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만영 詩 달, 포도, 잎사귀 순이 벌레 우는 고풍한 뜰에 달빛이 밀물처럼 밀려 왔구나. 달은 나의 뜰에 고요히 앉아 있다. 달은 과일보다 향그럽다. 동해바다 물처럼 푸른가을 밤 포도는 달빛이 스며 고웁다. 포도는 달빛을 머금고 익는다. 순이 포도덩쿨 밑에 어린 잎새들이 달빛에 젖어 호젓하구나. 비 순이 뒷산에 두견이 노래하는 사월달이면 비는 새파아란 잔디를 밟으며 온다. 비는 눈이 수정처럼 맑다. 비는 하이얀 진주 목걸이를 자랑한다. 비는 수양버들 그늘에서 한종일 은빛 레이스를 짜고 있다. 비는 대낮에도 나를 키스한다. 비는 입술이 함씬 딸기물에 젖었따. 비는 고요한 노래를 불러 벚꽃 향기 풍기는 황혼을 데려온다. 비는 어디서 자는지를 말하지 않는다. 순이 우리가 촛불을 밝히고 마주 앉을 때 비는 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