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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문 62

시) 정지용 作 - 갑판우, 태극선, 피리

정지용 詩 갑판 우 나지익 한 하늘은 백금빛으로 빛나고 물결은 유리판처럼 부서지며 끓어오른다. 동글동글 굴러오는 짠바람에 뺨마다 고운 피가 고이고 배는 화려한 김승처럼 짓으면 달려나간다. 문득 앞을 가리는 검은 해적 같은 외딴섬이 흩어져 날으는 갈매기떼 날개 뒤로 문짓 문짓 물러나 가고, 어디로 돌아다보든지 하이얀 큰 팔구비에 안기여 지구덩이가 동그랗다는 것이 길겁구나. 넥타이는 시원스럽게 날리고 서로 기대 슨 어깨에 유 월 볕이 스며들고 한없이 나가는 눈ㅅ길은 수평선 저쪽까지 기폭처럼 퍼 덕인다. * 바다 바람이 그대 머리에 아른대는구료, 그대 머리는 슬픈 듯 하늘거리고. 바다 바람이 그대 치마폭에 니치대는구료, 그대 치마는 부끄러운 듯 나부끼고. 그대는 바람보고 꾸짖는구료. * 별안간 뛰여들삼어도 설..

배움/시 2010.07.11

시) 정지용 作 - 가모가와, 슬픈 인상화, 조약돌

정지용 詩 가모가와 가모가와 심리ㅅ벌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날이 날마다 님 보내기 목이 자졌다... 여울 물소리... 찬 모래알 쥐여 짜는 찬 사람의 마음, 쥐여 짜라. 바시여라. 시원치도 않어라. 역구풀 우거진 보금자리 뜸북이 홀어멈 울음 울고, 제비 한 쌍 떠ㅅ다, 비맞이 춤을 추어. 수박 냄새 품어오는 저녁 물바람. 오랑쥬 껍질 씹는 젊은 나그네의 시름. 가모가와 십리ㅅ벌에 해가 저물어... 저물어... 슬픈 인상화 수박냄새 품어 오는 첫여름의 저녁 때... 먼 해안 쪽 길옆 나무에 늘어 슨 전등. 전등. 헤엄쳐 나온 듯이 깜박어리고 빛나노나. 침울하게 울려 오는 축항의 기적소리... 기적소리... 이국정조로 퍼덕이는 세관의 기ㅅ발. 기ㅅ발. 세멘트 깐 인도측으로 사폿사폿 옮기는 하이얀 ..

배움/시 2010.07.11

시) 정지용 作 - 발열, 석류, 향수

정지용 詩 발열 처마 끝에 서린 연기 따러 포도순이 기여 나가는 밤, 소리 없이, 가물음 땅에 스며든 더운 김이 등에 서리나니, 훈훈히, 아아, 이 애 몸이 또 달어 오르노나. 가쁜 숨결을 드내쉬노니, 박나비처럼, 가녀린 머리, 주사 찍은 자리에, 입술을 붙이고 나느 중얼거리다, 나는 중얼거리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다신교도와도 같이. 아아, 이 애가 애자지게 보채노나! 불도 약도 달도 없는 밤, 아득한 하늘에는 별들이 참벌 날으듯 하여라. 석 류 장미꽃 처럼 곱게 피여 가는 화로에 숯불, 입춘때 밤은 마른풀 사르는 냄새가 난다. 한 겨울 지난 석류열매를 쪼기여 홍보석 같은 알을 한알 두알 맛 보노니, 투명한 옛 생각, 새론 시름의 무지개여, 금붕어처럼 어린 녀릿녀릿한 느낌이여. 이 열매는 지난 해 시..

