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순 詩 첫날밤 어어 밤은 깊어 화촉동방의 촛불은 꺼졌다. 허영의 의상은 그림자마저 사라지고... 그 청춘의 알몸이 깊은 어둠 바다 속에서 어족인 양 노니는데 홀연 그윽히 들리는 소리 있어, 아야... 야! 태초 생명의 비밀 터지는 소리 한 생명 무궁한 생명으로 통하는 소리 열반의 문 열리는 소리 오오 구원의 성모 현빈이여! 머언 하늘의 뭇 성좌는 이 빰을 위하여 새로 빛날진저! 밤은 새벽을 배고 침침히 깊어 간다. -------------------------------------- 시인 오상순 (1894 - 1963) 서울 출생. 호가 공초인 그는 동인으로 문단에 데뷔(1920)했다가 일제시에는 절필, 해방후 다시 붓을 들어 허무와 명상의 구도적 작품을 다수 발표했다. 중앙고보, 보성고보 등에서 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