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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문 62

고전)다산 정약용의 시 6

다산 정약용 詩 13. 장기농가 〔長 農歌〕 麥嶺崎嶇似太行 보릿고개 험한 고개 태산같이 험한 고개 天中過後始登場 단오명절 지나야만 가을이 시작되지 誰將一椀熬靑 풋보리죽 한 사발을 그 누가 들고가서 分與籌司大監嘗 주사의 대감도 좀 맛보라고 나눠줄까 秧歌哀婉水如油 못노래는 애절하고 논에 물은 넘실대는데 嗔怪兒哥別樣羞 아가가 유별나게 수줍다고 야단이야 白苧新 黃苧 하얀 모시 새 적삼에 노란 모시 치마를 籠中十襲待中秋 장롱 속에 길이 간직 추석 오기만 기다린다네 曉雨廉纖合種煙 부슬부슬 새벽비가 담배 심기 알맞기에 煙苗移 小籬邊 담배모종 옮겨다가 울밑에다 심는다네 今春別學英陽法 올봄에는 영양에서 가꾸는 법 따로 배워 要販金絲度一年 금사처럼 만들어 팔아 그로 일년 지내야지 新吐南瓜兩葉肥 호박 심어 토실토실 떡잎이 ..

배움/시 2010.07.08

고전)다산 정약용의 시 5

다산 정약용 詩 10. 아가노래 〔兒哥詞〕 兒哥身不着一絲兒 실오라기 몸에 하나 안 걸친 아가가 出沒 海如淸池 맑은 연못 들락거리듯 짠 바다를 들락거리네 尻高首下驀入水 꽁무니 들고 머리 처박고 곧장 물로 들어가서 花鴨依然戱漣 오리처럼 자연스럽게 잔물결을 타고 가네 文徐合人不見 소용돌이 무늬도 흔적없고 사람도 안 보이고 一壺汎汎行水面 박 한 통만 두둥실 수면에 떳더니만 忽擧頭出如水鼠 홀연히 물쥐같이 머리통을 내밀고서 劃然一嘯身隨轉 휘파람 한 번 부니 몸이 따라 솟구치데 九孔大如掌 손바닥같이 큰 아홉 구멍짜리 전복은 貴人廚下充 膳 귀한 양반 부엌에서 안줏감으로 쓰이는데 有時蚌鷸 石齒 때로는 바위틈에 방휼처럼 붙어 있어 能者於斯亦抵死 솜씨꾼도 그 때는 죽고야 만다오 嗚呼兒哥之死何足言 아가가 죽는거야 말할 것은 ..

배움/시 2010.07.08

고전)다산 정약용의 시 4

다산 정약용 詩 9. 자신을 비웃음 〔自笑〕 如醉如醒度半生 취한 듯이 깬 듯이 반평생을 보내면서 到頭 得此身名 간곳마다 푸짐한건 이 몸의 이름이지 泥沙滿地掉 晩 진창 모래 천지인데 갈기 늦게 흔들었고 網 彌天舒翼輕 하늘 가득 그물인데 경솔하게 날개 폈어 落日齊山誰繫住 제산에 지는 해를 누가 잡아맬 것인가 衝風楚水可橫行 풍파 드센 초수를 마음대로 어이가리 同胞未必皆同命 형제라고 운명이 다 같지야 않겠지만 自笑迂儒闇世情 세상물정 어두운 선비 나 자신을 비웃노라 草草冠裳是汝欺 초초한 그 옷차림 바로 너를 속인 것이지 十年驅策 奔疲 십년을 쏘댔지만 피곤 말고 소득이 뭔가 智周萬物愚無對 만물을 다 안다면서 대답 못하는 우자이며 名動千人謗已隨 천인이 이름 알아도 그 뒤에는 훼방인 것을 不見紅顔多薄命 미인이 흔히 박..

배움/시 2010.07.08

고전)다산 정약용의 시 3

다산 정약용 詩 7. 여름철에 죽란사에 모여 활 쏘는 데 대하여 지은 시 〔夏日竹欄小集射韻〕 散漫愁長夏 어수선한 긴 여름 날게 걱정이고 支離因赫炎 지루한 불볕더위도 곤혹스러워 久 風寂歷 바람이 너무 없어 지랄이지 時見雨廉纖 가끔은 비도 잘금잘금 내리지만 擺睡頻移 잠 쫓으려고 자주 자리 옮기고 抛書懶閱籤 책 던져버리고 잘 보지 않는다네 無綠辭病 목마른 병을 풀 길이 없고 未暇養心恬 마음 편안히 할 겨를도 없어 韻事文房故 시 짓는 것 문방에서 하는 일이기에 親朋雅契僉 다정한 벗 여럿이 모임 가졌지 東方工射覆 동쪽 사람들은 사복을 잘하고 蜀客衒惟占 촉객들은 점 잘친다고 뽐냈다네 賭勝皆徵勇 내기에 이기려고 모두 용자를 징발했기에 分曹盡執謙 분조에서는 다 겸손한 태도였다 猜疑心似 시기하는 심통들 원숭이 비슷하고 ..