배움/시 2010.07.10

시) 정지용 作 - 별, 소곡, 예장

정지용 詩 별 창을 열고 눕다. 창을 열어야 하늘이 들어오기에. 벗었던 안경을 다시 쓰다. 일식이 개이고난 날 밤 별이 더욱 푸르다. 별을 잔치하는 밤 흰옷과 흰자리로 단속하다. 세상에 안해와 사랑이란 별에서 치면 지저분한 보금자리. 돌아 누워 별에서 별까지 해도 없이 항해하다. 별도 포기 포기 솟았기에 그 중 하나는 더 훡지고 하나는 갓 낳은 양 여릿 여릿 빛나고 하나는 발열하야 붉고 떨고 바람엔 별도 쓸리다 회회 돌아 살아나는 촉불 ! 찬물에 씻기여 사금을 흘리는 은하 ! 마스트 알로 섬들이 항시 달려 왔었고 별들은 우리 눈썹 기슭에 아스름 항구가 그립다. 대웅성좌가 기웃이 도는데 ! 청려한 하늘의 비극에 우리는 숨소리까지 삼가다. 이유는 저 세상에 있을지도 몰라 우리는 제마다 눈감기 싫은 밤이 있다..

배움/시 2010.07.10

시) 정지용 作 - 오월 소식, 이른봄 아침

정지용 詩 오월 소식 오동나무 꽃으로 불밝힌 이곳 첫 여름이 그립지 아니한가? 어린 나그네 꿈이 시시로 파랑새가 되어오려니. 나무 밑으로 가나 책상 턱에 이마를 고일 때나, 네가 남기고 간 기억만이 소근 소근거리는구나. 모초롬만에 날러온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울렁거리여 가여운 글자마다 먼 황해가 남설거리나니. ...나는 갈매기 같은 종선을 한창 치달리고 있다... 쾌활한 오월넥타이가 내처 난데없는 순풍이 되어, 하늘과 딱닿은 푸른 물결우에 솟은, 외따른 섬 로만팈을 찾어갈가나. 일본말과 아라비아 글씨를 아르키러간 쬐그만 이 페스탈로치야, 꾀꼬리 같은 선생님 이야, 날마나 밤마다 섬둘레가 근심스런 풍랑에 씹히는가 하노니, 은은히 밀려 오는 듯 머얼미 우는 오르간 소리... 이른봄 아침 귀에 설은 새소리가 ..

배움/시 2010.07.10

고전)다산 정약용의 시 11 끝

다산 정약용 詩 23. 연을 심는 사연 種花莫種蓮 꽃 심어도 연일랑 심지 마세 朱華冒 泥 붉은 꽃 흙탕물 뒤집어쓰느니 亦有吉光鳥 또 길광이라는 새가 있어 枳棘枝間樓 가시나무 가지에 살기도 한다네 鉛刀不割肪 납칼은 기름덩어리도 못 자르면서 墅以交趾犀 칼집은 교지산 무쇠가죽이기도 하며 凌波七寶말 사뿐사뿐 칠보단장 버선으로 葛 凄凄 처량하게 짚신을 신기도 하고 玲瓏碧瑟珠 영롱하고 푸르고 선명한 진주를 藁索來穿兮 새끼줄에다 꿰기도 한다네 嗟嗟朱氏子 아 가여워라 주씨집 딸이 乃爲 人妻 바로 문둥이 아내가 되다니 玉顔澹嬋娟 관옥 같은 얼굴 그리도 아름다운데 肉眼嗟獨迷 속된 눈구멍 어찌 그리 어두울까 紅詞 蕩 사랑노래 제 아무리 무르익고 瑟秦東齊 배불러 피리 거문고 북적대도 平生燕婉求 내 평생 아름다운 짝 바랬더니 ..

배움/시 2010.07.08

고전)다산 정약용의 시 10

다산 정약용 詩 21. 중이 소나무를 뽑는 노래 〔僧拔松行〕 白蓮寺西石 峰 백련사 서쪽편에 석름봉이 있는데 有僧 行拔松 이리저리 걸어다니며 솔을 뽑는 중이 있어 穉松出地裳數寸 어린 솔 돋아나서 두어 치 자라게 되면 嫩幹柔葉何 茸 연한 줄기 부드러운 잎 어찌 그리 무성한지 孀孩直須深愛護 어린애를 다루듯이 조심조심 가꾸어야 老大 復成?龍 자라서 구불구불 용과 같은 재목 될 텐데 胡爲觸目皆拔去 어찌하여 보이는 족족 모두 다 뽑아버려 絶其萌蘗湛其宗 씨도 종자도 안 남기고 없애려고 들기를 有如田翁荷鋤携長裳 마치 농부가 호미 메고 가래 들고 力除 勤爲農 농사 위해 한사코 잡초를 뽑아 없애듯이 하는가 又如鄕亭小吏治官道 또 어쩌면 향정의 아전들이 관도를 닦으면서 剪伐茨棘通人 사람이 소통하도록 가시덤불 쳐버리듯 하는가 ..

