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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문학 131

고전)다산 정약용의 시 5

다산 정약용 詩 10. 아가노래 〔兒哥詞〕 兒哥身不着一絲兒 실오라기 몸에 하나 안 걸친 아가가 出沒 海如淸池 맑은 연못 들락거리듯 짠 바다를 들락거리네 尻高首下驀入水 꽁무니 들고 머리 처박고 곧장 물로 들어가서 花鴨依然戱漣 오리처럼 자연스럽게 잔물결을 타고 가네 文徐合人不見 소용돌이 무늬도 흔적없고 사람도 안 보이고 一壺汎汎行水面 박 한 통만 두둥실 수면에 떳더니만 忽擧頭出如水鼠 홀연히 물쥐같이 머리통을 내밀고서 劃然一嘯身隨轉 휘파람 한 번 부니 몸이 따라 솟구치데 九孔大如掌 손바닥같이 큰 아홉 구멍짜리 전복은 貴人廚下充 膳 귀한 양반 부엌에서 안줏감으로 쓰이는데 有時蚌鷸 石齒 때로는 바위틈에 방휼처럼 붙어 있어 能者於斯亦抵死 솜씨꾼도 그 때는 죽고야 만다오 嗚呼兒哥之死何足言 아가가 죽는거야 말할 것은 ..

배움/시 2010.07.08

고전)다산 정약용의 시 4

다산 정약용 詩 9. 자신을 비웃음 〔自笑〕 如醉如醒度半生 취한 듯이 깬 듯이 반평생을 보내면서 到頭 得此身名 간곳마다 푸짐한건 이 몸의 이름이지 泥沙滿地掉 晩 진창 모래 천지인데 갈기 늦게 흔들었고 網 彌天舒翼輕 하늘 가득 그물인데 경솔하게 날개 폈어 落日齊山誰繫住 제산에 지는 해를 누가 잡아맬 것인가 衝風楚水可橫行 풍파 드센 초수를 마음대로 어이가리 同胞未必皆同命 형제라고 운명이 다 같지야 않겠지만 自笑迂儒闇世情 세상물정 어두운 선비 나 자신을 비웃노라 草草冠裳是汝欺 초초한 그 옷차림 바로 너를 속인 것이지 十年驅策 奔疲 십년을 쏘댔지만 피곤 말고 소득이 뭔가 智周萬物愚無對 만물을 다 안다면서 대답 못하는 우자이며 名動千人謗已隨 천인이 이름 알아도 그 뒤에는 훼방인 것을 不見紅顔多薄命 미인이 흔히 박..

배움/시 2010.07.08

고전)다산 정약용의 시 3

다산 정약용 詩 7. 여름철에 죽란사에 모여 활 쏘는 데 대하여 지은 시 〔夏日竹欄小集射韻〕 散漫愁長夏 어수선한 긴 여름 날게 걱정이고 支離因赫炎 지루한 불볕더위도 곤혹스러워 久 風寂歷 바람이 너무 없어 지랄이지 時見雨廉纖 가끔은 비도 잘금잘금 내리지만 擺睡頻移 잠 쫓으려고 자주 자리 옮기고 抛書懶閱籤 책 던져버리고 잘 보지 않는다네 無綠辭病 목마른 병을 풀 길이 없고 未暇養心恬 마음 편안히 할 겨를도 없어 韻事文房故 시 짓는 것 문방에서 하는 일이기에 親朋雅契僉 다정한 벗 여럿이 모임 가졌지 東方工射覆 동쪽 사람들은 사복을 잘하고 蜀客衒惟占 촉객들은 점 잘친다고 뽐냈다네 賭勝皆徵勇 내기에 이기려고 모두 용자를 징발했기에 分曹盡執謙 분조에서는 다 겸손한 태도였다 猜疑心似 시기하는 심통들 원숭이 비슷하고 ..

배움/시 2010.07.08

고전)다산 정약용의 시 2

다산 정약용 詩 4. 최사문 유럽편에 화답하다 〔和崔斯文游獵篇〕 鷹師臂鷹登高崧 매사냥꾼 매를 메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佃夫嗾犬行林 몰이꾼은 개 앞세어 숲 속을 뒤지면 稚飛角角流山曲 꿩들은 꿜꿜대며 산굽이로 날아가고 鷹來 如飄風 표풍처럼 날쌔게 매가 날아 뒤를 쫓지 力盡魂飛雉伏莽 힘빠진 꿩 혼비백산 숲 속으로 기어들 때 鷹將下擊還騰空 덮치기 위한 매가 창공을 맴도는데 霹火閃 不可諦 번갯불이 번쩍하는 그 순간을 예측 못해 蒼茫獨坐空山中 넋을 잃고 혼자서 빈 산 속에 앉았다네 鳴呼雉罪誠難赦 아, 참으로 꿩의 죄는 용서하기 어려워서 鷹兮搏擊眞豪雄 내리친 매야말로 영웅호걸 진짜라네 啄粒猶竊耿介譽 곡식을 먹으면서도 깔끔하단 말을 듣고 鮮衣不勞組織工 길쌈도 안하면서 고운 옷만 입단 말가 快向平蕪酒毛血 허허벌판 잡초..

