있어봤습니다.

 

그분들이 이동한 곳은 바로 옆건물 OO은행이 있는 빌딩인데, 그곳 로비에 커피숍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유리창 너모로 가볍게 웃으며 커피를 마시던 그 분이 모습이 제가 본 앙드레 김 선생의 마지막이고 아직도 기억에 남는 추억입니다.

 

저는 패션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그래서 그분의 명성은 알지만 작품세계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단지 제가 아는 것은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였고,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던 사람이라는 겁니다.

 

능력과 존경이 늘 함께하는 것은 아닙니다.

능력은 있는데 기본적인 인간미가 없으면 냉혹한 사람이라는 평을 듣습니다.

앙드레 김 선생을 아는 사람들은 그를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그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행복한 삶이었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추억이 되어버린 그를 오랫동안 기억할 것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