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詩 저녁 햇살 불 피어오르듯하는 술 한숨에 키여도 아아 배고파라. 수저븐 듯 놓인 유리컵 바쟉바쟉 씹는 대로 배고프리. 네 눈은 고만스런 흑단초. 네입술은 서운한 가을철 수박 한점. 빨어도 빨어도 배고프리. 술집 창문에 붉은 저녁 햇살 연연하게 탄다. 아아 배고파라. 뻣나무 열매 웃 입술에 그 뻣나무 열매가 다 나섰니? 그래 그 뻣나무 열매가 지운 듯 스러졌니? 그끄제 밤에 늬가 참버리처럼 닝닝거리고 간 뒤로- 불빛은 송화ㅅ가루 삐운 듯 무리를 둘러 쓰고 문풍지에 아름푸시 얼음 풀린 먼 여울이 떠는구나 바람세는 연사흘 두고 유달리도 미끄러워 한창 때 삭신이 덧나기도 쉬웁단다. 외로운 서 강화도로 떠날 임시 해서- 웃 입술에 그 뻣나무 열매가 안나서서 쓰겠니? 그래 그 뻣나무 열매를 그대로 달고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