배움/시 2010.07.08

고전)다산 정약용의 시

다산 정약용 詩 1. 홀곡행, 수안 태수에게 올리다 〔笏谷行 呈遂安守〕 彦眞山高笏谷深 언진산 산이 높고 홀곡은 골이 깊어 山根谷隧皆黃金 산이고 골짝이고 속은 다 황금이라네 淘沙 水星采現 모래와 물 거르면 별들이 빛나듯이 瓜子 粒紛昭森 무수한 사금들이 반짝반짝 나타나지 利竇一鑿混沌瘠 돈구멍만 파고 보면 하늘 땅도 야위어지고 快斧爭飛巨靈劈 잘 든 도끼질 자주하면 산신령도 쪼개지는 법 下達黃泉上徹 아래로 황천까지 위로는 하늘까지 洞穴 絶地 구멍이 펑펑 뚫려 지맥이 끊어지네 筋膚齧蝕交 살과 힘줄 다 찢기듯 골짝은 텅텅 비고 觸?脊森 해골 등뼈 앙상하듯 나뭇가지 비뚤어지며 山精 著樹 산의 정령 울어대며 나무 끝으로 오르고 鬼魅晝騁多啼鴉 낮도깨비 날뛰고 까마귀떼 까옥대네 椎埋竊發蔚雲集 사람백장 들고 일어나 구름처럼..

배움/시 2010.07.08

시) 이상화 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의 침실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며 종달이는 울타리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다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같은 멀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쁜하다 혼자라도 가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

배움/시 2010.07.08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당신을 보았습니다., 인과 율, 우는 때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당신을 보았습니다. 당신이 가신 뒤로 나는 당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까닭은 당신을 위하느니보다 나를 위함이 많습니다. 나는 갈고 심을 땅이 없으므로 추수가 없습니다. 저녁거리가 없어서 조나 감자를 꾸러 이웃집에 갔더니, 주인은 '거지는 인격이 없다. 인격이 없는 사람은 생명이 없다. 너를 도와주는 것은 죄악이다'고 말하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돌아나올 때에 쏟아지는 눈물 속에서 당신을 보았 습니다. 나는 집도 없고 다른 까닭을 겸하여 민적(民籍)이 없습니다. '민적 없는 자는 인권이 없다. 인권이 없는 너에게 무슨 정조냐'하고 능욕하려는 장군이 있었습니다. 그를 항거한 뒤에, 남에게 대한 격분이 스스로의 슬픔으로 화(化)하려는 찰나에 당신을 보았습니다. 아아! 온갖 윤리, ..

배움/시 2010.07.08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슬픔의 삼매, 비방, 심은 버들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슬픔의 삼매 하늘의 푸른빛과 같이 깨끗한 죽음은 군동(群動)을 정화(淨化)합니다. 허무의 빛인 고요한 밤은 대지에 군림하였습니다. 힘없는 촛불 아래에 사리뜨리고 외로이 누워 있는 오오, 님이여! 눈물의 바다에 꽃배를 띄웠습니다. 꽃배는 님을 싣고 소리도 없이 가라앉았습니다. 나는 슬픔의 삼매(三昧)에 '아공(我空)'이 되었습니다. 꽃향기의 무르녹은 안개에 취하여 청춘의 광야에 비틀걸음치는 미인이여! 죽음을 기러기 털보다도 가볍게 여기고, 가슴에서 타오르는 불꽃을 얼음처럼 마시는 사랑의 광인이여! 아아, 사랑에 병들어 자기의 사랑에게 자살을 권고하는 사랑의 실패자여! 그대의 만족한 사랑을 받기 위하여 나의 팔에 안겨요. 나의 팔은 그대의 사랑의 분신인 줄을 그대는 왜 모르셔요. ..

배움/시 2010.07.08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눈 물, 꿈과 근심, 차라리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눈물 내가 본 사람 가운데는, 눈물을 진주라고 하는 사람처럼 미친 사람은 없습니다 그 사람은 피를 홍보석이라고 아는 사람보다도, 더 미친 사람입니다. 그것은 연애에 실패하고 흑암의 기로에서 헤메는 늙은 처녀가 아니라면, 신경이 기형적으로 된 시인의 말입니다. 만일 눈물이 진주라면 나는 님의 신물(信物)로 주신 반지를 내놓고는, 세상의 진주라는 진주는 다 티끌 속에 묻어 버리겟습니다. 나는 눈물로 장식한 옥패를 보지 못하였습니다. 나는 평화의 잔치에 눈물의 술을 마시는 것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내가 본 사람 가운데는 눈물을 진주라고 하는 사람처럼 어리석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아니어요. 님이 주신 눈물은 진주 눈물이어요. 나는 나의 그림자가 나의 몸을 떠날 때까지, 님을 위하여 진..

배움/시 2010.07.08

시) 조지훈 作 승무, 고풍의상, 완화삼, (시인 조지훈 소개)

조지훈 詩 승무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설러워라. 빈 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똥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양 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고풍의상 하늘로 날을 듯이 길게 뽑은 부연 끝 풍경이 운다. 처마 끝 곱게 늘이운 주렴에 반월이 숨어 아른아른 봄밤이 두..

배움/시 201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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