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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51

시) 정지용 作 - 저녁 햇살, 뻣나무 열매, 절정

정지용 詩 저녁 햇살 불 피어오르듯하는 술 한숨에 키여도 아아 배고파라. 수저븐 듯 놓인 유리컵 바쟉바쟉 씹는 대로 배고프리. 네 눈은 고만스런 흑단초. 네입술은 서운한 가을철 수박 한점. 빨어도 빨어도 배고프리. 술집 창문에 붉은 저녁 햇살 연연하게 탄다. 아아 배고파라. 뻣나무 열매 웃 입술에 그 뻣나무 열매가 다 나섰니? 그래 그 뻣나무 열매가 지운 듯 스러졌니? 그끄제 밤에 늬가 참버리처럼 닝닝거리고 간 뒤로- 불빛은 송화ㅅ가루 삐운 듯 무리를 둘러 쓰고 문풍지에 아름푸시 얼음 풀린 먼 여울이 떠는구나 바람세는 연사흘 두고 유달리도 미끄러워 한창 때 삭신이 덧나기도 쉬웁단다. 외로운 서 강화도로 떠날 임시 해서- 웃 입술에 그 뻣나무 열매가 안나서서 쓰겠니? 그래 그 뻣나무 열매를 그대로 달고 가..

배움/시 2010.07.11

시) 정지용 作 - 카페 프란스, 따알리아, 홍춘

정지용 詩 카페, 프란스 옮겨다 심은 종려나무 밑에 빛두루 슨 장명등, 카페, 프란스에 가자. 이놈은 루바쉬카 또 한놈은 보헤미안 넥타이 뻣적 마른 놈이 앞장을 섰다. 밤비는 뱀눈처럼 가는데 페이브멘트에 흐느끼는 불빛 카페, 프란스에 가자. 이 놈의 머리는 빗두른 능금 또 한놈의 심장은 벌레 먹은 장미 제비처럼 젖은 놈이 뛰어 간다. * (옹 패롵 서방 ! 꿋 이브닝!) (꾿 이브닝!)(이 친구는 어떠하시오!) 울금향 아가씨는 이밤에도 경사 커-틴 밑에서 조시는 구료! 나는 자작의 아들도 아모것도 아니란다. 남달리 손이 희어서 슬프구나! 나는 나라도 집도 없단다 대리석 테이블에 닿는 내 뺌이 슬프구나! 오오, 이국종 강아지야 내 발을 빨어다오. 내 발을 빨어다오. 따알리아 가을 볕 째앵 하게 내려 쪼이는..

배움/시 2010.07.11

시) 정지용 作 - 갑판우, 태극선, 피리

정지용 詩 갑판 우 나지익 한 하늘은 백금빛으로 빛나고 물결은 유리판처럼 부서지며 끓어오른다. 동글동글 굴러오는 짠바람에 뺨마다 고운 피가 고이고 배는 화려한 김승처럼 짓으면 달려나간다. 문득 앞을 가리는 검은 해적 같은 외딴섬이 흩어져 날으는 갈매기떼 날개 뒤로 문짓 문짓 물러나 가고, 어디로 돌아다보든지 하이얀 큰 팔구비에 안기여 지구덩이가 동그랗다는 것이 길겁구나. 넥타이는 시원스럽게 날리고 서로 기대 슨 어깨에 유 월 볕이 스며들고 한없이 나가는 눈ㅅ길은 수평선 저쪽까지 기폭처럼 퍼 덕인다. * 바다 바람이 그대 머리에 아른대는구료, 그대 머리는 슬픈 듯 하늘거리고. 바다 바람이 그대 치마폭에 니치대는구료, 그대 치마는 부끄러운 듯 나부끼고. 그대는 바람보고 꾸짖는구료. * 별안간 뛰여들삼어도 설..

배움/시 2010.07.11

시) 정지용 作 - 가모가와, 슬픈 인상화, 조약돌

정지용 詩 가모가와 가모가와 심리ㅅ벌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날이 날마다 님 보내기 목이 자졌다... 여울 물소리... 찬 모래알 쥐여 짜는 찬 사람의 마음, 쥐여 짜라. 바시여라. 시원치도 않어라. 역구풀 우거진 보금자리 뜸북이 홀어멈 울음 울고, 제비 한 쌍 떠ㅅ다, 비맞이 춤을 추어. 수박 냄새 품어오는 저녁 물바람. 오랑쥬 껍질 씹는 젊은 나그네의 시름. 가모가와 십리ㅅ벌에 해가 저물어... 저물어... 슬픈 인상화 수박냄새 품어 오는 첫여름의 저녁 때... 먼 해안 쪽 길옆 나무에 늘어 슨 전등. 전등. 헤엄쳐 나온 듯이 깜박어리고 빛나노나. 침울하게 울려 오는 축항의 기적소리... 기적소리... 이국정조로 퍼덕이는 세관의 기ㅅ발. 기ㅅ발. 세멘트 깐 인도측으로 사폿사폿 옮기는 하이얀 ..

