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신석초 詩 고풍 분홍색 회장저고리 남끝동 자주 고름 긴 치맛자락을 살며시 치켜들고 치마 밑으로 하얀 외씨버선이 고와라. 멋들어진 어여머리 화관 몽두리 화관 족두리에 황금 용잠 고와라. 은은한 장지 그리메 새 치장하고 다소곳이 아침 난간에 섰다. 바라춤 언제나 내 더럽히지 않을 티 없는 꽃잎으로 살어여러 했건만 내 가슴의 그윽한 수풀 속에 솟아오르는 구슬픈 샘물을 어이할까나. 청산 깊은 절에 울어 끊인 종소리는 아마 이슷하여이다. 경경이 밝은 달은 빈 절을 덧없이 비초이고 뒤안 이슥한 꽃가지에 잠 못 이루는 두견조차 저리 슬피 우는다. 아아 어이 하리. 내 홀로 다만 내 홀로 지닐 즐거운 무상한 열반을 나는 꿈꾸었노라. 그러나 나도 모르는 어지러운 티끌이 내 맘의 맑은 거울을 흐리노라. 몸은 서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