배움/시 2010.07.08

고전)다산 정약용의 시 9

다산 정약용 詩 20. 여름에 술을 대하다 〔夏日對酒〕 后王有土田 임금이 땅을 가지고 있는 것이 譬如富家翁 말하자면 부잣집 영감 같은 것 翁有田百頃 영감 밭이 일백 두락이고 十男各異宮 아들 열이 제각기 따로 산다면 應須家十頃 당연히 한 잡에 열 두락씩 주어 飢飽使之同 먹고 사는 형편을 같게 해야지 男呑八九 교활한 녀석이 팔구십을 삼켜버리면 癡男庫常空 못난 자식은 곳간 늘 비기 마련이고 男粲錦服 교활한 녀석이 비단옷 찬란할 때 癡男苦 못난 자식은 병약에 시달리겠지 翁眼苟一 영감이 눈으로 그 광경 보면 惻?酸其衷 불쌍하고 소이 쓰리겠지만 任之不整理 맡겨버리고 직접 정리를 않았기에 宛轉流西東 서쪽 동쪽 제멋대로 돼버린 게지 骨肉均所受 똑같이 받은 뼈와 살인데 慈惠何不公 사랑이 왜 불공정한가 大綱旣 근본이 무너..

배움/시 2010.07.08

고전)다산 정약용의 시 8

다산 정약용 詩 17. 양근을 잘라버린 서러움 〔哀絶陽〕 蘆田少婦哭聲長 노전마을 젊은 아낙 그칠 줄 모르는 통곡소리 哭向縣門號穹蒼 현문을 향해 가며 하늘에 울부짖길 不征不復尙可有 쌈터에 간 지아비가 못 돌아오는 수는 있어도 自古未聞男絶陽 남자가 그걸 자른 건 들어본 일이 없다네 舅喪已縞兒未 시아버지는 삼상 나고 애는 아직 물도 안 말랐는데 三代名簽在軍保 조자손 삼대가 다 군보에 실리다니 薄言往 虎守 가서 아무리 호소해도 문지기는 호랑이요 里正咆哮牛去 이정은 으르렁대며 마굿간 소 몰아가고 磨刀入房血滿席 칼을 갈아 방에 들자 자리에는 피가 가득 自恨生兒遭窘厄 자식 낳아 군액 당한 것 한스러워 그랬다네 蠶室淫刑豈有辜 무슨 죄가 있어서 잠실음형 당했던가 去勢良亦慽 민땅 자식들 거세한 것 그도 역시 슬픈 일인데 ..

배움/시 2010.07.08

고전)다산 정약용의 시 7

다산 정약용 詩 15. 탐진의 농가 〔耽津農歌〕 臘日風薰雪正晴 납일에 훈풍 불고 눈도 정히 개었는데 籬邊札札曳犁聲 울가에는 이러쯔쯔 쟁기 끄는 소리로세 主翁擲杖嗔傭懶 머슴놈 게으르다 주인영감 호통치며 今歲裳蒜第二 금년 들어 이제 겨우 두벌갈이 하느냐네 稻田洩水須種麥 벼논에 물을 빼고 보리를 심었다가 刈麥卽時還 秧 보래 베어 낸 즉시 모를 또 심는다네 不肯一日休地力 지력을 하루라도 놀리려고 아니하여 四時 變色靑黃 푸른색 누른색이 철을 따라 아름답지 洌水之間丈二 한강부근 가래들은 그 길이가 두 발이어서 健夫齊力苦酸腰 장정들이 힘 합해도 허리리가 아프다던데 南童隻手持短 남쪽의 짧은 삽은 아이들도 한 손으로 容易治畦引灌遙 두둑 치고 물을 대고 쉽게 쉽게 하네그려 從來不用鋤 김을 매고 북을 줘도 호미를 쓴 일 없..

배움/시 201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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