배움/시 2010.07.08

고전)다산 정약용의 시 2

다산 정약용 詩 4. 최사문 유럽편에 화답하다 〔和崔斯文游獵篇〕 鷹師臂鷹登高崧 매사냥꾼 매를 메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佃夫嗾犬行林 몰이꾼은 개 앞세어 숲 속을 뒤지면 稚飛角角流山曲 꿩들은 꿜꿜대며 산굽이로 날아가고 鷹來 如飄風 표풍처럼 날쌔게 매가 날아 뒤를 쫓지 力盡魂飛雉伏莽 힘빠진 꿩 혼비백산 숲 속으로 기어들 때 鷹將下擊還騰空 덮치기 위한 매가 창공을 맴도는데 霹火閃 不可諦 번갯불이 번쩍하는 그 순간을 예측 못해 蒼茫獨坐空山中 넋을 잃고 혼자서 빈 산 속에 앉았다네 鳴呼雉罪誠難赦 아, 참으로 꿩의 죄는 용서하기 어려워서 鷹兮搏擊眞豪雄 내리친 매야말로 영웅호걸 진짜라네 啄粒猶竊耿介譽 곡식을 먹으면서도 깔끔하단 말을 듣고 鮮衣不勞組織工 길쌈도 안하면서 고운 옷만 입단 말가 快向平蕪酒毛血 허허벌판 잡초..

배움/시 2010.07.08

고전)다산 정약용의 시

다산 정약용 詩 1. 홀곡행, 수안 태수에게 올리다 〔笏谷行 呈遂安守〕 彦眞山高笏谷深 언진산 산이 높고 홀곡은 골이 깊어 山根谷隧皆黃金 산이고 골짝이고 속은 다 황금이라네 淘沙 水星采現 모래와 물 거르면 별들이 빛나듯이 瓜子 粒紛昭森 무수한 사금들이 반짝반짝 나타나지 利竇一鑿混沌瘠 돈구멍만 파고 보면 하늘 땅도 야위어지고 快斧爭飛巨靈劈 잘 든 도끼질 자주하면 산신령도 쪼개지는 법 下達黃泉上徹 아래로 황천까지 위로는 하늘까지 洞穴 絶地 구멍이 펑펑 뚫려 지맥이 끊어지네 筋膚齧蝕交 살과 힘줄 다 찢기듯 골짝은 텅텅 비고 觸?脊森 해골 등뼈 앙상하듯 나뭇가지 비뚤어지며 山精 著樹 산의 정령 울어대며 나무 끝으로 오르고 鬼魅晝騁多啼鴉 낮도깨비 날뛰고 까마귀떼 까옥대네 椎埋竊發蔚雲集 사람백장 들고 일어나 구름처럼..

배움/시 2010.07.08

시) 주요한 作 불놀이, 빗소리, 샘물이 혼자서

주요한 詩 불놀이 아아, 날이 저문다. 서편 하늘에 외로운 강물 위에 스러져 가는 분홍빛 놀... 아아, 해가 저물면 날마다 살구나무 그늘에 혼자 우는 밤이 또 오건마는 오늘은 사월이라 파일 날, 큰 길을 물밀어 가는 사람 소리는 듣기만 하여도 흥성스러운 것을, 왜 나만 혼자 가슴에 눈물을 참을 수 없는고? 아아, 춤을 춘다. 춤을 춘다. 시뻘건 불덩이가 춤을 춘다. 잠잠한 성문 위에서 내려다 보니, 물 냄새, 모래 냄새, 밤을 깨물고하늘을 깨물은 횃불이 그래도 무엇이 부족하여 제 몸까지 물고 뜯으며, 혼자서 어둔 가슴 품은 젊은 사람은 과거의 퍼런 꿈을 찬 강물 위에 내어던지나 무정한 물결이 그 그림자를 멀출 리가 있으랴?-아아 꺽어서 시들지 않는 꽃도 없건마는, 가신 임 생각에 살아도 죽은 이 마음이..

배움/시 2010.07.08

시) 이상화 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의 침실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며 종달이는 울타리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다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같은 멀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쁜하다 혼자라도 가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

배움/시 2010.07.08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눈 물, 꿈과 근심, 차라리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눈물 내가 본 사람 가운데는, 눈물을 진주라고 하는 사람처럼 미친 사람은 없습니다 그 사람은 피를 홍보석이라고 아는 사람보다도, 더 미친 사람입니다. 그것은 연애에 실패하고 흑암의 기로에서 헤메는 늙은 처녀가 아니라면, 신경이 기형적으로 된 시인의 말입니다. 만일 눈물이 진주라면 나는 님의 신물(信物)로 주신 반지를 내놓고는, 세상의 진주라는 진주는 다 티끌 속에 묻어 버리겟습니다. 나는 눈물로 장식한 옥패를 보지 못하였습니다. 나는 평화의 잔치에 눈물의 술을 마시는 것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내가 본 사람 가운데는 눈물을 진주라고 하는 사람처럼 어리석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아니어요. 님이 주신 눈물은 진주 눈물이어요. 나는 나의 그림자가 나의 몸을 떠날 때까지, 님을 위하여 진..

배움/시 2010.07.08

시) 조지훈 作 승무, 고풍의상, 완화삼, (시인 조지훈 소개)

조지훈 詩 승무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설러워라. 빈 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똥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양 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고풍의상 하늘로 날을 듯이 길게 뽑은 부연 끝 풍경이 운다. 처마 끝 곱게 늘이운 주렴에 반월이 숨어 아른아른 봄밤이 두..

배움/시 201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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