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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243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경초, 강배, 해촌의 석양

추천 문학, 시, 소설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莖草 (경초) 나는 소나무 아래서 놀다가 지팡이로 한줄기 풀을 무찔렀다. 풀은 아무 반항도 원망도 없다. 나는 무러진 풀을 슬퍼한다 무러진 풀은 영원히 이어지지 못한다. 내가 지팡이로 무질지 아니하였으면 풀은 맑은 바람에 춤도 추고 노래도 하며 은(銀) 같은 이슬에 잠자코 키스도 하리라. 나로 말미암아 꺽어진 풀을 슬퍼한다. 사람은 사람의 죽음을 슬퍼한다. 인인지사(仁人志士) 영웅호걸의 죽음을 더 슬퍼한다. 나는 죽으면서도 아무 반항도 원망도 없는 한줄기 풀을 슬퍼 한다. 江 배 저멱 볕을 배불리 받고 거슬러 오는 작은 배는 온 강의 맑은 바람을 한 돛에 가득히 실었다. 구슬픈 노 젓는 소리는 봄 하늘에 사라지는데 강가의 술집에서 어떤 사람이 손짓을 한다..

배움/시 2010.07.11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낙화, 산거, 지는 해

추천 문학, 시, 소설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落花 떨어진 꽃이 힘없이 대지(大地)의 품에 안길 때 애처로운 남은 향기가 어데로 가는 줄을 나는 안다. 가는 바람이 작은 풀과 속삭이는 곳으로 가는 줄을 나는 안다. 떨어진 꽃이 굴러서 알지 못하는 집의 울타리 사이로 들어갈 때에 쇠잔한 붉은 빛이 어데로 가는 줄을 나는 안다. 부끄러움 많고 새암 많고 미소 많은 처녀의 입술로 들어가는 것을 나는 안다. 떨어진 꽃이 날려서 작은 언덕을 넘어갈 때에 가엾은 그림자가 어데로 가는 줄을 나는 안다. 봄을 빼앗아가는 악마의 발 밑으로 사라지는 줄을 안다. 山居 (산거) 티끌 세상을 떠나면 모든 것을 잊는다 하기에 산을 깍아 집을 짓고 돌을 뚫어 샘을 팠다. 그름을 손인양하여 스스로 왔다 스스로 가고 달은 파수꾼..

배움/시 2010.07.11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반달과 소녀, 모순, 일출

추천 문학, 시, 소설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반달과 少女 옛 버들의 새 가지에 흔들려 비치는 부서진 빛은 구름 사이의 반달이었다. 뜰에서 놀던 어여쁜 소녀는 「저게 내 빗이여」하고 소리쳤다. 발꿈치를 제껴 디디고 고사리 같은 손을 힘있게 들어 반달을 따려고 강장강장 뛰었다. 따려다 따지 못하고 눈을 할낏 흘기며 손을 들었다. 무릇각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장자장」하더라. 矛 盾 (모순) 좋은 달은 이울기 쉽고 아름다운 꽃엔 풍우(風雨)가 많다. 그것을 모순이라 하는가. 어진 이는 만월(滿月)을 경계하고 시인은 낙화를 찬미하느니 그것을 모순의 모순이다. 모순의 모순이라면 모순의 모순은 비모순(非矛盾)이다. 모순이냐 비모순이냐 모순은 존재가 아니고 주관적이다. 모순의 속에서 비모순을 찿는 가련한 인생..

배움/시 2010.07.11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산골물, 칠석

추천 문학, 시, 소설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산골물 산골 물아 어데서 나서 어데로 가는가. 무슨 일로 그리 쉬지 않고 가는가. 가면 다시 오려는가. 물은 아무 말도 없이 수없이 얼크러진 등 댕담이.칡덩쿨 속으로 작은 달이 넘어가고 큰 달은 돌아가면서 쫄쫄쫄쫄 쇠소리가 양안 청산(兩眼淸山)에 반향(反響)한다. 그러면 산에서 나서 바다로 이르는 성공의 비결이 이렇단 말인가. 물이야 무슨 마음이 있으랴마는 세간(世間)의 열패자(劣敗者)인 나는 이렇게 설법(說法)을 듣노라. 칠석 「차라리 님이 없이 스스로 님이 되고 살지언정 하늘 직 녀성은 되지 않겠어요. 녜녜」 나는 언제인지 님의 눈을 쳐다보 며 조금 아양스런 소리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이 말은 견우(牽牛)의 님을 그리는 직녀(織女)가 일 년에 한 번..

배움/시 2010.07.11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계월향에게, 사랑의 불

추천 문학, 시, 소설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계월향에게 계월향이여, 그대는 아리땁고 무서운 최후의 미소를 거두지 아니한 채로 대지(大地)의 침대에 잠들었습니다. 나는 그대의 다정(多情)을 슬퍼하고 그대의 무정(無情)을 사 랑합니다. 대동강에 낚시질하는 사람은 그대의 노래를 듣고, 모란봉에 밤놀이하는 사람은 그대의 얼굴을 봅니다. 아이들은 그대의 산 이름을 외고, 시인은 그대의 죽은 그림자를 노래합니다. 사람은 반드시 다하지 못한 한(恨)을 끼치고 가게 되는 것이다, 그대의 남은 한이 있는가 없는가, 있다면 그 한은 무엇인가? 그대는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대의 붉은 한(恨)은 현란한 저녁놀이 되어서 하늘 길을 가로막고 황량한 떨어지는 날은 돌이키고자 합니다. 그대의 푸른 근심은 드리고 드..

