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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164

시) 이병기 - 난초, 아차산, 오동꽃

시인 이병기 作 난초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 자짓빛 굵은 대공 하얀 꽃이 벌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 본디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하여, 정한 모래 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 미진도 가까이 않고 우로 받아 사느니라. 아차산 고개 고개 넘어 호젓은 하다마는 풀섶 바위 서리 빨간 딸기 패랭이꽃. 가다가 다가도 보며 휘휘한 줄 모르겠다. 묵은 기와쪽이 발끝에 부딪히고, 성을 고인 돌은 검은 버섯 돋아나고, 성긋이 벌어진 틈엔 다람쥐나 넘나든다. 그리운 옛날 자취 물어도 알 이 없고, 벌건 메 검은 바위 파란 물 하얀 모래, 맑고도 고운 그 모양 눈에 모여 어린다. 오동꽃 담머리 넘어드는 달빛은 은은하고 한두 개 소리 없이 내려지는 오동꽃을 가랴다 발을 멈추고 다시 돌아보노라. ---..

배움/시 2010.07.06

시)서정윤 시집 홀로서기 中 눈 오는 날엔

서정윤 시집 홀로서기 中 눈 오는 날엔 눈오는 날에 아이들이 지나간 운동장에 서면 나뭇가지에 얹히지도 못한 눈들이 더러는 다시 하늘로 가고 더러는 내 발에 밟히고 있다. 날으는 눈에 기대를 걸어보아도, 결국 어디에선가 한방울 눈물로서 누군가의 가슴에 인생의 허전함을 심어주겠지만 우리들이 우리들의 외로움을 불편해 할 쯤이면 멀리서 반가운 친구라도 왔으면 좋겠다. 날개라도, 눈처럼 연약한 날개라도 가지고 태어났었다면 우연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만남을 위해 녹아지며 날아보리라만 누군가의 머리 속에 남는다는 것 오래오래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것조차 한갓 인간의 욕심이었다는 것을 눈물로 알게 되리라. 어디 다른 길이 보일지라도 스스로의 표정을 고집함은 그리 오래지 않을 나의 삶을 보다 답게 살고 싶음이고 마지..

배움/시 2010.07.06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님의 얼굴, 최초의 님, 님의 손길

늙은코난(OLD CONAN) 추천 문학, 시, 소설 만해 한용운(韓龍雲) 님의 얼굴 임의 얼굴을 '어여쁘다'고 하는 말은 적당한 말이 아닙니다. 어여쁘다는 말은 인간 사람의 얼굴에 대한 말이요, 님은 인간의 것이라고 할 수가 없을 만치 어여쁜 까닭입니다. 자연은 어찌하여 그렇게 어여쁜 님을 인간으로 보냈는지, 아무리 생각하여도 알 수가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자연의 가운데에는 님의 짝이 될 만한 무엇이 없는 까닭입니다. 님의 입술같은 연꽃이 어디 있어요. 님의 살빛같은 백옥이 어디 있어요. 봄 호수에서 님의 눈결같은 잔 물결을 보았습니까. 아침 볕에서 님의 미소같은 방향(芳香)을 들었습니까. 천국의 음악은 님의 노래의 반향입니다. 아름다운 별들은 님의 눈빛의 화현(化現)입니다. 아아, 나는 님의 그림자여..

배움/시 2010.07.03

시) 랭보의 시집 - 지옥에서 보낸 한철 中 이별

장 니콜라 아르튀르 랭보 (Jean Nicolas Arthur Rimbaud, 지옥에서의 한 계절 Une Saison en Enfer 中 이별 Adieu 이 별 벌써 가을인가! - 그렇다 하더라도, 어째서 하나의 영구불변 (永久不變)의 태양을 아끼는가. 설령 우리가 옮겨가는 계절의 사이사이에서 사멸하는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 천계의 광명의 발견에 관여할 각오를 정한 이상에는. 가을이다. 자욱하게 서 움직이지 않는 안개 속으로 떠오르는 우리들의 배는, 비참의 항구를 향하여, 화염과 진흙이 붙은 하 늘을 짊어진 거대한 거리를 향하여, 뱃머리를 돌린다. 아아! 썩 은 누더기여, 비에 젖은 빵이여. 곤드레 만드레로 취한 취기여. 나를 십자가에 걸은 수많은 애욕이여! 이미 죽어서, 심판을 받 게 될 무수한..

배움/시 2010.06.30

시) 랭보의 시집 - 지옥에서 보낸 한철 中 아침

장 니콜라 아르튀르 랭보 (Jean Nicolas Arthur Rimbaud, 지옥에서의 한 계절 Une Saison en Enfer 中 아침 Matin 아 침 나에게도, 한번 쯤은, 사랑스러운 영웅적인 우화(寓話)를 생각 케하는 따위 황금의 종이 위에 써두어야 할, 하나의 청춘이 있 지 않았던가, - 너무나 운이 좋았던 청춘이! 그 어떤 죄(罪) 때 문에 그 어떤 잘못 때문에 나는 오늘 지금의 이 쇠약한 모습의 보상을 얻은 것인가? 당신네들이 슬픔에 흐느껴 운다든가, 병 자들이 절망하고 있다든가 죽은 사람들이 악몽에 짓눌린다든가 그런 것을 주장하는 분들이여, 나의 전락과 나의 깊은 잠을 얘 기해주지 않겠는가. 나로 말하면, 나의 전락과 나의 깊은 잠을 얘기해주지 않겠는가. 나로 말하면, 나에겐, 저 주..