배움/시 2010.07.11

시) 정지용 作 - 발열, 석류, 향수

정지용 詩 발열 처마 끝에 서린 연기 따러 포도순이 기여 나가는 밤, 소리 없이, 가물음 땅에 스며든 더운 김이 등에 서리나니, 훈훈히, 아아, 이 애 몸이 또 달어 오르노나. 가쁜 숨결을 드내쉬노니, 박나비처럼, 가녀린 머리, 주사 찍은 자리에, 입술을 붙이고 나느 중얼거리다, 나는 중얼거리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다신교도와도 같이. 아아, 이 애가 애자지게 보채노나! 불도 약도 달도 없는 밤, 아득한 하늘에는 별들이 참벌 날으듯 하여라. 석 류 장미꽃 처럼 곱게 피여 가는 화로에 숯불, 입춘때 밤은 마른풀 사르는 냄새가 난다. 한 겨울 지난 석류열매를 쪼기여 홍보석 같은 알을 한알 두알 맛 보노니, 투명한 옛 생각, 새론 시름의 무지개여, 금붕어처럼 어린 녀릿녀릿한 느낌이여. 이 열매는 지난 해 시..

배움/시 2010.07.10

시) 정지용 作 - 별, 소곡, 예장

정지용 詩 별 창을 열고 눕다. 창을 열어야 하늘이 들어오기에. 벗었던 안경을 다시 쓰다. 일식이 개이고난 날 밤 별이 더욱 푸르다. 별을 잔치하는 밤 흰옷과 흰자리로 단속하다. 세상에 안해와 사랑이란 별에서 치면 지저분한 보금자리. 돌아 누워 별에서 별까지 해도 없이 항해하다. 별도 포기 포기 솟았기에 그 중 하나는 더 훡지고 하나는 갓 낳은 양 여릿 여릿 빛나고 하나는 발열하야 붉고 떨고 바람엔 별도 쓸리다 회회 돌아 살아나는 촉불 ! 찬물에 씻기여 사금을 흘리는 은하 ! 마스트 알로 섬들이 항시 달려 왔었고 별들은 우리 눈썹 기슭에 아스름 항구가 그립다. 대웅성좌가 기웃이 도는데 ! 청려한 하늘의 비극에 우리는 숨소리까지 삼가다. 이유는 저 세상에 있을지도 몰라 우리는 제마다 눈감기 싫은 밤이 있다..

배움/시 2010.07.10

시) 주요한 作 불놀이, 빗소리, 샘물이 혼자서

주요한 詩 불놀이 아아, 날이 저문다. 서편 하늘에 외로운 강물 위에 스러져 가는 분홍빛 놀... 아아, 해가 저물면 날마다 살구나무 그늘에 혼자 우는 밤이 또 오건마는 오늘은 사월이라 파일 날, 큰 길을 물밀어 가는 사람 소리는 듣기만 하여도 흥성스러운 것을, 왜 나만 혼자 가슴에 눈물을 참을 수 없는고? 아아, 춤을 춘다. 춤을 춘다. 시뻘건 불덩이가 춤을 춘다. 잠잠한 성문 위에서 내려다 보니, 물 냄새, 모래 냄새, 밤을 깨물고하늘을 깨물은 횃불이 그래도 무엇이 부족하여 제 몸까지 물고 뜯으며, 혼자서 어둔 가슴 품은 젊은 사람은 과거의 퍼런 꿈을 찬 강물 위에 내어던지나 무정한 물결이 그 그림자를 멀출 리가 있으랴?-아아 꺽어서 시들지 않는 꽃도 없건마는, 가신 임 생각에 살아도 죽은 이 마음이..

배움/시 2010.07.08

시) 이상화 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의 침실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며 종달이는 울타리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다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같은 멀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쁜하다 혼자라도 가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

배움/시 2010.07.08

시) 김억 作 봄바람, 산수갑산, 김억 소개 이력

김억 詩 봄바람 하늘 하늘 잎사귀와 춤을 춤니다. 하늘 하늘 꽃송이와 입맞춥니다. 하늘 하늘 어디론지 떠나갑니다. 하늘 하늘 떠서 도는 하늘 바람은 그대 잃은 이 내 몸의 넋들이외다. 산수갑산 삼수갑산 가고지고 삼수갑산 어디메냐 아하 산첩첩에 흰구름만 쌓이고 쌓였네. 삼수갑산 보고지고 삼수갑산 아득코나 아하 촉도난이 이보다야 더할소냐. 삼수갑산 어디메냐 삼수갑산 내 못가네 아하 새더라면 날아 날아 가련만도. 삼수갑산 가고지고 삼수갑산 보고지고 아하 원수로다 외론 꿈만 오락가락 ------------------------------------------------- 김억. 1893 - ?. 평북 곽산 출생.호는 안서. 19때에 시 ^6 236^미련^356 3^ ^6 236^이별^356 3^ 등을 발표하여 ..

배움/시 2010.07.08

평가) 시인 정지용에 대한 평가 – 문혜원 평론가의 평

방황의 도시에서 자연으로의 회귀 문혜원(문학평론가) (향수)의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는 정지용은 모더니즘적인 시에서 동양화적인 산수시의 세계까지 비교적 다양한 작품의 경향을 보여주는 시인이다. 과에 실려있는 시들은 이미즘적인 경향의 시와카톨릭 귀의 시, 동양화적인 산수시로 나우어질 수 있다. 이 중 에 실려있는 시들은 다시 모더니즘과 전통 지향이라는 이율배반적인 두 축으로 구분된다. 모더니즘 계열의 시들이 기존의 운율을 파괴하고 자유로운 리듬으로 쓰여져 있는 반면, 전통지향적인 시들은 2, 3, 4마디를 바탕으로 하는 민요나 동요의 전통 율격을 병형시킨 리듬을 가지고 있고, 전자가 슬픔과 외로움의 감정을 기본 정조로 한다면 후자는 그리움과 평온함으로 둘러싸여 있다. 표면상 모순되는 것 같은 두 경향은 에..

배움/시 2010.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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