배움/시 2010.07.11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논개의 애인이 되어 그의 묘에 , 비바람

추천 문학, 시, 소설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論介의 愛人이 되어 그의 廟에 낮과 밤으로 흐르고 남강(南江)은 가지 않습니다. 바람과 비에 우두커니 섰는 촉석루는 살 같은 광음(光陰)을 따라서 잡습니다. 논개여, 나에게 울음과 웃음을 동시에 주는 사랑하는 논개여. 그대는 조선(朝鮮)의 무덤 가운데 피었던 좋은 꽃의 하나 이다. 그래서 그 향기는 썩지 않는다. 나는 시인으로 그대의 애인이 되었노라. 그대는 어디 있느뇨. 죽지 않은 그대가 이 세상에는 없구나. 나는 황금의 칼에 베어진 꽃과 같이 향기롭고 애처로운 그대 의 당년(當年)을 회상한다. 술 향기에 목마친 고요한 노래는 옥(獄)에 묻힌 썩은 칼을 울렸다. 춤추는 소매를 안고 도는 무서운 찬 바람은 귀신(鬼神) 나라 의 꽃수풀을 거쳐서 떨어지는 해..

배움/시 2010.07.11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첫키스, 반비례

추천 문학, 시, 소설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첫 키스 마셔요, 제발 마셔요. 보면서 못 보는 체 마셔요. 마셔요, 제발 마셔요. 입술을 다물고 눈으로 말하지 마셔요. 마셔요, 제발 마셔요. 세계의 꽃을 혼자 따면서 항분(亢奮)에 넘쳐서 떨지 마셔요. 마셔요, 제발 마셔요. 마소는 나의 운명의 가슴에서 춤을 춥니다. 새삼스럽게 스스 러워 마셔요. 희미한 졸음이 활발한 님의 발자취 소리에 놀라 깨어 무거운 눈썹을 이기지 못하면서 창을 열고 내다 보았습니다. 동풍에 몰리는 소낙비는 산모롱이를 지나가고, 뜰 앞의 파초 잎 위에 빗소리의 남은 음파(音波)가 그네를 뜁니다. 감정과 이지(理智)가 마주치는 찰나에 인면(人面)의 악마와 수심(獸心)한 천사가 보이려다 사라집니다. 흔들어 빼는 님의 노래가락에, 첫잠..

배움/시 2010.07.11

시) 정지용 作 - 유리창1, 2, 촉불과 손

정지용 詩 유리창1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린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양 언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치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백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 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ㅅ새처럼 날러갔구나! 유리창2 내어다 보니 아주 캄캄한 밤, 어험스런 뜰앞 잦나무가 자꼬 커올라간다. 돌아서서 자리로 갔다. 나는 목이 마르다. 또, 가까이 가 유리를 입으로 쫏다. 아아, 항 안에 든 금붕어처럼 갑갑하다. 별도 없다, 물도 없다, 쉬파람 부는 밤. 소증기섯처럼 흔들리는 창. 투명한 보라ㅅ빛 누뤼알 아, 이 알몸을 끄집어내라, 때려라, 부릇내라. 나는 열이 오른다. 뺌은..

배움/시 2010.07.11

시) 정지용 作 - 아침, 바람, 난초

정지용 詩 아침 프로펠러 소리... 선연한 커-브를 돌아나갔다. 쾌청 ! 짙푸른 유월 도시는 한층계 더 자랐다. 나는 어깨를 골르다. 하픔... 목을 뽑다. 붉은 수탉모양 하고 피여 오르는 분수를 물었다... 뿜었다... 해ㅅ살이 함빡 백공작의 꼬리를 폈다. 수련이 화판을 폈다. 오르라쳤던 잎새. 잎새. 잎새 방울 방울 수은을 바쳤다. 아아 유방처럼 솟아오른 수면 ! 바람이 굴고 게우가 미끄러지고 하늘이 돈다. 좋은 아침- 나는 탐하듯이 호흡하다. 때는 구김살 없는 흰돛을 달다. 바람 바람 속에 장미가 숨고 바람 속에 불이 깃들다. 바람에 별과 바다가 씻기우고 푸른 뫼ㅅ부리와 나래가 솟다. 바람은 음악의 호수 바람은 좋은 알리움 ! 오롯한 사랑과 진리가 바람에 옥좌를 고이고 커다란 하나와 영원이 펴고 날..

배움/시 2010.07.11

시) 정지용 作 - 홍역, 비극, 사계를 죽임

정지용 詩 홍역 석탄 속에서 피여 나오는 태고연히 아름다운 불을 둘러 12월 밤이 고요히 물러 앉다. 유리도 빛나지 않고 창창도 깊이 나리운 대로- 문에 열쇠가 끼인 대로- 눈보라는 꿀벌떼 처럼 닝닝거리고 설레는데, 어느 마을에서는 홍역이 척촉처럼 난만하다. 비극 (비극)의 흰얼굴을 뵈인 적이 있느냐? 그 손님의 얼굴은 실로 미하니라. 검은 옷에 가리워 오는 이 고귀한 심방에 사람들은 부 질없이 당황한다. 실상 그가 남기고 간 자취가 얼마나 향그럽기에 오랜 후일에야 평화와 슬픔과 사랑의 선물을 두고 간 줄을 알았다. 그의 발옮김이 또한 표범의 뒤를 따르듯 조심시럽기에 가리어 듣는 귀가 오직 그의 노크를 안다. 묵이 말러 시가 써지지 아니하는 이 밤에도 나는 맞이할 예비가 잇다. 일즉이 나의 딸하나와 아들..

배움/시 2010.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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