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월 22일에 역사적인 판결이 있었는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아 아쉬운 마음에 소개합니다. 일명 시국사건 1호 변호사 한승헌 변호사님이 42년 만에 무죄판결을 받았다는 소식입니다.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략히 정리해 보고 의미를 몇자 적어 봅니다.
"무죄를 확신하면서도 유죄를 학신했다." 시국사건 1호 변호사 한승헌 반공법 위반 혐의 42년만에 무죄 판결, 대한민국 사법 질서가 바로 서고 있다.
1.한승헌 변호사 프로필
한승헌(韓勝憲) 아호 산민(山民), 1934년 9월 29일 전라북도 진안군 출생으로 태어난 마을은 현재 용담댐으로 수몰되었다. 전주고등학교 졸, 전북대 정치학 전공. 1957년 고등고시 제8회 사법과 합격 졸업후 군법무관, 법무부 검찰국과 서울지검 검사 등을 지내다 1965년 변호사를 개업한다. 한동한 작가들의 변호를 맡다가 인권 변호사로 영역을 넓히며 박정희 독재시절 박해받는 양심수 또는 시국사범을 변호하게 된다. 11972년 《여성동아》에 쓴 〈어떤 조사(弔辭)〉로 필화를 겪으며 1975년 구속되는데 당시 1백29명의 변호인단이 변론에 나서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반공법 위반 필화사건과 '김대중내란음모사건'으로 박정희, 전두환 정권 시절 두 차례에 걸쳐 21개월간 옥살이를 했으며 1976에서 1983년까지 변호사자격이 박탈되었다. 그럼에도 그의 인권 운동은 포기하지 않았고 김지하 오적 필화 사건, 민청학련 사건, 통일혁명당 사건,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 등 중요한 사건을 변론하기도 하면서 그를 시국사건 1호 변호사로 부르며 양심있는 지식인과 민주화 운동을 이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다.
인권 변호사 활동 외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1987년), 방송위원회 위원.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 12대 감사원장(1998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위원장(2005년), 전북대학교 법과대학·가천대학교 법과대학 석좌교수(2007년) 등을 역임했다. 인제인성대상, 정일형.이태영 자유민주상, 중앙대 언론문화상, 한국인권문제연구소 인권상, 임창순 학술상, 단재상 등을 수상했다.
2. 반공법 위반 혐의
1967년 중앙정부에 의해 유럽 유학생과 교민에게 간첩으로 누명을 씌우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이를 ‘유럽 간첩단 사건’ 일명 ‘동백림 사건’이라고 한다. (*참고: 동백림 사건 설명 => http://oldconan.tistory.com/37204 )이 사건으로 김규남 의원이 사형되었는데, 한승헌 변호사가 1972년 여성동아 잡지에 그를 애도하는 글을 써 북괴(북한괴뢰군)을 이롭게 했다는 이유로 1975년 반공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던 것이다.
당시 그가 쓴 글의 주요내용은 이렇다.
“신문 귀퉁이, 눈에 뜨이기도 힘든 1단 기사에서 당신의 죽음을 알았습니다. 사형이 집행된 것입니다. 주류 출고량이 줄었다는 기사는 같은 지면에 2단으로, 여자면도사 해고 기사는 3단으로 실렸습니다...”(법률방송 참고)
이 말에 김규남 의원의 사형집행이 여자면도사 해고나 주류출고량 보다 못하다는게 말이 되냐는 한탄이 느껴진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이 사실을 모르는 것에 대해 슬픔과 진실을 덮으려는 공권력에 분노를 느꼈던 것이다. 이런 그에게 검찰은 반공법 위반을 적용한다. 죽은 자를 애도하는 이 정도 비판도 못하던게 바로 박정희 유신시대였던 것이다.
3. 반공법 위반 혐의 무죄 판결
42년이 지나 2017년 6월 22일 열린 재심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 이헌숙 부장판사는 무죄를 선고했다. 한승헌 변호사는 7월7일자 오마이뉴스 인터뷰에 이런 말을 남겼다. "무죄를 확신하면서도 유죄를 확신했다" 죄가 없음에도 죄가 되었던 박정희 유신시대를 설명하기에 충분한 표현이다. 이 시대에 법으로 유죄이니 죄인이라는 말은 괘변이다. 누가 법 위에 있었으며 누가 법을 만들고 집행했는지를 생각해 보자. 법은 권력자 편에 있어서는 안된다. 법은 권력자로부터 국민을 지켜 줘야 한다. 한승헌 변호사의 42년만의 무죄 판결은 법이 국민편으로 돌아섰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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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의미
간첩조작 사건은 박정희 시대에서만 일어났던 일이 아니다. 그의 딸 박근혜 시대에도 있었다. 2013년 서울시 공무원이었던 유우성 씨가 간첩으로 조작되어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박정희 유신시대, 전두환 5공정권에서 벌어졌던 간접조작 사건이 2013년에 다시 벌어진 것이다.
그 과정을 보면 허술하기 그지없다. 문서를 위조하는데, 누가 봐도 허술한 가짜 문서로 간첩을 만들려한 실력 없는 안기부와 정치검찰이 만들어낸 이 어처구니 없고 두려움까지 느끼게 만들었던 이런 간첩 사건이 왜 이 시기에 다시 발생했는가? 과거사를 제대로 정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량한 시민들을 간첩으로 내몰고 고문하고 사형판결까지 내렸던 정치 검찰과 중앙정보부 그리고 독재 부역자들이 아직도 대한민국의 기득권으로 행세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자들에게 일말 잘하면 된다며 표를 주고 있는 어리석은 유권자 국민들이 이들을 더 기고만장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었고 최순실 국정농단이 발생했다. 제2의 최순실 국정농단과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과거사를 정리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거사를 정리하지 않으면 같은 일은 반복된다. 그리고 과거사 정리의 핵심을 처벌이 아니라 진실규명이다. 한승헌 변호사의 이번 무죄 판결은 대한민국 법질서가 바로 잡혀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는 주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대통령이 바뀌니 이런 판결이 나온다. 이는 다시말해 무능한 정치의 책임을 정치인들에게 지우지 말고 우리 유권자들이 제대로 투표를 행사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를 뽑은 것도 국민이고,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만든 것도 국민이다. 올바른 선택은 우리 유권자 국민들의 의미이며 결과에 대해서도 우리 국민들이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간첩조작사건, 억울한 유죄...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바로 우리 국민들이 감시를 해야 할 것이다.
덧붙여 올해 1월에 한승헌 변호사가 쓴 “법은 누구의 편인가? 재판으로 본 한국현대사 (저자 한승헌)”라는 책을 읽었는데 여운영 암살사건, 반민특위사건, 국회 프락치 사건... 등 한국 현대사의 주요한 17개의 사건에 대한 재판에 대한 설명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돌아 보게 만든 아주 좋은 책이었다. 시간되면 꼭 한 번 읽어 보기를 추천하며 이만 줄인다.
글 작성/편집 올드코난 (Old Co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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