배움/시 2010.06.30

시) 랭보의 시집 - 지옥에서 보낸 한철 中 섬광

장 니콜라 아르튀르 랭보 (Jean Nicolas Arthur Rimbaud, 지옥에서의 한 계절 Une Saison en Enfer 中 섬광 L'Eclair 섬광(閃光) 인간의 노동! 이것이, 내가 있는 심연은 때때로 번개와 같이 비치는 폭발이다. "비어있는 것 따위는 아무것도 없다. 과학을 향해서, 자 전진 이다!" 근대(近代)의 '전도자'가, 즉 세간사람들 전부가 그렇게 외친다. 그래도 역시 사악한 놈이랑 게으른 놈의 시체는, 다른 사람들의 심장 위에 무겁게 떨어지는 것이다.… 아! 서둘러라, 좀더 급히. 밤의 어둠을 넘어서, 저편에는 미래(未來)의 영겁 (永劫)의 그 보상이 있는 것이다.… 우리들은 그것을 놓쳐버리 는 것인가?… - 나에게 이 세상에서 무엇이 가능한가? 나도 노동을 알고 있 다. ..

배움/시 2010.06.30

시) 랭보의 시집 - 지옥에서 보낸 한철 中 불가능

장 니콜라 아르튀르 랭보 (Jean Nicolas Arthur Rimbaud, 지옥에서의 한 계절 Une Saison en Enfer 中 불가능 L'Impossible 불가능 아 - 나의 소년시절의 - 저 생활. 일년 내내 거리를 헤매고 다 녔고, 초자연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절식(節食)을 하고 거지중 의 상거지보다도 더 이욕(利慾)에 초연하였고, 고향도 없고 친 구도 없는 것을 자랑으로 삼고 있었다. 생각하면 얼마나 어리석 은 일이었을까. - 그리고 나는 이제야 겨우 그것을 깨달았다! - 내가 저 사나이들을 경멸한 것은, 옳은 일이었다. 우리의 여자 들의 정결과 건강에 기생하여 단 한 번의 애무의 기회라도 놓치 지 않으려 하고 있었던 저 사나이들을 경멸한 것은. 하기야 오 늘에 와서는 여자들이 우리와 ..

배움/시 2010.06.30

시) 랭보의 시집 - 지옥에서 보낸 한철 中 굶주림

장 니콜라 아르튀르 랭보 (Jean Nicolas Arthur Rimbaud, 지옥에서의 한 계절 Une Saison en Enfer 中 굶주림 Faim 굶주림 내 취미있다면 땅이나 돌에 대한 것뿐 나는 언제나 공기나 바위나 석탄과 철을 먹는다. 내 굶주림이여, 돌아라, 굶주림이여, 소리의 풀밭을 먹으라. 매꽃의 즐거운 독액을 끌어당겨라. 깨진 조약돌, 오래된 교회의 돌들을 먹으라. 오래된 홍수(洪水)의 자갈들. 회색 계곡에 심겨있는 빵들을. * 늑대가 나무 밑에서 그가 먹을 집짐승의 멋진 깃털에 침뱉으며 낑낑대고 있었다. 그 녀석처럼 나도 소진했다. 사라다와 과일은 따주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나 울타리의 거미는 제비꽃만을 먹는다. 잠자게 해다오! 솔로몬의 제단에서 끓게 해다오. 거품이 녹 위를 달려 세드..

배움/시 2010.06.30

시) 랭보의 시집 - 지옥에서 보낸 한철 中 가장 높은 탑의 노래

장 니콜라 아르튀르 랭보 (Jean Nicolas Arthur Rimbaud, 지옥에서의 한 계절 Une Saison en Enfer 中 가장 높은 탑의 노래 Chanson de la plus haute tour 가장 높은 탑의 노래 오라, 오라, 열중할 시간이여. 얼마나 참았나 내 언제까지나 잊었네 공포와 고통도 하늘높이 날아가 버렸고 불쾌한 갈증이 내 혈관 어둡게 하네. 오라, 오라, 도취할 시간이여. 잊게 되어 있고, 더러운 파리떼 기운차게 웅웅거리는데 향(香)과 가라지를 키우고 꽃피우는 들판처럼 오라, 오라, 도취할 시간이여. 나는 사막, 불타는 과수원, 시들은 상점, 미지근한 음료를 사 랑했다. 나는 냄새나는 거리를 기어다녔고, 눈을 감고, 불의 신 (神), 태양에 몸을 바쳤다. "장군이여, 황..

배움/시 2010.06.30

시) 랭보의 시집 - 지옥에서 보낸 한철 中 지옥의 밤

장 니콜라 아르튀르 랭보 (Jean Nicolas Arthur Rimbaud, 지옥에서의 한 계절 Une Saison en Enfer 中 지옥의 밤 Nuit de l'enfer 지옥(地獄)의 밤 터무니 없는 독을 꿀꺽 삼켰다. - 나에게 온 충고여 세 번 축복받으라! - 내장이 불탄다. 독액 (毒液)의 격렬함이 내 사지를 뒤틀고 이그러뜨리고 나를 넘어뜨 린다. 갈증이 나 죽겠다. 목이 탄다. 소리를 지를 수도 없다. 이게 지옥의 영원한 고통이다. 보라, 이 불길이 어떻게 다시 일 어나는가를! 나는 멋있게 불탄다. 가라 악마여! 나는 선(善)과 행복으로 개심을, 구원을 예감했다. 그 광경을 내가 그릴 수 있을까? 지옥의 공기는 찬송가를 허용치 않는 것 을! 수많은 멋진 피조물들, 그윽한 종교 연구회, 힘과..

배움/시 2010.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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